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여정, 또 대북 전단 비난 담화…한국 서북도서 해상 사격훈련

26일 북한측 국경 인근의 비공개 지역에 한국에서 날려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풍선이 바닥에 떨어져 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또 한국 측에서 대북 전단을 뿌렸다고 비난하는 담화를 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 군은 80여일만에 북한과의 접경 지역인 서북도서 해상 사격훈련을 실시했습니다. 서울의 김환용 기자를 연결해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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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여정, 또 대북 전단 비난 담화…한국 서북도서 해상 사격훈련

진행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또 대남 담화를 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김여정 부부장은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26일 남쪽 국경선 부근의 여러 지역에 한국 쓰레기들이 날려 보낸 각종 정치선동 삐라와 물건짝들이 또 다시 떨어졌다”고 밝혔습니다.

26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한국 측에서 날려 보낸 대북 전단에 대해 올린 담화문. (화면출처: 조선중앙통신)

김 부부장은 “해당 지역의 안전보위기관들에서는 구역 봉쇄와 수색 및 수거, 처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 부부장은 그러면서 “또 다시 반공화국 정치모략 선동물을 살포하며 신성한 우리의 영토를 오염시키는 도발을 감행한 한국 것들의 더러운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비난했습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한국 측이 살포했다는 전단과 쓰레기가 담긴 풍선들의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진행자) 김 부부장의 대북 전단 비난 담화는 앞서 여러 차례 있지 않았습니까? 아무래도 북한의 대응 행동을 예고한다고 봐야겠죠?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기자) 그렇게 볼 수 있겠습니다. 김 부부장은 앞서 지난 17일에도 한국 측에서 대북 전단이 살포됐다며 비난하는 담화를 냈고 북한은 그 이튿날 새벽 대남 쓰레기 풍선을 살포했습니다.

강동완 동아대 교수는 향후 수일간 강한 북서풍이 예고돼 있다며 김 부부장의 담화는 전단을 섞은 대남 쓰레기 풍선을 띄우기 위한 명분용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강동완 교수] “김여정이 보낼 땐 이런 바람을 고려할 수밖에 없고 대남 전단을 보내야 하는 하나의 명분으로서 담화를 발표한 것으로 생각이 들고 김여정으로선 지금 대남 전단을 통해서 남한사회에 어떤 메시지라든지 남남갈등을 유발해야 되는 그런 전략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생각이 들죠.”

북한은 한국 민간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에 반발해 지난 18일까지 올해에만 31차례 대남 쓰레기 풍선을 살포했습니다.

지난달엔 한국 군이 운용하는 무인기가 평양에 침투해 전단을 살포했다고 주장하면서 자신들도 무인기를 이용한 대남 전단 살포에 나설 수 있다는 위협을 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한국에선 대북 전단을 살포하려는 민간단체와 북한과의 접경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한국 민간단체인 납북자가족모임이 강원도 동해안 최북단인 고성 지역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강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지역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4년 10월 한국 경기도 파주에서 탈북민단체 회원들이 대북전단이 매달린 풍선을 북쪽으로 날리고 있다. (자료화면)

고성 지역 10여개 단체로 구성된 대북전단 살포방지 비상대책위원회는 26일 성명을 통해 “지역주민의 희생을 담보 삼아 대북 전단 살포 행위를 자행하는 단체들에 대해 엄중히 경고한다”며 “대북 전단 살포로 인한 생존권의 위협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비대위는 대북 전단 살포가 예고된 집회 신고지를 농기계로 선 점유한다고 지난 25일 밝혔습니다.

이어 고성군 금강산콘도 인근에 트랙터와 화물차 등을 다음달 18일까지 주차하는 등 납북자 단체 관계자들이 모이는 걸 원천 차단하고 있습니다.

고성군은 지난 20일부터 거진읍과 현내면 전역을 위험구역으로 설정하고 해당 지역에 대북 전단 살포 관계자 출입 등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에 앞서 경기도는 지난달 16일부터 파주시와 연천군. 김포시내 11곳을 위험구역으로 설정하고 대북 전단 살포 목적의 출입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전단을 살포하겠다는 민간단체들은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을 보이고 있나요?

기자) 납북자가족모임과 자유북한운동연합회 등 단체들은 주민들의 반발에도 소식지와 대북 전단 등을 살포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이들은 지난 19일 속초해양경찰서를 찾아 대북 전단 살포 계획 등을 논의하는 한편 고성경찰서를 찾아 대북 전단을 육상에서도 살포하기 위해 다음달 중순까지 집회신고를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난 6월 한국 내 탈북민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은 대북 전단 20만장을 북한에 살포했다며 영상을 공개했다. (자료화면)

이어 지난 22일엔 “지자체에서 대북 전단 살포를 막는 것은 표현의 자유 침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습니다.

이와 별도로 고성군과 파주시 등을 상대로 위험구역 설정 집행 중단을 요구하는 가처분신청도 낼 방침입니다.

최성룡 납북자가족모임 대표는 “우리가 하려는 것은 대북 전단 살포가 아니라 납치된 가족 소식지를 보내려는 것이고 북한에 납치된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려는 것”이라며 “실제 살포를 할 경우 사전에 공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최성룡 대표] “이게 지금 탈북자들이 보내는 대북 전단도 아니고 이번에 보내는 소식지는 (납치된) 제 부친과 학생들 얘기거든요. 제 입장에선 속상해요.”

진행자) 김 기자, 남북한 간 심리전이 장기화하면서 한국 국민들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는 거군요.

기자)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접경 지역 주민들이 전단 살포단체를 상대로 풍선에 2.5kg 이상의 물체를 실어 날리면 벌금형에 처할 수 있는 항공법 위반으로 고발하는 등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남북 간 국경 파주에서 보이는 한국 군 초소(아래)와 북한군 초소(위).

남북한 심리전이 길어지면서 한국 국민들의 피로감도 높아지고 있고 남남갈등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겁니다.

조 박사는 또 김여정 부부장이 이번 담화에선 한국을 규탄하면서도 보복을 언급하지 않았다며, 북한도 마땅한 수단 없이 보복을 자꾸 언급하는 데 부담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필요 이상으로 많은 담화를 내는 건 결국 계속해서 북한도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따라서 이 상황을 중단시키기 위해서 북한도 지금 경고를 하고 있고 이제 문제는 양측이 신경전이 오가다 보면 우발적 무력충돌로 갈 수 있거든요, 원하지 않는. 이게 제일 걱정되는 상황입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한국 군이 북한과의 접경 해상에서 포 사격훈련을 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한국 해병대사령부에 따르면 서북도서방위사령부 예하 해병 6여단은 27일 백령도에서 해상 사격훈련을 실시했습니다.

지난 6월 서북도서방위사령부 예하 해병대 제6여단과 연평부대가 연평도와 백령도 인근에서 K9 자주포와 다연장로켓 천무 등 해상 사격훈련을 실시했다.(자료화면)

이번 사격은 연례적이고 방어적 성격의 훈련으로, K-9 자주포가 참가해 남서쪽 가상의 해상 표적을 향해 200여 발을 사격했다고 해병대는 전했습니다.

K-9은 서북도서 해병대 전력의 핵심 주포로서, 최대 사거리는 40km이며 분당 6∼8발의 155mm 포탄을 쏠 수 있습니다.
해병대가 서북도서 해상 사격훈련을 실시한 건 지난 9월 5일 이후 82일 만입니다.

해병대는 2018년 9.19 남북 군사합의 체결로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이 적대행위를 금지하는 완충구역으로 설정됨에 따라 서북도서 해상 사격훈련을 중단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올해 1월 5일 북한 포 사격에 대한 대응 차원으로 일회적으로 서북도서 해상 사격훈련을 실시했습니다.

이후 북한이 대남 오물·쓰레기 풍선 살포, 탄도미사일 발사 등 복합 도발에 나서자 한국 정부는 6월 4일 9.19 군사합의 전면 효력 정지를 결정했고, 해병대는 같은 달 26일 서북도서 해상 사격훈련을 7년 만에 재개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