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에 대한 북한의 무단 사용 정황이 계속 확인되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 소유 부지에 대형 물체가 등장하고, 차고지에선 버스가 사라졌는데, 올해 유독 이런 변화가 많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Your browser doesn’t support HTML5
북한 개성공단에서 또다시 변화가 관측됐습니다.
개성공단 중심부의 한 공장 지대를 촬영한 18일 자 ‘플래닛 랩스(Planet Labs)’의 위성사진에는 직사각형 모양의 하얀색 물체가 보입니다.
대형 물체 등장…자재 혹은 간이 건물 가능성
물체의 크기는 가로 30m, 세로 약 15m이며, 등장 시점은 지난 5일부터입니다.
비슷한 물체는 개성공단 북쪽 지대의 한 공터에서도 발견됐습니다. 이 물체는 9일부터 해당 지점에 등장했습니다.
위성사진의 화질이 낮아 정확한 종류는 알 수 없지만 작지 않은 크기로 볼 때 많은 양의 자재를 쌓아둔 것이거나, 짧은 시간 내 만들 수 있는 간이 건물이 세워졌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체의 종류와 관계없이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여전히 북한이 개성공단에서 모종의 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버스 차고지 한쪽 지대 정리돼
변화가 확인된 또 다른 곳은 개성공단 내 버스 차고지입니다.
18일 자 위성사진에선 차고지의 서쪽 지대가 맨 바닥을 드러낸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주차된 버스가 모두 정리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대신 바로 옆 중앙 부분에는 차량이 이전보다 조금 더 늘어난 모습입니다.
과거 한국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는 개성공단이 정상 운영되던 시절 북측 근로자 출퇴근 편의 제공을 위해 한국 현대자동차의 에어로시티 버스 290여 대를 제공했습니다.
이들 버스는 개성공단이 폐쇄된 2016년, 약 30대를 제외한 260여 대가 개성공단 차고지에 남겨졌습니다. 그러나 이후 차량의 수가 점차 줄어들었고, 약 8년이 지난 최근엔 130대 정도만이 차고지에서 발견됐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추가로 차량이 정리되면서 그 수는 더 적어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개성공단 곳곳에서 변화 포착
개성공단에서는 이처럼 최근 들어 많은 변화가 포착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개성공단을 무단으로 가동하거나, 본격적인 재가동을 준비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VOA는 지난 9월 개성공단 도로 약 21곳의 횡단보도가 새롭게 도색됐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또 최근 개성공단 내 한 부지에는 가로 50m, 세로 10m 규모의 건물이 완공된 것으로 나타났고, 이전까지 수풀이 우거진 빈 공터 여러 곳에선 정지작업 흔적이 포착됐습니다.
그 외에도 북한은 개성 쪽 기존 출입구를 철거한 후 새로운 형태로 재건했으며, 출입 시설 외곽 지역에는 가로 37m, 세로 22m 크기의 건물을 신축했습니다.
아울러 최근 1년 간 개성공단 내 공장 부지와 도로, 공터에선 버스와 승합차, 트럭 등이 발견되고, 일부 공장에선 자재가 없어지거나 나타나는 등의 움직임이 확인됐습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은 지난 9월 VOA에 개성공단에서 포착된 여러 변화가 김정은 위원장이 추진하는 ‘지방발전 20X10 정책’의 일환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이미 개성공단에 공장들이 존재하고 있으므로, 새로운 공장을 짓기보다는 기존의 시설을 재활용하고 이를 기반으로 더 발전시키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뱁슨 전 고문] “I wouldn't be surprised because given the kind of rural development policy that Kim Jong-un's been pushing since the beginning of the year, late last year, this would be an easy one, because they're already the factories are already built in the rural part of the country, you know, outside of Pyongyang. So you could see why it would be rational for them to say let's repurpose and build on what we've already have in hand, rather than having to send the army in to build new factories like they're doing in other places of the country.”
실제로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1월 최고인민회의에서 매년 20개 시와 군에 10년간 현대적 공장을 건설하겠다는 ‘지방발전 20x10 정책’ 사업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이미 현대적 공장이 즐비한 개성공단은 새로운 공장 건설보단 기존 시설에 대한 개선과 보수 작업이 더 합리적일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개성공단은 2005년 남북 교류 활성화를 목적으로 가동을 시작했으며, 최대 5만 명의 북한 근로자를 고용해 120여 개 한국 기업이 운영됐으나, 2016년 북한의 핵 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시험 이후 한국 정부는 공단 가동 중단을 결정했습니다.
이후 북한은 한국 측 자산을 동결하고, 2020년에는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