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남포 석탄 항구에 올해 선박 49척 드나들어…엿새에 한 번꼴

10월 2일 북한 남포 석탄 항구의 모습. 선박 3척이 정박해 있다. 사진=Planet Labs

북한 최대 석탄 항구인 남포에 올해 최소 49척의 선박이 드나든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캄보디아 정부가 올해 북한산 석탄을 실은 선박 2척을 적발한 가운데 실제로 북한의 석탄 출항지인 이곳의 분주한 장면이 확인된 것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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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남포 석탄 항구에 올해 선박 49척 드나들어…엿새에 한 번꼴

지난 12일 북한 남포의 석탄 취급 부두를 촬영한 ‘플래닛 랩스(Planet Labs)’의 위성사진에 대형 선박이 보입니다.

길이 165m인 이 선박의 적재함 속에는 검은색 물체, 즉 석탄이 가득합니다.

석탄 선적 위한 대형 선박 입항 잦아

위성사진만으로 정확한 상황은 알 수 없지만 이곳이 북한의 최대 석탄 취급 항구인 점을 고려하면 대형 선박에 석탄이 실리고 있는 장면이 포착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VOA가 이런 방식으로 올해 1월부터 이달 23일까지 남포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항구에 정박한 대형 선박은 모두 49척으로 나타났습니다.

짙은 구름이 낀 날이나 ‘플래닛 랩스’의 인공위성이 이 지역을 지나가지 않은 날을 감안하면 실제 이곳을 드나든 선박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앞서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7년 결의 2371호를 통해 석탄을 포함한 북한의 모든 광물 수출을 금지했습니다.

그러나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엿새에 하루꼴로 대형 선박이 남포에 정박해 석탄을 싣고 있는 것입니다.

북한 남포에서 석탄과 관련된 작업이 활발한 정황은 이 항구의 주요 시설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12일 자 위성사진에선 165m 길이의 선박이 정박한 부두는 물론, 바로 옆 부두와 더 안쪽의 지대가 검게 물든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10월 12일 북한 남포 석탄 취급 항구에서 165m 길이의 선박(사각형 안)이 발견됐다. 사진=Planet Labs

이런 장면은 올해 1월부터 꾸준히 포착되는데, 이는 이곳 석탄 야적장에 석탄이 계속 쌓이고 이후 선박에 지속적으로 실리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캄보디아서 북한산 석탄 적발

물론 남포의 석탄 항구의 분주한 모습만으로 안보리 결의 위반을 단정할 순 없습니다. 희박하지만 이들 석탄이 제3국이 아닌 북한 내 다른 항구로 옮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최근 북한 석탄이 다른 나라에서 적발된 점으로 볼 때, 북한이 해외 수출을 위해 석탄 항구를 가동하고 있다는 해석에 더 무게가 실립니다.

VOA는 최근 캄보디아 법무부가 공개한 법원 문건을 토대로 캄보디아 정부가 지난 5월 26일 팔라우 선적의 씨씨 나인(C Sea Nine)호와 이 선박에 실린 북한산 석탄 4천800t을 동결 조치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씨씨 나인호는 지난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북한 해역에 머물며 위치 신호를 껐다 켜는 등의 수상한 항적을 보인 선박입니다.

당시까지만 해도 불법 행위 여부를 알 수 없었지만 캄보디아 정부의 조치를 통해 씨씨 나인호가 북한에서 석탄을 선적한 사실이 확인된 것입니다.

캄보디아 정부는 이보다 앞선 올해 2월엔 중국 선적의 항쥔룬호와 이 선박에 실린 1만2천t 분량의 북한산 석탄을 적발하기도 했습니다.

이들 선박과 석탄에도 캄보디아 정부의 자산 동결 조치가 내려졌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항쥔룬호가 캄보디아 당국에 적발되기 직전까지 중국의 닝보-저우산 인근 해역에 머물렀다는 점입니다.

북한 남포 석탄 항구를 촬영한 지난해 11월 모습. 대형 선박이 석탄을 싣고 있다. 사진=Airbus (via Google Earth)

지금은 활동을 중단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과거 닝보-저우산 해역을 북한 선박의 석탄 환적지로 지목했었습니다.

또 VOA는 북한 화물선이 닝보-저우산 인근 해역으로 항해하는 장면을 여러 차례 포착해 전하기도 했습니다.

북한에서 석탄을 선적한 북한 화물선이 닝보-저우산 해역에서 제3국 선박과 만나 공해상 환적 방식으로 석탄을 거래하고 있다는 추정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같이 보기: 청진항에 2-3일에 한 척꼴로 대형선박 입항 … 금수품목 선적 여부 주목


한국도 ‘제재 위반’ 선박 나포…“불법 행위 여전”

이와는 별도로 한국 정부는 지난 3월 선적 미상 선박 ‘더 이(De Yi)’호를 나포했습니다.

이후 한국 정부는 더 이호가 북한 서해 석도 인근 해상에서 선박 덕성호와 만나 북한산 석탄을 건네받았다고 발표했습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해군 대령 출신으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에서 활동한 닐 와츠 전 위원은 지난 16일 최근 캄보디아 정부의 석탄 선적 선박 압류 소식과 관련해 “몇 가지 흥미로운 점을 볼 수 있다”며 “첫째로 북한이 여전히 유엔 결의를 명백히 위반하며 석탄을 불법으로 수출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습니다.

닐 와츠 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위원

[녹취: 와츠 전 위원] “I think the seizure raises some interesting points and number one, it's clear that North Korea is still illicitly exporting its coal, in clear violation of the UN resolutions. Number two, that there are facilitators that are assisting North Korea to illegally export its coal and number three that it's good news that some action is being taken in terms of the seizure against those that seek to circumvent the sanctions.”

이어 “북한의 불법 석탄 수출을 돕는 조력자들이 있다는 점과 제재를 회피하려는 이들에 대한 압류 조치가 취해지고 있다는 좋은 소식이 들려온다는 점이 흥미롭다”고 덧붙였습니다.

와츠 전 위원은 지난 4월 한국 정부가 더 이호를 나포했을 당시에도 “한국이 유엔 제재 이행에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평가했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