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유엔사’ 놓고 공방…‘노스 코리아’ 호칭 문제로 회의 중단되기도

김인철 북한 대표부 참사관이 한국의 '노스 코리아' 발언을 문제 삼아 의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출처=UNTV

북한과 한국이 ‘유엔군사령부’ 적법성 여부를 놓고 유엔총회 회의에서 또다시 충돌했습니다. 북한을 ‘노스코리아(North Korea)’로 지칭하는 문제로 신경전도 벌어진 가운데 북한의 이의제기로 회의가 잠시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인철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참사관은 6일 특별정치와 탈식민 문제를 다루는 제4위원회 회의에서 유엔군사령부(유엔사)가 ‘유엔’이라는 명칭을 불법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유엔사 문제로 남북 충돌

매년 4위원회는 물론 군축 문제를 다루는 제1위원회와 법률을 다루는 제6위원회 등에서 유엔사가 유엔과 관계없는 조직이라며 해체를 주장해온 김 참사관이 올해도 어김없이 같은 입장을 밝힌 것입니다.

김 참사관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와 유엔의 위신과 공정성 회복을 위해 유엔군사령부 해체에 관한 유엔총회 결의안이 채택된 지 40년이 넘었다”며 유엔사를 정면으로 겨냥했습니다.

이어 “그러나 이 불법 단체는 이제 부활과 확장의 조짐을 보이며 공격적이고 도발적인 성격을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유엔이 매년 발행하는 ‘핸드북’마저 유엔사를 소개하고 있다며, 시정을 요구했습니다.

[녹취: 김 참사관] “Over 40 years have passed since the UNGA resolution on the dissolution of the UN Command was adopted to ensure lasting peace on the Korean Peninsula and resotre the prestige and impartiality of the UN. But this illegal entity is now showing a sign of revival and expansion, revealing its aggressive and provocative nature more glaringly.”

김 참사관이 언급한 결의는 지난 1975년 제30차 유엔총회가 채택한 ‘유엔사 해체 결의안’입니다.

북한은 이 결의를 근거로 유엔사를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당시 유엔총회는 이 같은 북한 측 입장에 대응해 남북 대화 촉구 등 한국의 입장을 담은 별도의 결의도 동시에 채택하면서 한쪽의 일방적 조치만을 강요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정재혁 한국 유엔대표부 1등 서기관이 발언을 멈추고 의장석을 바라보고 있다. 출처=UNTV

북한, 한국 발언 중단시켜

이 같은 북한의 주장에 유엔주재 한국대표부 정재혁 1등 서기관이 반박권을 요청해 대응했습니다.

그런데 발표를 시작하자마 김 참사관이 발언 중단을 요청하면서, 정 서기관은 말을 멈춰야 했습니다.

정 서기관은 발표 초반부에 북한을 ‘DPRK’가 아닌 ‘노스 코리아(North Korea)’로 지칭했는데, 이에 대해 김 참사관이 의장에게 ‘포인트 오브 오더’ 방식으로 이의를 제기한 것입니다.

[녹취: 정재혁 서기관] “My delegation would like to exercise a right of reply in response to the remarks made by North Korea the UN. The UN Command was established based on UN Security Council resolution 84 in 1950…”

‘포인트 오브 오더(point of order)’는 각국의 발언이나 회의 진행이 절차에 어긋날 때 행사할 수 있는 절차로, 이 때 의장은 특정국의 발언을 중단시켜야 합니다.

김 참사관은 한국의 발언이 멈춘 직후 “우리는 한 대표단이 유엔 용어에 따른 회원국의 공식 명칭을 부르지 않는 등 절차 규칙을 의도적으로 무시한 데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며 ‘포인트 오브 오더’를 요청한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최근 북한과 한국은 유엔총회 회의에서 북한을 지칭할 때 ‘노스 코리아’를 사용하는 문제를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처럼 회의 중에 상대국의 발언을 중단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한국의 정 서기관은 곧이어 발언을 재개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도 정 서기관은 ‘북한’을 ‘노스 코리아’로 지칭했습니다.

[녹취: 정 서기관] “The UN Command was established based on UN Security Council resolution 84 in 1950 to carry out its functions of maintaining peace and security on Korean peninsula. The information in the UN handbook with regard to the UN Command, is based on such facts. Therefore, North Korea's allegation that the UN Command has nothing to do with the UN and that the UN handbook carries disordered information is false and perilous.”

“유엔사는 1950년 유엔 안보리 결의 84호에 근거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 유지 기능 수행을 위해 설립됐고, 유엔 핸드북의 유엔사 관련 내용은 이런 사실을 근거로 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어 “따라서 유엔사가 유엔과 무관하고, 유엔 핸드북에 왜곡된 정보가 담겼다는 북한의 주장은 허위이며 위험천만한 주장”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자 김 참사관은 이번에도 ‘포인트 오브 오더’를 요청해 한국 발언에 대한 중단을 시도했습니다. 다만 정 서기관이 발언을 다 마치는 바람에 발언은 중단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김 참사관이 재차 이의를 제기하자 의장은 대책을 논의하겠다며 5분간 정회를 선언했습니다.

‘남북’의 신경전이 회의 중단으로까지 이어진 것입니다. 이후 의장은 ‘각국이 예의를 지켜달라’는 짧은 말로 회의를 재개했습니다.

그러나 한국과 북한의 공방은 계속됐습니다.

한국 북한, 얼마 전까지 사우스 코리아 사용

김 참사관은 추가 발언권을 요청해 유엔사가 불법이라는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했습니다. 여기에 정 서기관이 또 대응하면서 ‘설전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정 서기관은 “유엔사가 1950년 북한이 일으킨 한국 전쟁에 대응해 유엔 안보리가 채택한 결의에 따른 조직”이라는 주장으로 대응했습니다.

또 김 참사관이 ‘노스 코리아’ 지칭 문제를 지적한 것과 관련해선 북한이 최근까지 한국을 ‘사우스 코리아’ 혹은 ‘SK’로 부르고, 유엔에 제출한 문건에 ‘사우스 코리아’의 S 철자를 소문자로 기재한 사실을 지적했습니다.

이어 “이제는 (북한이) 존중을 요구하고 있지만, 존중은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적인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 참사관은 또 발언권을 요청했습니다.

다만 정착 발언 차례가 돌아오자 “우리는 한국 측의 무분별하고 무모한 발언에 대해 더 이상 대응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짧게 말했습니다.

[녹취: 김 참사관] “The ROK’s right of reply merits no further response and then, so we do not feel to need to take the floor to respond to any, make any comment on the ROK’s senseless and reckless remark.”

올해 남북 설전 잦아

올해 유엔총회 회의에선 한국과 북한의 설전 상황이 자주 벌어지고 있습니다.

양측은 지난달 21일과 22일, 24일, 28일, 30일 열린 유엔총회 1위원회 회의에서 북러 군사협력과 북한군 파병, 핵개발 문제 등을 놓고 격돌했으며, 23일과 25일에는 인권 문제를 다루는 3위원회에서 열악한 북한의 인권 현실을 두고 설전을 이어갔습니다.

특히 남북은 지난달 30일 회의에서도 북한의 호칭 문제를 두고 격돌했습니다.

이날 북한 대표는 한국이 자신들을 ‘노스 코리아’로 지칭한 데 대해 “외교관의 위치에서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반발했고, 이에 한국의 김일훈 제네바 주재 참사관은 “이번 회의를 통해 들은 것처럼 북한은 한국을 ‘속국’, ‘군사 식민지’로 불렀지만 이제는 존중을 요구하고 있다”며 비판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