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파병으로 확전 가능성 커져…러시아 대가 지불로 한반도 안보 위협 증가”

러시아 벨고로드 군사지역에서 훈련을 받고 있는 병사의 모습. (자료사진)

미국 등 국제사회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공식 확인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를 전쟁 확대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평가했습니다. 북한이 참전 대가로 러시아에게 받을 여러 지원이 한반도 안보 위협을 증가시킬 것이라면서, 한국도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본격 나서게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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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파병으로 확전 가능성 커져…러시아 대가 지불로 한반도 안보 위협 증가”

미국의 국제관계 및 안보 전문가인 알렉산더 다운스 조지워싱턴대 정치학 교수는 24일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이 국제적으로 공식 확인된 데 대해 “확실한 긴장 고조 행위이고, 레드라인을 넘은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다운스 교수] “It's definitely an escalation and it does cross a red line. That's an escalation and it has a lot of potential consequences both on the battlefield but also in Korea given potential assistance that the North Koreans could get in exchange for sending troops. So it's a definite change in the complexion of the battlefield that could be escalatory.”

알렉산더 다운스 조지워싱턴대 정치학 교수

조지워싱턴대 안보·갈등 연구소 소장을 겸임하고 있는 다운스 교수는 이날 VOA와의 화상통화에서 북한이 군대를 파병한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받을 수 있는 잠재적 지원을 고려할 때 단순히 우크라이나 전장 뿐 아니라 한반도에도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이는 전장의 양상이 바뀔 수 있는 분명한 변화”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북한이 참전함으로써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나라들, 특히 유럽 일부 국가들이 파병이나 공격용 무기 등 핵심 지원을 더욱 확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지적했습니다.

다운스 교수는 특히 북한군 파병을 계기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러시아 본토 깊숙이 장거리 미사일 사용을 허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아울러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추가 무기 지원을 고려하며, 동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정규군 파병이나 민간 용병을 조직해 파견하는 등의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파병 넘어 실전 배치 시 큰 우려 사안”

로버트 머렛 시러큐스대 국제관계학 교수 및 안보정책법연구소 부소장은 이날 VOA와의 화상통화에서 북한군 파병을 넘어 실전 배치까지 공식 확인된다면 더욱 우려스러운 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로버트 머렛 시러큐스대 국제관계학 교수 및 안보정책법연구소 부소장

[녹취: 머렛 교수] “So it is a noteworthy development. Now if it does grow in terms of the numbers of troops and where they are located, specifically if they do redeploy from eastern Russia to say, you know, the Kursk region adjoining Ukraine and western Russia I think that would be a different situation but we don't know if that's going to happen yet or not. It is a noteworthy development and one that we need to track very carefully.”

미 해군 정보국장을 역임했으며 한국에 파견돼 복무하기도 한 머렛 교수는 미국 정부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아직은 북한군이 러시아 동부 지역에서 훈련 중이며, 실전 배치는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북한군 병력 수가 증가하고 파병 지역이 늘어나며, 특히 러시아 동부에서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쿠르스크 지역이나 서부 전선으로 이동 배치된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는 주목할만한 진전이자 매우 주의 깊게 추적해야 할 사안”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미국 정부는 23일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공식적으로 확인했습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10월 초에서 중순 사이에 북한이 최소 3천 명의 군인을 러시아 동부로 이동시킨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밝히고, 이들이 러시아 군사 훈련기지에서 현재 훈련을 받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23일 미국 백악관에서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이 정례 브리핑을 갖고 있다.

또한 “이 병력들이 러시아군과 함께 전투에 참여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이는 분명 매우 우려되는 가능성”이라면서, 이들이 훈련을 마친 뒤 러시아 서부 전선으로 이동해 우크라이나군과의 전투에 참여할 수도 있다고 관측했습니다.

“북한군 역량은 아직 미지수”

전문가들은 다만 북한군이 실제 전투 지역에 배치돼 우크라이나와 싸운다고 해도 얼마나 도움이 될 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진단했습니다.

알렉산더 다운스 교수는 북한군이 한국전쟁 이후 70년 가까이 실전 경험을 거의 갖지 못했다는 점과 아직까지 파병 규모가 적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녹취: 다운스 교수] “They have no combat experience. North Korea has not been involved in a war since 1953. So their sort of capability is a real wildcard but they're coming in very small numbers. So their battlefield impact is likely to be relatively small. I don't see them as providing a massive additional capability to the Russian army. They may actually be better fighters than the bulk of the Russian army, which are poorly trained conscripts. But this is not a game changer in terms of the battlefield.”

제대로 된 훈련도 받지 못하고 징집된 병사들로 구성된 러시아군보다는 나을 수 있지만 “러시아 군대에 엄청난 추가적 역량을 제공한다고 보기 어려우며, 전장의 판도를 바꿀 정도는 아니다”라는 설명입니다.

따라서 북한군 투입이 전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면서, “양국 간 전략 동맹을 더욱 굳건히 할 것임을 과시하기 위한 상징적 측면이 더 크다”고 부연했습니다.

미 해병대사령관을 지낸 마크 칸시안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국제안보 선임고문도 이날 VOA에 북한군이 전투병으로 최전선에 투입되면 많은 사상자와 포로, 탈영병을 양산할 것이고, 참전을 스스로 국제사회에 알리는 것이 되기 때문에 후방에서 전투 지원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칸시안 선임고문] “I think it is unlikely that North Korean soldiers will be on the front lines as infantry. Casualties would be high, and the inevitable prisoners would be highly visible reminders of North Korea's direct involvement. Further, there would be more opportunities for desertions, which are particularly embarrassing for North Korea. More likely, North Korean soldiers would be in support or combat support roles. Most likely are support operations like transportation and maintenance. These are vitally important but far behind the front lines. They would strengthen Russia's weak logistics system and perhaps free up Russian manpower for the infantry.”

“북한, 파병 대가로 더 큰 요구할 것…한반도 위협 증가”

전문가들은 북한이 국제사회의 규탄을 무릅쓰고 파병이라는 선택을 감행했기 때문에 과거보다 더 큰 대가를 러시아에 요구할 것이라면서 이에 따라 한반도 안보 위협이 증가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연구단체인 군비통제·비확산 센터의 존 에라스 선임정책국장은 이날 VOA와의 화상통화에서 “러시아가 북한에 지불할 대가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면서 군사 및 경제 부문을 망라한 전방위적 지원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존 에라스 선임정책국장

[녹취: 에라스 선임정책국장] “I think that there certainly is some payment going on from Russia to North Korea. Russia has large reserves of foreign currency. So this would be useful to North Korea, which has some economic difficulties at the present time. But I think also there will be some transfer of technology, particularly things like missile technology and other military applications that North Korea is not so good at right now that could be improved by contact with Russia.”

에라스 선임정책국장은 전쟁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외화를 보유하고 있는 러시아가 경제적 어려움에 빠진 북한에 분명한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북한이 기술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사일이나 기타 군사 분야에서 러시아가 효율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를 통해 미사일 역량이 개선된다면 한반도를 비롯한 역내 전체의 큰 우려 사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러시아, 경제·군사 분야 대거 지원할 것”

트로이 스탠거론 윌슨센터 한국 센터장도 이날 VOA에 러시아 신병 월급을 기준으로 계산할 경우 “북한은 이미 파병된 병력 3천 명을 통해 한 달에 약 1천만 달러를 벌어들일 것”으로 추산하면서 “1년으로 계산하면 북한의 합법적 대중 수출액의 약 40%에 해당하는 금액”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트로이 스탠거론 윌슨센터 한국 센터장

[스탠거론 한국 센터장] “The financial benefits from this initial deployment may seem relatively small, but they are comparatively important for North Korea. If Russia is compensating North Korea at the same rate as new Russian recruits, we could expect Pyongyang to earn a little less than $10 million a month from the 3,000 troops that are reported to have already been deployed. Over the course of a full year, it would be equal to about 40 percent of North Korea’s legal exports to China. Should additional troops be deployed to the levels that Ukraine expects, North Korea’s earnings from Russia for troops could exceed their legal exports to China last year.”

또한 북한은 러시아 파병을 통해 군사적으로도 이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전장 경험을 쌓을 뿐 아니라 지상군 병력 이동과 드론 작전 등 최신 전술 및 훈련에 대한 지식 습득을 통해 군 현대화와 재래식 무기 활용 방식 등에서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스탠거론 한국 센터장] “North Korea stands to gain militarily from its deployment to Russia. Not only will its troops gain battlefield experience, they will gain knowledge into modern tactics and training, including evolving tactics on coordinating ground troop movements with drone warfare. In the medium term, the deployment will influence North Korean military modernization efforts and shape the types of conventional weapons they seek to acquire and how they are utilized.”

러시아 벨고로드 군사지역에서 훈련을 받고 있는 병사의 모습. (자료화면)

“중국, ‘북중러 연대’ 합류 안 할 것”

전문가들은 북한군 파병 소식을 중국은 달가워하지 않을 것으로 보면서, 대러 지원과 북러 연대 합류에 계속 ‘비판적 관망’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존 에라스 선임정책국장은 “중국은 일반적으로 우크라이나 분쟁에서 다소 중립적인 입장을 취해왔다”면서, 대러 직접 지원에 나서지 않고 멀리 떨어져 사안을 바라보려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에라스 선임정책국장] “China has generally tried to be rather neutral in the Ukraine conflict. So on the surface anyway, I think China will stay away from this particular issue on the little bit deeper levels. I don't think that they're going to like that. North Korea is deepening its cooperation with Russia very much and they may object to things that would prolong and worsen the conflict.”

또한 중국은 북중러 연대에 참여하는 것을 꺼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북한이 러시아와의 협력을 매우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은 분쟁을 장기화하고 악화시킬 수 있는 일에 반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알렉산더 다운스 교수도 중국은 러시아 문제에 휘말려 국제 제재를 당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지원을 확대하지 않으면서 개입을 최소화하려 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아울러 북한이 자신들의 영향권을 벗어나 러시아에 경도되는 상황에 매우 짜증스러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이 이 문제에 관심을 보이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한국, 우크라 무기 지원 적극 고려할 것”

전문가들은 북한군 파병이 국제적으로 공식 확인된 만큼 이해 당사국인 한국 정부로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대응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시점이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머렛 교수] “I think they're taking a measured approach of it so far most recently in the announcement by the ROK president within the last 24 hours about considering transferring arms weapons into Ukraine and perhaps increased readiness levels and so forth. I think it'll be gauged based upon what happens relative to the DPRK activity in Russia and elsewhere and it'll be done in close consultation between us and our allies in the region.”

로버트 머렛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이 이날 발표한 것처럼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과 준비태세 강화 등을 진지하게 고려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같이 보기: 한국·폴란드 정상 "'북한 러 파병' 세계 안보 위협하는 도발"

아울러 러시아와 북한의 활동에 따라 추가적인 조치도 고려될 것이라면서, 역내 동맹과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이 같은 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알렉산더 다운스 교수는 북한군 파병이 한반도 위협을 더욱 가중시킬 수 있다는 측면에서 자체 핵무장 논의가 한국 내 일각에서 재점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는 이를 분명히 원치 않지만, 한국인들이 갖는 안보 우려를 이해하는 또 다른 계기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상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