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와 탄약 등을 미국에서 북한으로 수출한 혐의로 체포된 중국 남성이 10여년 전 북한 요원과 접촉한 후 미국에 입국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후 이들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필요한 미국산 무기를 북한으로 보냈는데, 이 같은 내용은 최근 공개된 기소장을 통해 공개됐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구체적인 범행 경위와 과정을 살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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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총기와 탄약 등 무기를 공급한 혐의로 지난 3일 미 서부 캘리포니아주 온타리오에서 전격 체포된 중국인 남성 웬성화 씨가 최초 북한 정부 관계자와 접촉한 것은 지난 2012년입니다.
미 연방법원 전자기록시스템(PACER)에 공개된 기소장에 따르면 웬 씨는 2012년 학생 비자로 미국 땅을 밟기 전 중국 내 북한 영사관 2곳에서 북한 정부 관계자들을 만났습니다.
웬 씨는 당시 북한 정부 관계자들이 자신에게 북한 정권을 대신해 물품을 조달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따라 웬 씨는 2012년 학생 비자를 받아 미국에 입국합니다.
당시 웬 씨에게 발급된 비자 유효기간은 2012년 12월 5일부터 2013년 12월 3일까지. 그러나 웬 씨는 비자가 만료된 이후에도 불법으로 미국에 체류했다고 기소장은 지적했습니다.
북한 측 인사들의 연락…무기 요청
웬 씨는 수사관들에게 약 2년 전 중국에 거주하는 북한인들로부터 연락을 받았다고 증언했습니다. 연락은 위커(Wickr)라는 스마트폰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이뤄졌습니다.
이들 북한인들은 ‘진영난’과 ‘쿠이’라는 이름을 사용했는데, ‘진영난’이 건강상의 이유로 북한으로 되돌아가자 이후 ‘쿠이’와 연락을 주고받았다고 웬 씨는 밝혔습니다.
기소장에 따르면 쿠이는 무기를 구매해 미국에서 홍콩을 거쳐 북한으로 이를 운송해 줄 것을 웬 씨에게 요청했습니다.
이에 따라 웬 씨는 컨테이너 2개 분량의 무기를 캘리포니아 롱비치에서 홍콩으로 보냈고, 이후 이 컨테이너는 북한으로 반입됐습니다. 서류는 컨테이너에 ‘냉장고’가 선적된 것처럼 꾸며졌습니다.
이후 북한 정부 관계자들은 웬 씨에게 컨테이너 선적과 운송 비용으로 미화 약200만 달러를 지급했는데, 이 돈은 중국에서 홍콩 내 웬 씨의 사업 파트너의 계좌로 송금됐습니다.
회사까지 인수해 무기 구매
중국 국적의 웬 씨는 미국 내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쉽게 무기를 구매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웬 씨는 무기 거래를 할 수 있는 ‘AK5000’이라는 이름의 미국 회사를 15만 달러에 인수하는 치밀함을 보입니다.
무기 거래 허가증이 있는 회사를 통해 법망을 빠져나간 것입니다.
기소장은 북한으로 흘러들어간 무기의 규모를 공개하지 않습니다.
다만 미 연방수사국(FBI)은 북한으로 컨테이너가 보내진 이후 시점인 올해 8월, 웬 씨의 집에서 군사용 화학 위협 식별 장치와 도청 탐지용 광대역 수신기를 발견했습니다. 또 웬 씨의 차량에선 약 5만 발의 9mm 탄약을 찾아내 압수했습니다.
웬 씨는 수사관들에게 이 장비와 탄약 모두 북한으로 향할 예정이었다고 털어놨습니다.
그 밖에 웬 씨는 북한 측 관계자의 요청으로 올해 1월부터 4월 사이 민간 항공기용 엔진 구매를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이를 위해선 미국 정부로부터 수출허가를 받아야 했지만, 웬 씨는 이 과정을 생략했습니다.
최대 20년 징역형 처해질 수도
현재 웬 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과 연방 규정(31 CFR Part 510), 대통령 행정명령 위반 등입니다.
이들 법은 북한과의 사업을 금지하고, 북한 정권 등 제재 대상에게 금융과 상품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웬 씨의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될 경우, 웬 씨는 최대 20년의 징역형에 처해집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