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국 대선을 닷새 앞두고 동해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습니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대한 국제사회 비난 여론에 대응한 무력시위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서울의 김환용 기자를 연결해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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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북한이 한동안 뜸했던 ICBM 도발에 나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군은 31일 오전 7시 10분쯤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탄도 미사일 1발을 포착했습니다.
이 탄도미사일은 고각으로 발사돼 약 1천km비행 후 동해상에 탄착했다고 합참은 전했습니다.
일본 방위성에 따르면 북한의 ICBM은 86분간 비행했고 정점고도는 약 7천km로 파악됐습니다.
이는 지난해 7월 고체연료 ICBM ‘화성-18형’ 시험 발사 당시 비행시간인 74분을 넘어 역대 최장시간입니다.
북한의 ICBM 도발은 올해 들어 처음이고 지난해 12월 18일 화성-18형을 발사한 지 약 10개월만입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지난달 18일 신형 전술탄도미사일 ‘화성포-11다-4.5’을 쏜 지 43일만입니다.
진행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번 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발언도 이례적으로 빨리 보도됐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북한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이날 ICBM 발사현장에서 “이번 발사는 최근 들어 의도적으로 지역정세를 격화시키고 공화국의 안전을 위협해온 적수들에게 우리의 대응의지를 알리는 데 철저히 부합되는 적절한 군사활동”이며 “우리 국가의 전략공격무력을 부단히 고도화해나가는 노정에서 필수적 공정”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공화국은 핵무력 강화 노선을 절대로 바꾸지 않을 것임을 확언한다”
고 강조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최근에 목격하고 있는 적수들의 위험한 핵동맹 강화 책동과 각양각태의 모험주의적인 군사활동들은 우리의 핵무력 강화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켜주고 있다”고 강변했습니다.
이번 입장은 북한이 ICBM을 발사한 지 다섯 시간 만에 나왔습니다.
이와는 별도로 북한 국방성 대변인은 ICBM 발사 사실을 발표하며 미사일총국이
“매우 중대한 시험을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대변인은 이번 ICBM 발사가 국가수반의 명령에 따라 진행된 것으로 “전략미사일능력의 최신기록을 갱신”했고 “세계 최강의 위력을 가진 북한의 전략적 억제력의 현대성과 신뢰성을 과시했다”고 자평했습니다.
진행자)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요?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군의 북한 ICBM 발사 포착 직후 국가안보실로부터 보고를 받고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 도발에 강력히 대응하면서 북한이 어떠한 기습 도발도 획책할 수 없도록 빈틈없이 대비하라”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지시했다고 대통령실이 전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또 이날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4 대한민국 소상공인 대회’에 참석해 “오늘 아침 북한이 ICBM을 발사했다”며 “뒤로는 몰래 러시아에 용병을 보내고, 앞으로는 우리의 안보를 직접 겨누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 군 당국은 북한의 ICBM 도발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안찬명 합참 작전부장입니다.
[녹취: 안찬명 작전부장] “우리 군은 김정은 정권의 불법적이고 무모한 도발을 규탄하며, 지속적인 오물·쓰레기 풍선 살포와 러시아에 총알받이 용병 파견, 핵실험 준비 등 한반도와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또 미한 두 나라 공군은 서해와 중부 내륙 공역에서 대규모 연합공중훈련을 실시했습니다.
이번 훈련엔 한국 공군이 F-35A와 F-15K 등을,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에선 F-35B와 F-16 등을 총 110여 대 동원했습니다.
합참은 해당 훈련 사실을 알리면서 북한의 이동식 발사대(TEL)를 모사한 표적을 F-15K가 공격해 폭파하는 사진을 함께 공개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와 함께 북한의 고체연료 탄도미사일 개발에 사용될 수 있는 물품들을 감시 대상으로 신규 지정했습니다.
해당 물품은 고체추진제와 동체, 연소관, 구동 장치 등 북한이 자체 생산하기 어려운 15개 품목입니다.
외교부는 이들 물품들이 ‘국제평화와 안전유지 등 의무 이행을 위한 무역에 관한 특별 고시’에 따라 제3국을 우회한 북한으로의 수출이 금지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북한이 이번에 전략도발에 나선 배경에 대해선 어떤 분석들이 나오고 있습니까?
기자)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을 정면돌파하겠다는 메시지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는 러시아가 최근 북서부 플레세츠크 발사장에서 캄차카반도를 향해 야르스 ICBM을 시험발사하는 등의 대규모 핵 공격 훈련 직후 북한의 ICBM 발사가 있었다는 점을 주목했습니다.
[녹취: 홍민 박사] “파병 국면에서 국제사회가 자꾸 문제를 삼으면서 이걸 압박하려는 분위기에 대해서 우리는 조약에 따라서, 국제법에 따라서 하는 것도 있지만 우리는 핵 국가 대 핵 국가의 동맹이야, 함부로 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강력하게 발신하는 의미가 있겠고 향후 정면 돌파하겠다 이렇게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봐야겠죠.”
한국 민간연구기관인 아산정책연구원 양욱 박사는 북한이 러시아에 포탄과 무기를 대량 공급하고 있고 파병 규모도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북한의 자위력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과시하려는 차원에서 ICBM을 동원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북한의 ICBM 도발은 기본적으로 미국에 대한 메시지가 담겨 있지 않습니까? 이와 관련해선 어떤 분석이 나오나요?
기자) 북한의 이번 도발은 미 대선을 불과 5일 앞둔 시점에서 이뤄진, 미 본토 공격을 상정한 전략 도발이라는 점에서 대미 압박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관측입니다.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이 미 대선 이후 차기 행정부와의 협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자신들의 핵 보유국 지위를 기정사실화하려는 행보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북한 핵을 인정하고 핵을 동결시키고 대미 공격능력 확보를 막는 동시에 비확산에 주력하겠다 이게 국제사회와 미국의 이해관계거든요. 이 흐름을 북한도 읽고 있다, 따라서 적정수준의 존재감을 통해서 대선 이후 흐름을 보여주는 행보로 본다, 만약 정말로 미 대선에 결정적 영향을 주거나 파국적 결과를 의도했다면 정상각도 발사나 핵 실험을 했겠죠.”
진행자) 기술적인 측면에서 북한의 이번 ICBM 발사의 목적도 궁금한데요, 북한은 이번 발사를 통해 매우 중대한 시험을 했다고 밝히지 않았습니까? 새 기종의 미사일을 쏜 걸까요?
기자)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북한이 이번에 쏘아 올린 ICBM의 비행시간은 86분, 최고 고도는 7천km 이상으로 모두 역대 최고 수준입니다.
기존 화성-18형도 정상각도(30∼45도)로 발사하면 미 본토 전역을 타격권에 넣을 수 있는 수준인 1만5천km가 넘게 비행이 가능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보다 더 사거리를 늘린 겁니다.
이성준 한국 합참 공보실장은 그 이유에 대해 더 무거운 탄두를 장착하고도 미 전역을 타격하는 데 목적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실장은 “현재까지 초기 판단한 것으론 북한이 신형 고체 추진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권용수 국방대학교 명예교수는 북한에게 필요한 건 또 다른 ICBM이 아닌 미 본토 방어망을 뚫을 수 있는 다탄두미사일(MIRV) 기술의 완성이라며 이번에 관련 시험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권용수 명예교수] “동일한 화성-18형 고체연료 ICBM을 발사해서 86분 동안 이렇게 비행을 했다면, 10분 이상 더 길게, 이건 비행 중에 뭔가를 했다는 얘기거든요. 제가 볼 때는 MIRV에 대한 성능 및 기능을 확인하기 위한 ICBM 시험발사라고 생각을 하는 거죠.”
한국 군 당국은 “최근에 북한이 공개했던 12축짜리 텔(TEL)에서 발사했을 가능성이 있어서 추가로 분석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