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가 북한의 불법 금융 활동과 러시아에 대한 군사 지원에 관여한 북한 주요 인사 9명과 북한 및 러시아 회사 7곳을 전격 제재했습니다. 국무부도 북한의 불법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지원한 북한 기관 1곳과 북한 국적자 2명에 대한 제재를 단행했습니다. 이조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Your browser doesn’t support HTML5
미국 정부가 북한의 불법 무기 개발과 러시아에 대한 군사 지원 네트워크를 차단하기 위한 제재를 단행했습니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은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개인 9명과 단체 7곳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북한 금융기관 및 고위급 인사 제재”
재무부의 이번 제재 대상에는 북한 금융 기관과 주요 인사들이 포함됐습니다.
외환 거래를 담당하는 북한 라선경제특구 소재의 황금의 삼각주은행과 북한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을 지원하는 단체들의 물자 조달을 용이하게 한 평양 기반의 조선만달신용은행이 제재를 받았습니다.
또한 중국 단둥에 있는 조선광선은행 대표로 일하면서 북중 간 대규모 현금 밀반출에 관여한 최철룡, 조선대성은행 베이징 지점 대표인 김명진도 제재 명단에 포함됐습니다.
김명진은 수백만 달러의 자금이 북한으로 이체될 수 있도록 조율하는 등 북한 주요 금융 대리인 역할을 하며 북한의 대외 불법 금융 활동을 촉진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고 재무부는 설명했습니다.
“러시아 군사 지원 관련 북한 장성급 제재”
러시아에 대한 군사 지원과 관련해선 북한의 리창호 정찰총국장과 김영복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부총참모장이 제재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하기 위해 러시아에 파병된 수천 명의 북한군과 동행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 장성들이라고 재무부는 설명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평양 방문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군수공장 시찰 등에 참여한 군사 분야 측근인 박정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도 제재 명단에 포함됐습니다.
노광철 국방상과 김금철 김일성군사종합대학 총장 등 북한 군 고위급 인사들, 북한 정부의 검열을 책임지고 있는 노동당 선전선동부의 주창일 부장, 그리고 북한 정부 혹은 노동당을 위한 수익을 창출하는 상업 활동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임송진 김일성대학 물리학 교수도 제재 대상으로 지정됐습니다.
“러시아-북한 석유 거래 연루 기업 제재”
이번 재무부 제재 대상에는 러시아와 북한 간 석유 거래에 연루된 북한 기업 한 곳과 러시아 기업 4곳이 포함됐습니다.
2022년부터 최소 2024년 4월까지 수천t의 석유와 가스를 북한에 운송한 러시아 소재 대외 무역 회사인 보스토크 트레이딩과 DV 잉크, 노보시비르스크블가즈, 그리고 노보시비르스크블가즈의 모기업인 시브레기온가즈, 러시아로부터 석유를 운송받은 북한 소재 대외 무역 회사 옥류무역회사가 제재 명단에 올랐습니다.
제재 대상자는 미국 내 모든 재산이 동결되고 접근이 차단되며 미국 여행 및 미국인과의 거래가 전면 금지됩니다.
“북한 정권 도발 행동 지속…역내 안정 저해”
브래들리 스미스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 대행은 보도자료에서 “가장 최근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과 러시아에 대한 군사 지원 심화를 포함한 김 씨 정권의 지속적인 도발 행동은 역내 안정을 해치고 (블라디미르)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지속시키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스미스 차관 대행] “The Kim regime’s continued provocative actions—including its most recent ICBM test and its deepening military support to Russia—undermine the stability of the region and sustain Putin’s continued aggression in Ukraine. The United States remains committed to disrupting the illicit procurement and facilitation networks that enable these destabilizing activities.”
그러면서 “미국은 이런 불안정을 야기하는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불법 조달 및 촉진 네트워크를 방해하는 데 계속 전념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16일 VOA와의 통화에서 러시아 석유 회사들은 북한뿐만 아니라 유럽과 인도 등 다른 나라에도 석유를 보내고 있기 때문에 이번 제재가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특히 북러 간 석유 거래에 연루된 러시아 기업 4곳이 이번 제재 대상에 포함된 것을 높게 평가했습니다.
[녹취:베넷 선임연구원] “Those companies do business not just with North Korea, but with other countries. So that will have some impact because those companies are sending oil to Europe, and they're sending oil to India and to other places… If North Korean banks are sanctioned, well, who do they do business with?... Unless you start sanctioning Chinese banks, which you can do with secondary sanctions, you're not really causing any economic effect… This is politically a big deal and not a big deal economically.”
다만 북한의 불법 금융 활동과 관련해 북한 은행들이 제재된 데 대해선 이들 은행은 이미 미국과 거래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북한과 거래 관계가 있는) 중국 은행에 대한 세컨더리 제재, 즉 3자 제재를 하지 않는 한 제재는 실질적인 효과가 별로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제재 대상에 오른 북한 주요 인사들은 이미 미국 방문이나 미국 내 거래가 제한적이라며 이번 제재는 정치적으로는 큰 조치이지만 경제적으로는 큰 움직임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국무부도 북한 기관 1곳 개인 2명 제재
한편 미 국무부도 이날 북한의 불법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지원한 북한 기관 1곳과 북한 국적자 2명에 대한 제재를 단행했습니다.
국무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북한의 국방 연구 및 설계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제2자연과학원 대외사업국과 북한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관련 조달 활동에 관여한 림룡남, 그리고 그의 아내 김연희를 제재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북한의 군사무기 개발을 주도하는 제2자연과학원의 대외사업국은 중국과 러시아에 기반을 두고 탄도미사일 제조와 관련된 물품 및 기술 조달을 목적으로 북한 내 관계자들과 협력해 광범위한 조달 활동을 벌였다고 국무부는 설명했습니다.
또 림룡남과 김연희는 북한 군수공업부를 대신해 최소 2018년부터 북한의 불법 탄도미사일 제조에 사용되는 알루미늄 분말을 조달하는 데 직접 관여해 왔다고 덧붙였습니다.
“역내 평화와 안보에 불안정을 야기”
매튜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최근 북한의 ICBM 시험과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거론하며 “이러한 시험은 북한의 점점 더 적대적인 글로벌 군사 태세를 반영하며 불필요하게 긴장을 고조시키는 한편, 역내 평화와 안보에 불안정을 야기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밀러 대변인] “These tests reflect the DPRK’s increasingly hostile global military posturing and needlessly raise tensions while destabilizing peace and security in the region. The DPRK has also sent soldiers to Russia, where they have been integrated with Russian forces. The DPRK has provided Russia with military equipment, munitions, ballistic missile launchers and ballistic missiles. The DPRK continues to prioritize revenue generation to support the development of its unlawful WMD and ballistic missile programs, using foreign-based workers, state-owned entities, and financial institutions to access the international financial system.”
또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과 러시아에 대한 북한의 무기 지원을 거론하며 “북한은 해외 노동자과 국영기업, 금융기관을 이용해 국제 금융 시스템에 접근하면서 불법 대량살상무기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수익 창출을 우선시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VOA는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와 러시아대표부에 이번 제재에 대한 논평을 요청하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북한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양국 간 협력을 심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하기 위한 북한의 대러 무기 지원과 관련해 국제사회가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두 나라는 무기 거래 사실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바실리 네벤쟈 유엔주재 러시아 대사는 지난 10월 말 북한군 파병을 주제로 열린 안보리 공개회의에서 북한군 파병 사실을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강하게 규탄했습니다.
같은 회의에 참석한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도 동일한 논리로 미국과 서방 나라들을 비난했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