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서해 위성발사장의 위성 조립 건물이 최근 지붕 설치를 마치며 완공에 가까워진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인근 해안 접안 시설과 조립동 건물을 잇는 로켓 이동 통로 구축도 마무리되는 수순을 보이고 있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의 기존 발사패드에서 북쪽으로 약 1km 떨어진 수평 조립동 건물에서 최근 큰 변화가 포착됐습니다.
위성 조립동 지붕 완공…외관 공사 마무리
VOA가 ‘플래닛랩스’의 19일자 위성사진을 살펴본 결과, 조립동 건물을 약 160m 길이의 철제 지붕이 완전히 덮은 모습이 확인된 것입니다.
이 건물은 지난달 29일까지는 지붕 일부가 비어 있었지만, 이달 2일에는 지붕의 빈 곳이 완전히 메워져 이달 초를 전후해 조립동의 지붕 공사가 완료된 것으로 파악됩니다.
위성 사진 만으로는 현재 조립동 내부의 공사 진척 상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지만 지붕이 모두 올라감에 따라 외부 공사는 거의 마무리된 것으로 보입니다.
서해위성발사장의 수평 조립동은 발사체(로켓)와 위성을 최종 조립·점검하고 준비하는 핵심 시설 중 하나로 로켓과 위성을 발사 패드에서 수직으로 세우기 전에 수평 상태에서 조립하고 최종 점검을 진행하기 위해 설계된 곳입니다.
“김정은 시설 현대화 지시 따른 조치”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2022년 3월 서해위성발사장을 시찰하고, 다목적 위성 발사를 위한 시설 현대화를 지시했습니다.
위성사진 분석에 따르면 북한은 이후 2022년 10월부터 기존 발사패드 북쪽 지점에서 지반을 고르기 시작하는 등 조립동 건물 착공에 들어갔습니다.
이후 조립동 내 로켓이 위치한 공간과 기타 방들의 배치가 위성 사진을 통해 확인되면서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앞서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도 지난 9월 위성사진 분석을 통해 북한이 수평 조립동 건설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보도하면서, 외벽이 완성된 상태에서 지붕 받침대가 설치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또한 건물 내부에서는 크레인이 가동 중인 모습도 확인됐으며, 조립동 주변에 콘크리트 평판이 깔리고, 이 건물과 연결된 서쪽 터널 입구를 연결하는 도로도 새로 건설 중인 정황도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움직임은 김 위원장의 현대화 지시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한 바 있습니다.
이번에 지붕 공사가 완료됨에 따라 내부 정비를 거치면 조만간 이 곳이 실제로 가동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발사장 인근 접안 시설도 크게 확장
이런 가운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의 부두 시설도 크게 확장된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플래닛랩스의 19일자 위성사진에 따르면, 서해위성발사장 중심부에서 동쪽으로 약 3km 떨어진 해안가에 바다 쪽으로 튀어나온 세로 약 100m, 가로 약 70m 길이의 대형 부두가 들어섰습니다.
이 부두는 약 6천 평방미터, 1천 8백평 규모로 추정되는데, 국제 규격 축구장의 약 80%에 해당하는 거대한 크기입니다.
대형 선박 여러 척이 동시에 물품을 선적 혹은 하역하기에 충분한 규모입니다.
이 곳은 북한이 지난 2022년 11월부터 짓고 있는 선박 접안시설로, VOA는 앞서 북한이 2022년 11월부터 2023년 1월 사이 서해위성발사장 중심부에서 동쪽으로 약 3km 떨어진 이 곳 해안가에 선박 접안 시설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지난해 3월 보도한 바 있습니다.
당시 이 부두는 갓 공사가 시작돼 육지에서 바다와 접하는 부분의 거리가 100m, 폭은 약 18m에 불과했습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선박 접안 용도일 것으로만 추정됐던 이 곳은 지난해 4월 실제 배들이 접안한 장면이 포착돼 부두로 확인됐습니다.
이후 이 곳은 지속적으로 확장 공사가 진행되면서 작은 접안 시설에서 현재는 대형 부두로서의 면모를 거의 갖췄습니다.
부두-조립동 잇는 해안 도로도 확장
앞서 전문가들은 북한이 선박을 이용한 새 ‘미사일 운반 경로’를 확보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이 시설을 주목해 왔습니다.
실제로 이 부두는 위성발사장의 핵심 시설과 연결됩니다.
현재 서해위성발사장 중심부에선 발사장 일대와 해안가 마을을 연결하는 대규모 터널 굴착작업이 진행 중인데, 이 터널의 마을 쪽 출입구에서 길을 따라 약 3.6km를 더 가면 바로 이 부두로 연결됩니다.
반대로 부두에서 터널로 향하는 도로는 중간에 두 갈래로 갈리는데, 터널 방향이 아닌 다른 길은 엔진 시험장까지 뻗어 있습니다.
앞서 북한은 미사일 동체와 각종 장비를 열차로 옮긴 뒤 이를 발사장 내 조립시설에서 합체해 발사대에 세웠습니다.
하지만 선박을 이용할 경우 동체의 적재 용량을 이전보다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미사일 운반 경로’ 구축 완성 수순
부두에서 발사장 중심부까지 이어지는 지점에 기존의 좁고 구불구불한 길을 대체할 새 해안 도로가 계속 확장되고 있다는 점도 북한이 새 ‘미사일 운반 경로’를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는 추정에 힘을 싣습니다.
앞서 VOA는 지난해 북한이 부두에서 북서쪽으로 약 1.7km 떨어진 지점에서 도로를 건설하고 있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당시 이 도로는 폭 25m, 길이 230m로 측정됐는데, 계속 확장이 이뤄져 19일 현재 폭이 1.5배 가까이 더 넓어졌습니다.
북쪽으로 길게 뻗어 있는 이 도로는 동창리 발사장 중심부로 연결되는 터널의 끝자락과 맞닿아 있습니다.
이로써 북한이 선박을 이용해 위성과 로켓을 접안 시설로 들여온 뒤 해안도로을 통해 터널과 연결된 조립동까지 이동시키는 통로 구축을 거의 완료하는 수순에 접어든 것으로 관측됩니다.
북한이 이처럼 김 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서해위성발사장을 현대화하기 위한 움직임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정찰위성 발사와 관련해 임박한 징후는 포착되지 않고 있습니다.
앞서 ‘38노스’는 지난달 위성사진 분석을 통해, 발사장 내 현대화 작업이 계속 진행되고 있지만, 최근 3차례 발사가 이뤄졌던 해안 발사대에서는 관찰 가능한 활동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앞서 한국 국가정보원은 지난 10월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국정감사에서 북한이 첨단 부품구입과 러시아와의 기술 협력을 통해 지난 5월 실패한 정찰 위성을 다시 발사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고한 바 있습니다.
VOA 뉴스 조상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