북한 우호국 캄보디아 선박 압류 조치 주목...제재 이행하며 ‘실리 외교’ 추구

씨씨 나인호가 지난 4월 북한 인근 해역에 남긴 항적. 씨씨 나인호가 약 28시간 동안 사라진 동안 항적은 점선으로 표시돼 있다. 자료=MarineTraffic

캄보디아가 대북제재 위반 의혹을 받고 있는 선박을 압류했습니다. 캄보디아가 제재 위반을 이유로 선박을 압류한 건 이번이 두 번째인데요. 북한의 우호국이 취한 조치인 만큼 더 주목됩니다. 함지하 기자와 더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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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우호국 캄보디아 선박 압류 조치 주목...제재 이행하며 ‘실리 외교’ 추구

진행자) 먼저 문제의 선박이죠. 씨씨 나인(C Sea Nine)호, 어떤 이유로 캄보디아에서 억류됐나요?

기자) 네, 캄보디아 법무부가 최근 공개한 법원 문건에 그 사유가 잘 나타나 있습니다. 문건에 따르면 캄보디아 금융정보국은 지난 5월 26일 씨씨 나인호와 이 선박에 실린 북한산 석탄 4천800t을 동결 조치했는데요. 문건에는 대량살상무기 확산에 관한 법규에 따라 당시 조치가 취해졌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대량살상무기 확산에 관한 법규는 일반적으로 유엔 안보리 결의를 의미합니다. 따라서 씨씨 나인호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했고, 이에 따라 선박은 물론 선적물인 석탄까지 억류된 것으로 보입니다.

캄보디아 법무부가 최근 공개한 법원 문건. 씨씨 나인호와 석탄에 대한 압류를 명령하고 있다. 출처=캄보디아 법무부

진행자) 유엔 안보리 결의의 어떤 부분이 위반인가요?

기자) 네, 우선 유엔 안보리 결의 2371호는 북한산 석탄 거래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씨씨 나인호가 북한산 석탄을 싣고 있던 점으로 볼 때, 이 석탄을 어딘가로 운송하려 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또 북한산 석탄을 선적했다는 것은 북한과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금전 거래가 있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여기에서도 금융 제재를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진행자) 씨씨 나인호, 당초 VOA가 수상한 항적을 보도했던 선박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앞서 VOA는 지난 4월말 씨씨 나인호를 북한 서해에서 발견했습니다. 보통 북한 영해에서 발견되는 건 북한 깃발을 단 북한 선박이 대부분인데, 이날은 당시 팔라우 깃발을 달고 있던 씨씨 나인호의 위치 신호가 잡혔습니다. 그래서 추적을 시작했는데, 5월 초까지 위치 신호를 발신하는 식별장치를 껐다 켜면서 장시간 사라지는 수상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에 따라 자신의 위치를 감추고 북한 남포항에 들어갔다 나온 게 아니냐는 추정이 나왔었습니다.

또 씨씨 나인호는 5월 7일부터 10일까지 북한 서해 석도 해상에서 머문 흔적을 남겼는데요. 공교롭게도 5월 8일, VOA는 위성사진 자료를 분석해 이 일대에서 선박 3척이 선체를 맞댄 장면을 포착했습니다.

북한 서해 석도 북쪽 해상에서 5월 8일 발견된 선박 간 환적 정황. 선박 3척이 선체를 맞대고 있다. 사진=Planet Labs

진행자) 선박 간 환적 장면이 위성사진에 잡힌 것이군요?

기자) 네, 북한 석도 인근 해상은 북한 선박이 제3국 선박과 석탄 등 안보리 금수품을 환적하는 장소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선박 3척이 선체를 맞대는 경우엔 통상 가운데에 끼어 있는 선박이 크레인용 바지선입니다. 가운데에서 한쪽 선박에 실린 석탄을 다른 쪽 선박으로 옮기는 것이죠. 물론 현재로선 이들 3척 중 1척이 씨씨 나인호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하필이면 이런 수상한 움직임이 벌어지던 곳에 머물던 선박이 캄보디아로 향했다가 억류됐고, 그 안엔 북한산 석탄이 가득했던 것입니다.

진행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억류한 주체가 캄보디아 정부라는 것인데요. 북한의 우호국 아닌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캄보디아는 북한과 좋은 관계를 오랜 기간 유지해 온 나라입니다. 외교 관계를 맺고 있고, 북한 노동자들은 캄보디아에 머물며 외화를 벌었습니다. 또 앙고르와트 부근엔 북한이 세운 박물관도 있는데요. 여기에는 만수대 창작사가 그린 그림이 전시되는 등 두 나라의 관계는 각별했습니다.

그런데 2020~2021년 들어 캄보디아가 대북제재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북한 식당이 폐쇄되고, 건설업에 종사하던 노동자들이 북한으로 송환됐고요. 그리고 2020년엔 대북제재 위반 선박을 억류해 미국에 넘겨주는 일까지 있었습니다.

미 법무부가 공개한 대북제재 위반 유조선 커리저스 호. 출처=미 법무부

진행자) 억류를 넘어 미국에 선박을 인계한 것인데요. 북한의 우호국으로서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텐데, 이번에도 그렇게 할까요?

기자) 네, 당시 미국 법무부는 싱가포르 국적자 궉기성을 대북제재 위반 혐의로 기소하면서, 그가 소유한 유조선을 캄보디아 정부의 도움으로 억류했습니다. 이후 이 유조선을 미국 법원의 판결에 따라 몰수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캄보디아가 최근 들어 ‘실리 외교’를 우선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 등 우호국과의 가치 외교도 중요하지만, 당장은 미국 등과 협력하며 국익을 우선시하겠다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국제사회 대북제재 이행이 그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국제 규범을 잘 지켜 미국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하고, 이를 통해 경제적 혜택도 어느 정도 누릴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미국 국무부는 이번 캄보디아의 조치를 높이 평가한다고 VOA에 밝혔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이번에 억류한 씨씨 나인호도 미국으로 인계될까요?

기자) 현재로선 알 수 없습니다. 미국이 이 선박을 넘겨받기 위해선 몇 가지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먼저 공식적으로는 미국 법원의 명령에 따라 선박을 압류해 넘겨받는 형식을 취해야 합니다. 이에 따라 먼저 법원에 씨씨 나인호에 대한 압류를 요청해 허가받아야 하고요. 이후 민사 몰수 소송을 제기해 최종적으로 소유권을 넘겨받아야 합니다. 통상 이 과정은 비공개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공개 전까진 외부에서 이런 움직임을 파악할 순 없습니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함지하 기자와 최근 캄보디아가 억류한 씨씨 나인호에 대해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