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한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최종 무산됐습니다. 여당 의원들의 대규모 투표 불참으로 인해 표결이 성립되지 못하면서 탄핵안은 자동 폐기됐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의결정족수 미달로 최종 폐기됐습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한반도 시각 7일 오후 9시 26분 “투표한 의원 수가 의결정족수인 재적 의원 3분의 2에 미치지 못했다”며 “이 안건에 대한 투표는 성립되지 않았음을 선포한다”고 밝혔습니다.
200명 정족수 미달로 자동 폐기
이날 한국 국회는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상정했습니다.
탄핵안이 가결되려면 재적 의원의 3분의 2인 200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며, 개표가 성립되기 위해서도 최소 200명이 참여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 108명 중 단 3명만 출석하면서 의결정족수에 5명이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이날 표결에는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 의원 192명이 나섰으며, 국민의힘에선 안철수, 김상욱, 김예지 의원만 투표에 참여했습니다.
이날 국민의힘 의원들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 표결을 마친 직후 일제히 회의장을 떠났습니다. 앞서 국민의힘은 이날 본회의 직전에 열린 의원총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에 대해 부결을 당론으로 정한 상태였습니다.
이후 우원식 의장은 3시간 넘게 투표 종료를 선언하지 않고 대기했지만 끝내 정족수를 채우는 데 실패했습니다.
비상계엄으로 탄핵안 촉발
이번 대통령 탄핵안은 지난 3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촉발됐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10시 20분경 긴급 담화를 통해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한국 국회는 4일 새벽 1시경 재적 의원 300명 중 재석 190명 전원의 찬성으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했고,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은 계엄을 해제했습니다.
이후 더불어민주당 등 6개 야당은 이날 오후 공동으로 탄핵안을 발의했습니다.
이들은 ‘계엄에 필요한 어떤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음에도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채 비상계엄을 발령해 국민주권주의와 권력분립의 원칙 등을 위반했다는 점’을 탄핵소추 사유로 제시했습니다.
이에 윤 대통령은 국회 본회의를 약 7시간 앞둔 7일 오전 10시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공식 사과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담화에서 “이번 비상계엄 선포는 국정 최종 책임자인 대통령으로서의 절박함에서 비롯됐다”며 “하지만 그 과정에서 국민들께 불안과 불편을 끼쳤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많이 놀랐을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전했습니다.
또한 자신의 임기 문제를 포함한 앞으로의 정국 안정 방안은 한국 여당인 국민의힘에 일임하겠다면서 “향후 국정 운영은 당과 정부가 함께 책임지고 해 나가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전국 곳곳에서 탄핵 찬반 집회
탄핵소추안 표결 전후로 한국 곳곳에선 윤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습니다.
특히 여의도 국회 앞 광장에서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진보 성향 단체들이 오후 3시부터 모여 윤 대통령의 퇴진을 외쳤습니다. 경찰은 집회 참석 인원을 약 14만 명으로, 주최 측은 100만 명으로 각각 추산했습니다.
서울 광화문에선 ‘탄핵 반대’ 맞불 집회가 열렸습니다.
한국 언론에 따르면 보수 성향 단체인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와 자유통일당 등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대통령을 지켜내자’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경찰은 이 집회에 약 2만 명이 참석한 것으로 추정했으며, 주최 측은 약 100만 명이 모였다고 주장했습니다.
“탄핵안 재발의”… “헌정 마비 되풀이 안 돼”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 탄핵안을 재발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탄핵안 가결이 무산되자 “대한민국 최악 리스크가 돼 있는 윤석열 씨를 반드시 탄핵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크리스마스, 연말연시에는 이 나라를 반드시 정상으로 되돌려 여러분께 선물로 돌려드릴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오는 11일부터 시작되는 임시국회에서 탄핵안 재추진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현재 한국 국회법은 부결된 안건을 동일 회기 중에 다시 발의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정기국회가 종료되는 10일 이후 임시국회를 소집해 탄핵안을 재발의할 계획입니다.
윤종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임시 회의를 일주일 단위로 잘게, 잘게 끊어서 국회 본회의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큰 방침을 정했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국민의힘은 탄핵소추안이 최종 무산된 직후 전체 의원 명의의 입장문을 내고 “탄핵보다 더 질서 있고 책임 있는 방식으로 위기를 조속히 수습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이번 사태에 대해 여당으로서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비상계엄 모든 과정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과 함께 상응하는 법적 조치가 뒤따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탄핵소추안 표결에 불참한 것과 관련해선 “8년 전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이 남긴 건 대한민국의 극심한 분열과 혼란이었다”며 “탄핵으로 인한 국정 마비와 헌정 중단의 비극을 되풀이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