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축 문제를 다루는 유엔총회 제1위원회 회의에서 북한이 러시아 파병설을 부인하며 한국과 설전 상황을 연출했습니다.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협력과 북한의 핵 개발에 대한 각국의 우려도 제기됐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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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열린 유엔총회 1위원회 회의에서 윤성미 한국 군축회의 대표는 “러시아와 북한이 불법적인 군사협력을 지속하는 것은 개탄스러운 일”이라며 북한과 러시아를 동시에 규탄했습니다.
[녹취: 윤성미 대표] “Meanwhile, it is deplorable that Russia and the DPRK continues their unlawful military cooperation. In addition to illegal transfers of its ballistic missiles and munitions, the DPRK has deployed about 1,500 special forces to Russia’s Far Eastern cities aboard Russian naval vessels since earlier this month. The transported soldiers were provided with Russian military uniforms and to disguise their identity, they were issued with fake ID cards of residents from Yakutia and Buryatia who share similar facial features with North Koreans. Such unabated collaboration not only sends a dangerous message to potential proliferators but poses a direct threat to the integrity of the UN system at large. It is a shame indeed.”
이어 “북한은 탄도미사일과 군수품의 불법 이전 외에도 이달 초부터 약 1천500명의 특수부대원을 러시아 해군 함정을 통해 러시아 극동 지역에 배치했다”면서 병사들에겐 러시아의 군복이 제공되고, 신분 위장을 위해 북한 주민과 비슷한 외형을 가진 시베리아 소수민족 야쿠티야와 부라티야 공화국 주민의 위조 신분증이 발급됐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이러한 협력은 잠재적 핵 확산자들에게 위험한 메시지를 보낼 뿐 아니라 유엔 체계 전반의 무결성에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며 “이는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라고 윤 대표는 지적했습니다.
이 같은 한국의 발언에 북한은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특히 처음으로 ‘북한군 러시아 파병’ 문제를 언급하며 관련 주장을 일축했습니다. 북한 측 대표가 ‘북러 군사 협력’을 부인한 적은 있지만 ‘파병 주장’을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북한 대표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북한의 병력 파병 주장은 근거 없는 루머로,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이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장기화하고 미국과 서방 국가들로부터 더 많은 무기와 재정 지원을 받아 정권을 유지하려는 우크라이나가 고안한 또 다른 비방 캠페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북한 대표] “The allegation on the DPRK's deployment of troops to Ukraine war is the groundless rumor that does not deserve even the slightest notice. It is yet another smear campaign devised by Ukraine to seek for prolongation of Ukrainian crisis and maintaining its political power by getting more weaponry and financial support from the US and its Western countries… We strongly urge them to refrain from groundlessly slandering others and interfering in others affairs and stop providing war materials, which is fostering the expansion of war and bloodshed of innocent civilians.”
그러면서 “우리는 그들(미국과 서방)이 다른 나라에 대한 비방과 내정간섭을 자제하고, 전쟁을 확장하고 무고한 민간인들의 유혈사태를 조장하는 전쟁 물자 제공을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한국을 “전시작전통제권을 미국에 빼앗긴 군사 식민지”로 지칭하면서 한국은 “전략적 지위를 가진 북한의 상대가 아니며, 핵무기 보유국에게 강연을 할 입장도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 밖에 북한의 핵 보유는 자위권 차원이고, 미국과 한국이 북한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는 기존의 주장을 반복했습니다.
이 같은 북한의 발언에 윤성미 대표는 반박권을 요청해 대응했고, 여기에 북한 대표가 또다시 반박 발언을 하면서 양측은 설전 상황을 만들었습니다.
윤 대표는 북한군 파병은 “간단히 말해 불법이고, 불안정한 일”이라면서 “북한이 연루 사실을 강력히 부인하는 것은 불법성과 불안정성에 동의하고, 실제로 그러한 파괴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윤성미 대표] “Simply put, it is illegal and it is destabilizing. The fact that the DPRK strongly denied its complicity shows that it concurs with the illegality and destabilizing nature, as well as the fact that it is actually engaged in such destructive actions... By dispatching a large number of combatants, North Korea will likely become a belligerent and an active participant in war. For each part, the Republic Korea will mobilize various means to address this major development in full cooperation with each allies and partners and take corresponding measures in a phased manner in accordance with the developments in the Russia-DPRK military cooperation. I will conclude with the same words this morning. It's a shame.”
또한 “북한은 대규모 전투병을 파견함으로써 호전적이고 적극적인 전쟁 참여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한국은 각 동맹, 파트너와 긴밀한 공조 아래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이 중대한 사태에 대처하고, 북러 군사 협력의 진전에 따라 단계적으로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부끄러운 일”이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윤 대표는 북한이 미국과 한국의 군사활동을 비난한 데 대해서도 “한미동맹은 1950년 북한의 무력 침략으로 촉발된 한국 전쟁의 직접적인 결과물”이라며 “한미동맹은 불법적인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포함해 점점 더 심화되고 있는 군사적 위협으로부터 우리 자신을 지키기 위한 정당한 대응”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같은 지적에 북한 대표는 “미국과 공조한 한국의 무모하고 광란적인 군사적 도발로 인해 한반도의 안보 환경이 극도로 악화되고 있다”며 반박했습니다.
이어 한국전쟁도 미국과 한국이 3차 세계대전으로 확대하기 위해 일으켰다는 주장을 폈습니다.
이날 회의는 핵 무기를 주제로 열렸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 외에도 리투아니아와 슬로베니아가 북한의 핵 개발과 더불어 북러 군사협력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리티스 파울라우스카스 유엔주재 리투아니아 대사는 “러시아는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며 북한과 전략 협정을 맺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파울라우스카스 대사] “Russia has signed a strategic pact with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DPRK), violating UN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The DPRK has announced the goal to increase the number of nuclear weapons exponentially. We are concerned with recent comments by Russia’s Foreign Minister that the denuclearization of DPRK is a ‘closed issue’.”
이어 “북한은 핵무기 수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면서 “우리는 북한의 비핵화가 ‘종결된 문제’라는 러시아 외무장관의 발언에도 우려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니카 아우픽 유엔주재 슬로베니아 대표부 참사관도 “북한 비핵화 문제를 ‘닫힌 문제’라고 규정한 러시아의 선언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앞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지난달 26일 외무부 웹사이트를 통한 질의응답에서 북한 비핵화 개념은 종결된 문제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미 국무부는 이 같은 라브로프 장관의 발언을 반박하며 “우리의 목표는 여전히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라고 밝혔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