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과 독일, 에스토니아 외교 수장이 북한군 파병 등 북러 군사협력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심화되는 두 나라 협력을 방치하면 국제 안보 질서가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습니다. 이조은 기자입니다.
Your browser doesn’t support HTML5
유럽연합(EU)의 카야 칼라스 신임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한 전쟁에서 중국, 이란, 북한의 지원에 의존하는 러시아를 비판했습니다.
[녹취:칼라스 고위대표] “It is also very clear that Russia would be much weaker in this war [of aggression] without the help of China, Iran and North Korea. That is also very clear that it is not a European issue. It is actually much wider global issue. That’s why we also intend to reach out [to] our global partners to really emphasise what is at stake here and why is also in their interest to support Ukraine.”
“러우 전쟁, 유럽만의 문제 아냐”
칼라스 고위대표는 유럽연합 새 지도부가 임기 첫날인 1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해 연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중국, 이란, 북한의 도움이 없었다면 러시아는 이 (침략) 전쟁에서 훨씬 더 약해졌을 것이라는 점이 매우 분명하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유럽만의 문제가 아니라 훨씬 더 넓은 글로벌 문제라는 점이 매우 분명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전 세계 파트너들에게 다가가서 여기에 걸려 있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것이 왜 그들의 이익에도 부합한지 강조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칼라스 고위대표는 이날 크이우에서 안토니우 코스타 신임 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마르타 코스 EU 확장 담당 집행위원과 함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나 러시아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확고한 지지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북한군이 유럽 한복판에서 평화 공격”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은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한 북한군 파병에 주목했습니다.
중국을 방문 중인 베어보크 장관은 2일 베이징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쟁으로 유럽의 평화 질서를 파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제는 북한을 통해 아시아까지 (이 전쟁에) 끌어들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베어보크 장관] “The Russian president is not only destroying our European peace order with his war against Ukraine, but is now also dragging Asia into it through North Korea… Drones from Chinese factories and North Korean troops attacking peace in the middle of Europe violate our core European security interests."
그러면서 “중국 공장에서 생산된 드론과 북한군이 유럽 한복판에서 평화를 공격하는 것은 유럽의 핵심 안보 이익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베어보크 장관은 이날 왕이 외교부장과 약 3시간에 걸친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습니다.
마르구스 차크흐나 에스토니아 외무장관은 북한과 러시아의 점증하는 협력 관계를 방치할 경우 국제 안보 질서가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북한, 나토 국경 인근에서 전투 참여”
차크흐나 장관은 1일 미국 정치 전문 매체 ‘더힐’에 올린 기고문에서 “불법 핵무기 프로그램을 보유한 전체주의 독재 정권의 세력이 나토 국경에서 불과 수백 마일 떨어진 전투에 참여함으로써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략을 직접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고 말했습니다.
[차크흐나 장관] “It’s a reality now that the forces of a totalitarian dictatorship with an illicit nuclear weapons program are directly supporting Russia in its aggression against Ukraine by participating in the fighting just few hundred miles from NATO’s border… It’s alarming at first because it makes clear that Russia’s war effort is no longer solely reliant on its own resources, but is increasingly dependent on a network of authoritarian regimes that are strengthening each other’s military capabilities.”
이어 “이는 러시아의 전쟁 노력이 더 이상 자국 자원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군사력을 강화하는 권위주의 정권 네트워크에 점점 더 의존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기 때문에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민주주의 세계에 이보다 더 큰 위험이 있을 수 없다”며 “북한의 지원에 힘입어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가 승리한다면 힘의 균형이 권위주의 정권에 유리하게 기울고 있다는 위험한 메시지를 전 세계에 전달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차크흐나 장관] “For the democratic world, the stakes could not be higher. A Russian victory in Ukraine, fuelled by North Korean support, would send a dangerous message to the world that the balance of power is tipping in favor of authoritarian regimes.”
그러면서 미국과 동맹국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 확대, 제재 강화, 그리고 북한의 불법 활동 단속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차크흐나 장관은 2일 소셜미디어 엑스(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도 “러시아와 북한 간의 심화되는 동맹을 지금 단호하게 막아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이들 권위주의 정권이 국제 안보 지형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재편하도록 허용할 위험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과 러시아는 미국 등 국제사회가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하기 위한 북한의 대러 무기 지원 사실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두 나라는 양국 군사협력 심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에도 반발하고 있습니다.
바실리 네벤쟈 유엔주재 러시아 대사는 지난 10월 말 북한군 파병을 주제로 열린 안보리 공개회의에서 북한군 파병 사실을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강하게 규탄했습니다.
같은 회의에 참석한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도 동일한 논리로 미국과 서방 나라들을 비난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30일 북한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29일 북한을 방문한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러시아 국방장관을 만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와 군대, 인민은 제국주의 패권 책동에 맞서 국가의 주권과 영토 완정을 수호하려는 러시아연방의 정책을 변함없이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특히 “미국과 서방이 크이우 당국 즉 우크라이나를 내세워 자국산 장거리 타격무기들로 러시아 영토를 공격하게 한 것은 러시아 영토 분쟁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적 개입”이라고 주장하면서, “러시아가 단호한 행동을 취하는 것은 정당방위권 행사”라고 두둔했습니다.
벨로우소프 장관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보낸 “따뜻한 동지적 인사”를 전했고 특히 내년 5월 9일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제2차 세계대전 승리를 기념해 열리는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북한 군 부대를 초대했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