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회 산하 인권담당 위원회가 이번에 채택한 북한인권결의안은 북한의 남북관계에 대한 ‘적대적 두 국가’ 규정 등 구체적인 사안들을 포함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대남 적대정책이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하고 북한 주민의 인권을 한층 악화시킬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서울의 김환용 기자를 연결해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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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우선 유엔총회 3위원회가 이번에 채택한 북한인권결의안이 어떤 특징이 있는지 정리해주시죠.
기자) 결의안은 심각한 북한 인권 상황을 조명하고 개선을 위한 조치들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주목되는 부분은 “북한이 2024년 1월 대한민국과 통일을 더는 추구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고 지적하고, 이런 정책 방향이 “이산가족 문제를 포함한 인권 상황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한다”고 밝힌 대목입니다.
결의안은 또 북한의 반동사상문화배격법과 청년교양보장법, 평양문화어보호법 등 이른바 ‘3대 악법’에 대해서도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하고 있다며 폐지 또는 개혁을 요구했습니다.
진행자) 한국 정부는 이번 결의안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기자) 한국은 이번 결의안의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했는데요, 결의안이 컨센서스로 채택된 데 대해 환영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한국 외교부는 대변인 논평을 통해 “올해는 특히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 보고서 발간 10주년을 맞이하는 해로, 국제사회가 이번 결의를 통해 심각한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상황 개선을 위한 북한의 행동을 촉구하는 일관되고 단합된 메시지를 발신한 점을 평가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정부는 이번 결의안 문안 협의 과정에 적극 참여해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주장이 이산가족의 인권을 포함한 북한 인권 상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우려하는 내용을 새로 반영하는 등 결의 문안 강화에 기여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함께 “이번 결의에는 납북자, 이산가족 등이 겪고 있는 강제분리 상황, 북한이 전쟁포로의 대우에 관한 제네바협약에 따라 미송환 전쟁포로를 송환할 의무를 지속적으로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 북한으로 송환된 여성과 여아들에 대한 강제낙태와 영아 살해에 대해 우려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이번 결의안은 ‘적대적 두 국가’ 주장이 북한의 대남정책 전환 차원을 넘어 남북한 간 많은 인도적 문제 해결에도 새로운 장애물이 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고 볼 수 있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이 한국을 교전 중인 적대국으로 규정함으로써 이산가족은 물론 탈북민에 대해서도 통일을 지향하는 동족이라는 특수성을 배제하고 해당 문제를 접근하겠다는 얘기라고 말했습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박사는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주장에 입각해선 이산가족, 탈북민 문제 등 남북한 사이 여러 인도적 사안들을 풀어 나가기가 한층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장용석 박사] “한국전쟁 또는 분단 과정에서 헤어진 분들 범주가 있고 최근엔 탈북민이 3만명이 넘어가면서 그들 또한 새로운 범주의 이산가족이 되고 있고 납북자 문제 등 이런 문제가 같이 있기 때문에 남북관계에서 적대적 두 국가라는 게 인도적 차원의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굉장히 큰 장애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엄연히 존재하는 것 같고요.”
장 박사는 또 북한 당국이 한국을 적대국으로 간주하는 태도가 강해질수록 주민들에 대한 정치적 감시와 탄압도 심해질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진행자) 북한의 이른바 ‘3대 악법’이 결의안에 명시된 건 어떤 의미가 있는 건가요? 또 북한이 이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기자) 고유환 동국대 명예교수는 북한의 반동사상문화배격법과 청년교양보장법, 평양문화어보호법 등은 모두 체제를 흔들 수 있는 외부로부터의 사상 유입을 차단하기 위한 장치라며 이번 결의안은 북한의 이런 조치들이 최근 이어지고 있는 데 대한 우려와 비판을 제기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유환 명예교수] “최근엔 우리국가제일주의를 내걸고 대한민국과의 관계를 차단하고 외부로 들어오는 흐름들을 차단하는 조치들을 취하니까 대한민국이 주도해서 그런 결의안을 채택하고, 그러니까 자유의 확산이라는 관점에서 그런 결의안이 나왔다고도 볼 수 있겠죠.”
고 명예교수는 유엔의 이런 결의안에 대해 북한은 미국과 추종세력들의 자신들에 대한 고립 압살 책동이라는 기존 논리를 내세우면서 사회주의 건설과 승리를 향해 자기 길을 가겠다는 일종의 무시전략으로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이처럼 국제사회의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문제 제기가 지속되고 있지만 한국 내에선 아직도 북한인권법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2016년 시행된 한국의 북한인권법 제10조는 북한인권재단의 설립을 규정하고 있지만 8년째 재단이 출범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재단 구성 시 이사장 포함 12명 이내의 이사를 두게 돼 있는데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야당 몫의 이사 후보 추천을 계속 거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통일부는 지난 18일에도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을 요청하는 공문을 국회에 발송했습니다.
이번엔 서울고등법원이 관련 소송에서 지난달 17일 내린 ‘재단 이사를 추천하지 않는 것은 위법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함께 제시했습니다.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은 이와는 별도로 국회 추천이 없어도 정부가 북한인권재단 이사를 임명할 수 있도록 한 북한인권법 개정안을 당론 발의했습니다.
북한인권재단은 북한인권 실태를 조사하고 관련 연구와 정책개발 등 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조직입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이에 대한 제1야당의 입장은 무엇인가요?
기자) 문재인 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은 지난 19일 ‘국회방송’에 출연해 인권 증진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국내 정치에 활용하거나 대북 압박을 위한 도구로 인권을 무기화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게 기본 생각이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과반이 넘는 의석수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협조 없이 국민의힘이 발의한 개정법안이 통과되긴 힘듭니다.
조한범 박사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북한 인권 문제는 이제 방관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3대 악법 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최악의 인권 침해 상황으로 가고 있거든요. 그렇다면 인권 문제만큼은 진영과 여야를 넘어서 적극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고 여야가 공감대를 형성해서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거든요.”
조 박사는 남북관계 특수성을 내세워 관계 악화를 막기 위해 인권 문제 부각을 자제해야 한다는 논리가 더 이상 통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