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정부가 올해 초 북한 석탄을 실은 중국 선박을 압류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북한의 우호국으로 알려진 캄보디아가 대북제재 위반을 이유로 압류한 선박만 3척에 이릅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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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정부가 올해 초 중국 선박과 이 선박이 싣고 온 북한산 석탄을 압류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습니다.
VOA가 확인한 캄보디아 법무부의 문건에 따르면 캄보디아 해양경찰은 올해 2월 중국 선적의 항쥔룬(Hang Jun Lun)호와 이 선박에 실린 1만2천t 분량의 북한산 석탄을 적발했습니다.
이어 선박과 석탄에 대한 압류를 요청해 2월 24일 캄보디아 법무부로부터 승인받았고, 이후 캄보디아 금융정보국을 거쳐 선박과 석탄이 모두 동결됐습니다.
법무부는 이번 압류 조치가 2020년 캄보디아 정부가 채택한 대량살상무기 확산에 관한 법규에 따라 이뤄졌다고 명시했습니다.
VOA는 캄보디아 정부에 이 선박과 석탄의 처리 여부를 문의한 상태로 현재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유엔 안보리 결의 2371호는 북한산 석탄 거래를 금지하고 있으며, 결의 2270호는 북한으로 향하거나 북한에서 출발한 화물에 대한 검색을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캄보디아 정부가 이 모든 규정을 이행한 것입니다.
제재 위반 선박 적발, 이번이 세 번째
VOA가 선박의 위치 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MarineTraffic)’ 자료를 확인한 결과, 항쥔룬호는 지난 2월초 중국의 닝보-저우산 인근 해역에서 잠깐 위치 신호를 드러낸 뒤 사라졌습니다.
이를 전후한 항적이 공개되지 않아 자세한 상황은 알 수 없지만, 닝보-저우산 해역에서 북한산 석탄을 넘겨받아 이를 운송하던 중 캄보디아 당국에 적발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닝보-저우산 해역은 과거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이 북한 선박의 석탄 환적지로 지목한 곳 중 하나입니다.
앞서 VOA는 캄보디아 법무부가 최근 공개한 또 다른 법원 문건을 토대로 캄보디아가 지난 5월 26일 북한을 방문한 팔라우 선적의 씨씨 나인(C Sea Nine)호와 이 선박에 실린 북한산 석탄 4천800t을 동결 조치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같이 보기: 북한 우호국 캄보디아 선박 압류 조치 주목...제재 이행하며 ‘실리 외교’ 추구씨씨 나인호는 지난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북한 해역에 머물며 위치 신호를 껐다 켜는 등의 수상한 항적을 보였는데, 결국 캄보디아에서 북한산 석탄을 싣고 있는 사실이 확인돼 자산을 압류당한 것입니다.
또 캄보디아는 지난 2020년엔 싱가포르 국적자 궉기성이 북한에 불법 유류를 건네는 데 이용한 유조선 커리저스호를 억류해 미국에 인계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캄보디아 정부가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위반을 이유로 선박을 억류한 것은 이번 항쥔룬호 사례를 더해 총 세 번에 이릅니다.
북한 우호국의 ‘제재 이행’ 조치 주목
캄보디아는 북한의 오랜 우호국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2020년 이후 캄보디아가 대북제재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북한 식당이 폐쇄됐으며, 건설업에 종사하던 노동자들은 북한으로 송환됐습니다.
여기에 대북제재 위반 선박을 최소 3척이나 억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제사회 제재 이행에 대한 캄보디아의 인식이 북한의 다른 우호국들과는 다르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앞서 미국 국무부 관리는 지난 17일 캄보디아 정부의 씨씨 나인호에 대한 억류 조치와 관련한 VOA의 질의에 “우리는 북한과 관련된 유엔 안보리 결의를 이행하기 위한 캄보디아의 조치를 높이 평가한다”고 답했습니다.
[국무부 관리] “We commend Cambodia’s actions to implement UN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related to the DPRK. We refer you to the government of Cambodia for any next steps related to the disposition of the vessel.”
다만 미국이 캄보디아로부터 이 선박을 넘겨받을 것인지에 대해선 “선박 처리와 관련된 다음 단계는 캄보디아 정부에 문의하길 바란다”고 말했었습니다.
북한산 석탄이 여전히 거래된다는 점도 이번 조치를 통해 또다시 확인된 사실입니다.
VOA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한때 뜸했던 북한의 주요 석탄 항구가 지난해부터 다시 분주해졌다고 보도했습니다.
다만 이들 항구에서 석탄을 선적한 선박이 어느 곳으로 향하는지는 파악이 불가능했는데, 이번 사례를 통해 북한산 석탄이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거래되고 있다는 점이 일부 확인된 것입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해군 대령 출신으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에서 활동한 닐 와츠 전 위원은 최근 캄보디아 정부의 씨씨 나인호의 압류 소식과 관련한 VOA의 질의에 “몇 가지 흥미로운 점을 볼 수 있다”며 “첫째로 북한이 여전히 유엔 결의를 명백히 위반하며 석탄을 불법으로 수출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와츠 전 위원] “I think the seizure raises some interesting points and number one, it's clear that North Korea is still illicitly exporting its coal, in clear violation of the UN resolutions. Number two, that there are facilitators that are assisting North Korea to illegally export its coal and number three that it's good news that some action is being taken in terms of the seizure against those that seek to circumvent the sanctions.”
이어 “북한의 불법 석탄 수출을 돕는 조력자들이 있다는 점과 제재를 회피하려는 이들에 대한 압류 조치가 취해지고 있다는 좋은 소식이 들려온다는 점이 흥미롭다”고 덧붙였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