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파견 북한군 전투 참여 여부 촉각…미한 31일 워싱턴서 외교 국방장관 회의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군의 역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미한외교 안보 수장이 워싱턴에서 ‘2+2회담’을 갖고 해당 현안을 논의합니다. 북한군의 전투 참여를 경고하는 메시지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서울의 김환용 기자를 연결해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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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파견 북한군 전투 참여 여부 촉각…미한 31일 워싱턴서 외교 국방장관 회의

진행자)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 병력의 전선 투입이 임박했다는 소식들이 전해지는 가운데 미한 외교, 국방 수장이 회담을 갖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한국 외교부에 따르면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 그리고 한국의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오는 31일 미국 워싱턴에서 ‘제6차 미한 외교 국방(2+2) 장관회의’를 개최합니다.

미한 2+2 장관회의는 지난 2021년 한국에서 5차 회의가 열린 뒤로 3년 만입니다.

양국 장관들은 회의에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위해 군대를 보낸 북한 문제등 최근 한반도 안보 정세를 평가하고 대북 정책 공조를 논의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 한반도 문제와 미한 동맹 협력 이슈 등에 대해 글로벌 포괄 전략동맹으로서 심도 있고 포괄적인 논의를 진행하고, 회의 결과를 반영한 공동성명을 채택할 예정입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러시아에 들어간 북한 병력의 전투 참여를 막기 위한 양국의 강한 경고 메시지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북한과 러시아가 이미 레드라인을 넘은 거고요, 파병 자체로. 현재로선 전투에 참여하는 게 두번째 레드라인이거든요. 1차 레드라인을 넘은 상태에서 현재는 두번째 레드라인을 넘는 걸 막는 게 중요합니다. 지금 상황은 러시아와 북한 행동을 관리하는 단계다, 이제 이것을 협의하는 협의 구도가 만들어졌다 이렇게 봐야겠죠.”

블링컨 장관과 조 장관은 별도의 미한 외교장관회담도 개최해 양국 동맹과 미한일 협력, 북한 문제 관련 공조 방안을 협의할 예정입니다.

진행자) 김 기자, 현 시점에서 관심사는 북한 병력이 언제 어느 곳에 투입되느냐 아니겠습니까? 벌써부터 전선 투입 움직임과 관련한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러시아에 파견돼 훈련 중인 북한군의 실전 투입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 가운데,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익명의 우크라이나 정부 당국자와 미 당국자 등을 인용해 북한군 수천명이 러시아 본토 격전지인 쿠르스크에 도착하기 시작했다고 25일 보도했습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이미 북한군이 23일 쿠르스크에서 목격됐다고 발표했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5일 북한군이 27∼28일 전투지역에 투입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이들 북한 군인들이 러시아를 도와 어떤 역할을 할 지에 대해 어떤 분석이 나오나요?

기자) 한국 내 민간연구기관인 아산정책연구원 양욱 박사는 북한군이 러시아에 들어온 지 얼마 안돼 전선에 투입된다면 이는 특정 지역에 붙박혀서 방어만 전담하는 수동적인 역할, 자칫 총알받이 역할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제대로 공격 부대로서 전선에 투입되려면 상당 기간 현지 적응훈련과 러시아군과의 통합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게 양 박사의 설명입니다.

[녹취: 양욱 박사] “아예 한 지역을 맡겨서 그 지역에 병력을 배치시켜놓고 너의 임무는 그냥 막는 것이 임무다라고 해서 그 임무만 주어질 경우엔 짧은 시간에도 투입할 가능성은 있는 거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공개된 북한군 영상과 미 행정부 당국자들을 인용해 이번에 쿠르스크에 집결한 군인들은 10대에서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징집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이들로 추정된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가장 훌륭하고 뛰어난 군인들이 아닐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번에 북한이 파병한 부대가 이른바 ‘폭풍군단’으로 불리는 정예 특수부대로 알려지지 않았습니까? 그렇다면 공격 작전에 직접 참여할 가능성이 큰 것 아닌가요?

기자)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폭풍군단’으로 불리는 북한의 11군단이 저격병, 경보병, 적 후방 침투 요원 등 구성이 다양하다면서 정보가 부족한 현 시점에서 북한 병력이 어떤 역할을 할 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박 교수는 쿠르스크에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치열하게 전투가 벌어지고 있지만 러시아가 탈환한 지역도 꽤 있기 때문에 복구도 함께 필요할 수 있다며 북한군이 공병과 같은 후방지원 역할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조심스러운 게 쿠르스크도 여전히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최전선 중 하나잖아요. 그래서 거기서, 쿠르스크 지역에서도 최전선이 아닌 후방에서 움직일 지 정말 전투병력으로 갈 지 그 부분은 확인이 필요한데 만일 전투로 간다면 적지 않은 피해가 발생하겠죠.”

진행자) 이런 가운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군부 핵심 측근이 러시아에 들어갔다는 소식도 있군요.

기자) 네, 일본 ‘교도통신’은 우크라이나군 소식통을 인용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군부 측근 중 한 명인 김영복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부총참모장이 러시아로 최근 파견된 북한군 부대의 총책임자 자격으로 러시아에 입국했다고 26일 보도했습니다.

‘교도통신’은 김 부총참모장의 정확한 러시아 입국 시기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지난 24일 시점에 러시아에 체류 중인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했습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러시아군이 작성한 북한군 파견부대 간부 명단을 우크라이나 당국이 입수했는데 그 명단의 가장 높은 곳에 김영복의 이름이 있었습니다.

북한 군부 내 대표적인 ‘특수작전통’으로 알려진 김영복은 11군단장과 11군단을 확대개편한 특수작전군 사령관을 연달아 지낸 인물입니다.

김영복은 특히 사령관 임명 직전 소장에서 현재 계급인 상장으로 두 계급이나 특진해 주목을 받았고 지난 3월 김정은 위원장이 서부지구 중요 작전훈련 기지를 방문했을 때 수행원 명단에 포함되면서 부총참모장 지위에 오른 게 확인됐습니다.

김영복은 이후 지난달 김 위원장이 평안북도 수해지역 복구 현장을 점검했을 때와 이달 초 ‘오진우 포병종합군관학교’ 시찰 당시에도 동행했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김영복 부총참모장이 러시아 현지에서 어떤 역할을 맡게 될까요?

기자) 전문가들은 김영복이 특수작전통이긴 하지만 북러 간 군사협력이 끊어진 지 오래됐기 때문에 전장에서 작전 지휘를 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습니다.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는 김 부총참모장이 인솔한 병력들의 실전 능력 또는 작전 능력을 현장에서 테스트하고 데이터화하는 일에 집중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홍민 박사] “러시아군이 2년 넘게 해 온 전장에서 어떤 특정 지휘역할을 맡을 수 있을까요? 그건 제가 보기엔 불가능해요. 왜냐하면 사전에 상당한 교감과 훈련이 있었다면 모르겠는데 바로 투입된 부대에 김영복이 과연 지휘역할까지 수반하겠느냐 그래서 제 생각엔 일단 인솔하고 가서 이들이 초기에 어떻게 적응하고 이들의 실전성이 어느 정도 되고 이걸 데이터화하는 작업을 주로 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합니다.”

박원곤 교수는 1만2천명이라는 적지 않은 파병 규모를 감안하면 김 위원장의 핵심 측근이 직접 나서는 게 이상하지 않다며 병력 수급 등 러시아와의 협력과 조율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