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야당의 탄핵 시도에 법적으로 대응하고 여당 일각의 퇴진 요구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야당은 물론 여당 대표도 윤 대통령 담화에 비난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반도 시각 12일 오전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 선포권 행사’는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 통치행위”라며 “저를 탄핵하든, 수사하든 이에 당당히 맞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지금 야당은 비상계엄 선포가 내란죄에 해당한다며, 광란의 칼춤을 추고 있다”면서 “지난 2년 반 동안 거대 야당은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고 끌어내리기 위해 퇴진과 탄핵 선동을 멈추지 않았다”고 비난했습니다.
대국민 담화 통해 ‘탄핵 시도’ 강력 비난
또한 “(야당이) 위헌적 특검 법안을 27번이나 발의하면서 정치 선동 공세를 가해왔다”며 “거대 야당이 지배하는 국회가 자유민주주의의 기반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 헌정 질서를 파괴하는 괴물이 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했으며, 한국 국회는 이에 대응해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켜 이를 무력화했습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6개 야당은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발의해 7일 표결에 부쳤지만,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탄핵안은 폐기됐습니다. 하지만 야당은 오는 14일 탄핵안을 재추진한다는 입장입니다.
윤 대통령의 “이번 비상조치는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와 국헌을 망가뜨리려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망국의 위기 상황을 알려 드려 헌정 질서와 국헌을 지키고 회복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소규모 병력을 국회에 투입한 것도 질서 유지를 위한 것이었을 뿐 국회 해산이나 기능 마비를 목적으로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정치권은) 어떻게든 내란죄를 만들어 대통령을 끌어내리기 위해 수많은 허위 선동을 만들어내고 있다”며 “도대체 2시간짜리 내란이라는 것이 있느냐”고 반문했습니다.
“국가안보 위기 상황으로 비상계엄 불가피”
윤 대통령은 한국의 국가안보와 사회 안전까지 위협받고 있다며, 한국 야당을 그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지난 6월 중국인 3명이 무인기(드론)를 띄워 부산에 정박 중이던 미국 항공모함을 촬영하다가 적발되고, 지난달 40대 중국인이 국가정보원을 촬영하다 붙들렸지만 “현행 법률로는 외국인의 간첩행위를 간첩죄로 처벌할 길이 없다”며 간첩죄 조항 수정에 반대한 거대 야당을 질타했습니다.
또한 “북한의 불법적인 핵무장과 미사일 위협 도발에도, GPS 교란과 오물 풍선에도, 민주노총 간첩 사건에도, 거대 야당은 이에 동조할 뿐 아니라 오히려 북한 편을 들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정부를 흠집 내기만 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날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이라는 엄중한 결단을 내리기까지 직접 차마 밝히지 못했던 더 심각한 일들이 많이 있다”며 지난해 하반기 선거관리위원회를 비롯한 헌법기관들과 정부 기관에 대한 북한의 해킹 공격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그러면서 “국가정보원이 이를 발견하고 정보 유출과 전산 시스템 안전성을 점검하고자 했지만, 선거관리위원회가 헌법기관임을 내세우며 완강히 거부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비상계엄 발령 직후 군 병력이 선관위를 방문한 데 대해 “국방장관에게 선관위 전산 시스템을 점검하도록 지시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우리 안보와 경제의 기반인 한미동맹, 한미일 공조는 또다시 무너질 것”이라면서 “북한은 핵과 미사일을 고도화하여 우리의 삶을 더 심각하게 위협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끝까지 싸울 것”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협하는 일만큼은 어떤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한다”며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비상계엄 조치가 대통령의 법적 권한 내에서 행사됐다며 “나라를 살리려는 비상조치를 나라를 망치려는 내란 행위로 보는 것은, 여러 헌법학자와 법률가들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우리 헌법과 법 체계를 심각한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날 윤 대통령의 담화는 오전 9시 42분부터 10시 11분까지 약 29분간 방송을 통해 중계됐습니다.
민주당 “극우 소요 선동”
이날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에 제1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한국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민석 수석최고위원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오전 담화로 윤석열의 정신적 실체가 재확인됐다"고 말했습니다.
김 최고위원은 "이미 탄핵을 염두에 두고 헌법재판소 변론 요지를 미리 낭독해 극우의 소요를 선동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윤 대통령의 상태가 매우 심각한 만큼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위험한 상황”이라며 “민주당은 탄핵 가결 때까지 엄중하고 비상한 각오로 준비하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윤 대통령은 국민 앞에서도 명백한 거짓말로 일관하고 있다"며 "수사기관은 윤 대통령을 긴급 체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여댱 대표 “사실상 내란 자백”
한국의 여당인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도 비난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한 대표는 담화 직후 의원총회에 참석해 “지금의 상황을 반성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상황을 합리화하고 사실상 내란을 자백하는 취지의 내용이었다”고 비판했습니다.
앞서 한 대표는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탄핵 찬성 입장을 공식화했습니다.
이에 따라, 오는 14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가결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 즉 최소 200명의 찬성이 필요합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범야권 의원 수는 192석으로, 여당인 국민의힘에서 최소 8표가 이탈하면 탄핵안은 통과됩니다.
이후 헌법재판소가 탄핵 사건을 넘겨받아 ‘탄핵 인용’ 여부를 최종 결정합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