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국방장관이 북한을 방문해 군사협력 강화 의지를 밝힌 데 대해 유럽연합(EU)은 핵과 미사일 기술의 북한 이전 가능성에 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북한과 러시아가 군사협력을 중단하고 북한군을 러시아에서 철수할 것도 촉구했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럽연합(EU)은 29일 “러시아가 북한의 군사적 목표를 지원하는 물질과 기술을 제공할 가능성 등 무기와 병력을 제공받는 대가로 북한에 무엇을 제공하는 지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EU 대변인] “We are closely monitoring what Russia provides to the DPRK in return for its provision of arms and military personnel, including Russia’s possible provision of materials and technology to the DPRK in support of Pyongyang’s military objectives. We are also deeply concerned about the possibility for any transfer of nuclear or ballistic missile-related technology to the DPRK, which would jeopardise the international non-proliferation efforts and threaten peace and stability on the Korean Peninsula and across the globe. We take note that the security of the Indo-Pacific and European regions are more closely intertwined than ever, and commit ourselves to closely monitoring the situation and actively pursuing necessary measures together with the international community.”
EU 대변인은 이날 러시아 국방장관이 북한을 공식 방문해 양자 회담에서 ‘군사 협력의 신속한 확대’ 방침을 밝힌 데 대한 VOA의 논평 요청에 이같이 답했습니다.
이어 “우리는 또한 핵 또는 탄도미사일 관련 기술이 북한으로 이전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깊이 우려하고 있다며, 이는 국제 비확산 노력을 위태롭게 하고 한반도와 전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한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인도태평양과 유럽 지역의 안보가 그 어느 때보다 긴밀히 연결돼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국제사회와 함께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필요한 조치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북러 군사협력 중단하고 북한군 철수해야”
EU는 또한 북한과 러시아의 지속적인 군사 협력과 북한군 파병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이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EU 대변인] “We strongly call on the DPRK and Russia to immediately cease unlawful military cooperation and withdraw DPRK troops from Russia. We condemn in the strongest possible terms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s (DPRK) continued unlawful arms transfers to the Russian Federation for its use in attacking Ukraine and the deployment of DPRK special forces to Russia, supporting Russia’s unlawful war of aggression. Such cooperation between the DPRK and Russia is not only in flagrant violation of multiple UNSC resolutions, but it also prolongs the suffering of the Ukrainian people and threatens the security of the world.”
EU 대변인은 “북한과 러시아가 불법적인 군사 협력을 즉각 중단하고 러시아에서 북한군을 철수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북한이 우크라이나 공격에 사용될 불법 무기를 러시아에 지속적으로 이전하고 특수부대를 파병해 러시아의 불법 침략전쟁을 지원하는 것도 가능한 한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이러한 북러 군사협력은 다수의 유엔 안보리 결의에 명백히 위배될 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고통을 장기화하고 전 세계의 안보를 위협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앞서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러시아 국방장관은 이날 북한을 공식 방문했습니다.
노광철 북한 국방상이 평양 순안 국제공항에서 직접 벨로우소프 장관을 영접하는 등 대규모 공식 환영행사가 열렸습니다.
벨로우소프 장관은 평양 도착 후 곧바로 노 국방상과 회담을 갖고 “러시아와 북한의 우호적 관계가 군사협력을 포함한 모든 분야에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면서 “오늘 회담을 통해 양국 군사 분야 전략 파트너십을 더욱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타스’ 통신 등 러시아 언론들이 전했습니다.
이에 대해 노 국방상은 “이번 벨로우소프 장관의 공식 방문이 양국 국방 및 안보 역량을 강화하고 상호 협력을 촉진하는 데 기여하기 위한 건설적 제안을 나누는 중요한 순간이 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러시아 국방부는 또 벨로우소프 장관이 이번 방문을 통해 노 국방상 외에도 북한의 여러 군사 및 정치 지도자들과의 회담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 EU 회원국 만장일치로 제재 결정”
한편 EU는 조만간 발표될 예정인 EU의 대러시아 제재안에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의 지휘관으로 알려진 김영복 인민군 총참모부 부총참모장이 포함됐다는 최근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습니다.
EU 대변인은 ‘해당 보도에 대한 사실 확인과 제재 대상 지정 배경’에 대한 VOA의 질의에 “향후 제재에 대해 추측하지 않으며, 이사회에서 논의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면서 즉답을 피했습니다.
다만 “제재에 관한 모든 결정은 이사회에서 EU회원국의 만장일치로 이뤄진다”고 밝혀, 향후 발표될 제재안에 모든 회원국의 공통된 입장이 반영될 것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앞서 유럽연합 관련 뉴스를 다루는 언론 매체 ‘EU옵서버’는 27일 EU가 곧 발표한 대러 제재안 초안에 북한군 파병 지휘관으로 알려진 김영복 부총참모장이 포함됐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면서 김 부총참모장이 올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최소 7차례 공개석상에 동행하는 등 북한군 내에서 위상이 높은 인물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앞서 한국 국가정보원도 지난달 28일 김 부총참모장의 러시아 파견을 공식확인했으며, 우크라이나 군 당국도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군 부대의 총책임자 자격으로 입국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EU는 앞서 지난 2월 발표한 대러시아 제재 명단에도 러시아에 미사일을 지원한 혐의로 강순남 당시 북한 국방상과 북한 미사일 총국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바 있습니다.
“파병 대가, 한반도 안보에 큰 함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파병을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받을 대가가 무엇인지가 한반도와 유럽의 안보에도 큰 함의가 있다면서 이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We have to watch and see what will Russia provide to North Korea in return for military equipment and troops. I think what's more important from a standpoint of the Korean Peninsula is whether Russia provides North Korea with advanced military equipment, especially air defense, advanced fighter planes, assistance to North Korea's missile or nuclear program. Those are the key questions that we have to keep an eye on because that will, that could affect the balance of power on the Korean Peninsula.”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최근 VOA에 러시아가 이미 북한의 무기 지원 대가로 식량과 석유를 제공했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북한은 병력 파견으로 이보다 더 큰 대가를 바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한반도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러시아가 북한에 첨단 군사 장비, 방공, 첨단 전투기, 미사일·핵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을 제공하는 지 여부”라며, 러시아가 관련 지원에 나선다면 한반도 내 힘의 균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한편 북한과 러시아는 북한군 파병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에 반발하고 있습니다.
바실리 네벤쟈 유엔주재 러시아 11월 1일 열린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채 오히려 “우크라이나가 외국 용병들로 군대를 가득 채우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는 앞서 북한군 러시아 파병을 주제로 열린 안보리 회의에서 파병 사실을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미국과 서방 국가들을 비난했습니다.
김 대사는 “러시아에 전략적 패배를 가하려는 절망적인 야망 속에서 미국 주도 ‘정보’와 대결을 추구하는 서방의 선동은 우크라이나 상황을 악화시키고, 장기전과 세계 대전을 불러일으킬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VOA 뉴스 조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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