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북한군, 최소 3천명 러시아 동부 파병…훈련 뒤 실전 배치 가능성”

미국 백악관이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공식 확인했습니다. 최소 3천명이 러시아 동부 지역에 파병됐으며 훈련 뒤엔 우크라이나와의 전투에 배치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백악관 “북한군, 최소 3천명 러시아 동부 파병…훈련 뒤 실전 배치 가능성”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23일 “10월 초에서 중순 사이에 북한이 최소 3천 명의 군인을 러시아 동부로 이동시킨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커비 보좌관] “We assess that between early to mid October, North Korea moved at least 3000 soldiers into eastern Russia. We assessed that these soldiers traveled by ship from the Wonsan area in North Korea to Vladivostok, Russia. The soldiers then traveled onward to multiple Russian military training sites in eastern Russia where they are currently undergoing training.”

커비 보좌관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관련 상황을 완전히 파악하기 위해 동맹 및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력해왔다면서 이같이 밝혔습니다.

이어 “우리는 이 병력들이 북한 원산 지역에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까지 배를 타고 이동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면서 이후 “러시아 동부에 있는 다수의 러시아 군사 훈련장으로 이동해 현재 훈련을 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23일 미국 백악관에서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이 정례 브리핑을 갖고 있다.

“훈련 마친 뒤 실전 배치 가능성”

커비 보좌관은 북한군이 향후 우크라이나와의 전투에 실전 배치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커비 보좌관] “We do not yet know whether these soldiers will enter into combat alongside the Russian military but this is certainly a highly concerning probability. After completing training, these soldiers could travel to western Russia and then engage in combat against the Ukrainian military. We have briefed the Ukrainian government on our understanding of this situation and we're certainly consulting closely with other allies, partners and countries in the region on the implications of such a dramatic move and on how we might respond.”

“이 병력들이 러시아군과 함께 전투에 참여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이는 분명 매우 우려되는 가능성”이라는 설명입니다.

이어 이 병력들이 기본적인 전투 및 숙달 훈련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면서 “이들이 훈련을 마친 뒤 러시아 서부로 이동해 우크라이나군과의 전투에 참여할 수도 있다”고 관측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러한 상황에 대해 미국 정부가 파악한 내용을 우크라이나 정부에 브리핑했으며, “이러한 극적인 움직임의 의미와 대응 방안에 대해 다른 동맹 및 파트너, 역내 국가들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18일 우크라이나군 산하 전략소통센터 및 정보보안센터(SPRAVDI)가 러시아 세르기옙스키 훈련장에서 새롭게 입수한 영상이라며 북한 인력으로 보이는 인원들이 보급품을 받는 영상을 게재했다. (출처: X@StratcomCentre)

“실전 투입 시 우크라군 표적 될 것”

커비 보좌관은 북한군이 전투에 배치된다면 우크라이나군의 표적이 될 것이라면서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에 맞서 방어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북한군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커비 보좌관] “I can tell you one thing though, if they do deploy to fight against Ukraine, they're fair game they're fair targets and the Ukrainian military will defend themselves against North Korean soldiers in the same way they're defending themselves against Russian soldiers. And so the possibility that there could be dead and wounded North Korean soldiers fighting against Ukraine is absolutely real if they get deployed.”

따라서 “북한군이 (전투에) 배치되면, 우크라이나에 맞서 싸우다 전사하거나 부상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커비 보좌관은 또 미국 정부가 관련 상황을 계속 면밀히 주시할 것이라면서 “북한군이 전투에 돌입한다면 이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러시아의 절박함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커비 보좌관] “We will continue to monitor this situation closely but let's be clear if North Korean soldiers do enter into combat, this development would demonstrate Russia's growing desperation in its war against Ukraine. Russia's cooperation with the North Korean military is in violation of multiple UN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which prohibit the procurement of arms from North Korea and military arms training.”

또 “러시아와 북한 간 전례 없는 수준의 직접적인 군사 협력은 유럽은 물론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북한으로부터의 무기 조달과 군사 훈련을 금지하는 다수의 유엔 안보리 결의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러시아 전쟁 조력자 제재 발표할 것”

그러면서 미국 정부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향후 며칠 내로 외부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하는 이들을 겨냥한 중대 제재 조치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가 승리하는 데 필요한 지원을 계속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우크라이나 군 병사가 하르키우 전장에서 러시아와의 전투 후 지뢰 제거 작업을 진행하고 잇다.

앞서 미국 정부는 이날 잇따라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사실을 공식 확인했습니다.

미국 정부 고위관리는 이날 VOA의 관련 논평 요청에 “우리는 수천 명의 북한군이 훈련을 받기 위해 러시아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그들의 임무가 무엇인지, 우크라이나 전투에 투입될지 여부는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도 이날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이날 이탈리아 로마에서 기자들에게 “러시아에 북한군 병력이 있다는 증거가 있다(There is evidence that there are DPRK troops in Russia)”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들이 정확히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면서, 추후 구체적인 사항을 알리겠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미국 정부가 공식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앞서 조태용 한국 국가정보원장은 한국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러시아로 이동한 북한군이 현재까지 3천여 명에 달하며 오는 12월까지 1만여 명이 이동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해 파병되는 북한 군 총 병력 수가 2개 여단급 1만2천 명 규모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같이 보기: 젤렌스키 “북한군 사실상 참전”…‘최대 1만 명’ 파병 보도 잇따라

한편 북한과 러시아는 북한군 파병을 부인하고 나섰습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23일 정례브리핑에서 한국 정부가 최근 북한군 파병을 확인하고 오스틴 미 국방장관도 파병 증거를 확인했다고 밝힌 데 대한 질문에 “허위, 과장”이라면서, “북한군의 위치는 평양에 물어보라”고 말했습니다.

또 한국 정부가 북한군 파병 관련 대응 조치에 나선 데 대해서는 “한국 정부의 반응이 당혹스럽다”며 “한국이 우크라이나 분쟁에 참여했을 때 한국 안보에 발생할 수 있는 결과를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북한은 22일 유엔총회 제1위원회 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북한의 병력 파병 주장은 근거 없는 루머로,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우크라이나전 확전 가능성 커져”

전문가들은 북한군의 파병이 공식 확인됨에 따라 우크라이나 전쟁이 유럽과 인도태평양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우려했습니다.

대니얼 프리드 전 폴란드 주재 미국대사는 23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군 파병은 러시아가 동맹국의 도움 없이는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고 여긴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대니얼 프리드 전 폴란드 주재 미국 대사

[녹취: 프리드 전 대사] “It does show that Russia doesn't think it can win the war without the help of allies and it is in some sense a humiliation for Russia that it has to call on North Korea. Now they're helping the Russians more. This is a sharpening of their isolation from the world outside of their very narrow band of friends. It should be a wake up call that those who think that Asian and European security are completely separate fields may have to reconsider they discover their error.”

이어 북한은 무기와 군수품 지원을 넘어 병력까지 파견하는 등 더 많은 대러 지원에 나서고 있는 것이 분명해졌다면서, 북러 양국 모두가 외부 세계로부터의 고립 심화를 자초하는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프리드 전 대사는 북한군이 우크라이나와의 전투에 배치돼 실제 전쟁을 치른다면, 이는 다른 유럽국가와 아시아 국가들의 참전 및 전쟁 지원을 야기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아시아와 유럽의 안보가 완전히 별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틀렸을 수도 있다는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무기 지원 기존 계획 재검토해야”

또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날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한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기존 지원 계획을 재검토하고 치명적 무기를 제공함으로써 북한과 러시아 모두에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I suspect the South Korean government will do a major reconsideration of sending lethal aid to Ukraine. So South Korea needs to take an action that tells Russia you do more of this and you're going to pay a price and the price is going to be lethal aid that we give to Ukraine. So back off, don't give North Korea so much in the way of military technology.”

그러면서 러시아에게 북한군 파병의 대가로 군사 기술 등의 지원에 나서지 말 것을 압박하기 위해서라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앞서 지난 22일 북한의 러시아 파병과 관련해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의를 열고 북한군의 즉각 철수를 촉구하면서 국제사회와 함께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 대통령실은 앞으로 상황 전개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방어용 무기 지원도 고려할 수 있고, 마지막에 ‘공격용 무기’까지도 지원할 수 있다고 밝혔었습니다.

VOA 뉴스 조상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