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의 북한인권법 재승인이 결국 무산되면서 북한인권법 공백 사태가 역대 최장기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의회의 관심이 줄어들고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이조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118대 의회가 북한인권법 연장을 승인하지 못한 채 20일 자정을 기해 공식 회기를 종료했습니다.
북한인권법 연장을 위한 ‘재승인’ 법안이 지난달 하원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상원 문턱은 넘지 못한 것입니다.
재승인 법안은 하원 통과 후 다음 단계인 상원 본회의 심의 및 표결 안건으로 상정조차 되지 못했습니다.
“회기 종료로 자동 폐기 수순”
이로써 북한인권법 재승인 법안은 자동 폐기 수순을 밟게 되며 내년부터 시작되는 다음 회기에 다시 상정돼 같은 절차를 또 다시 거쳐야 합니다.
북한인권법의 이른바 ‘공백’ 사태가 역대 최장인 2년 넘게 이어지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한시법인 북한인권법은 2004년 제정된 이후 2008년, 2012년, 2018년에 걸쳐 총 3차례 재승인됐지만 2022년 9월 30일 만료된 이후 지금까지 갱신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2018년에도 만료 시한을 넘겨 법안이 재승인된 바 있지만 2년 넘게 처리가 지연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VOA는 법안을 주도한 공화당의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과 영 김 하원의원, 민주당의 팀 케인 상원의원과 아미 베라 하원의원, 그리고 국무부에 관련 논평을 요청하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재승인 법안은 기존 북한인권법을 2028년까지 연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북한인권법은 북한의 인권 상황 개선과 탈북민 보호를 목적으로 정부와 비정부기구들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해 오며 ‘기념비적인’ 인권 이니셔티브라는 평가를 받아 왔습니다.
특히 이번 재승인 법안에는 미북 이산가족 상봉을 촉구하고 탈북민 강제 북송에 책임이 있는 자들에게 제재를 부과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돼 주목됐었습니다.
의회에서 북한인권법 재승인이 이처럼 이례적인 수준으로 지연된 데에는 의회 내부 정치 교착 문제가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입니다.
118대 의회는 상하원 모두 민주당과 공화당이 근소한 차이로 양분돼 안건 처리에 큰 어려움을 겪어 왔는데, 북한인권법 재승인 법안 같은 초당적 안건에도 영향을 미친 것입니다.
“매우 이례적인 일”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19일 VOA와의 통화에서 의회의 북한인권법 재승인이 2년 넘게 지연되고 있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번 재승인 법안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며 “유일한 문제는 의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킹 전 특사] “It's highly unusual. We're now well over two years since the legislation has been reauthorized…Not a problem with the legislation. The only problem is Congress is dysfunctional. Congress can't get its act together. There's so much nastiness and contention that they're not able to work together on things that everybody agrees on… In the past, when there have been these lapses between reauthorization, programs have continued. Special Envoy has continued to function. It just raises questions about the commitment of the Congress and indirectly the commitment of the American people to human rights in North Korea.”
킹 전 특사는 “의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쟁과 다툼이 너무 많아서 모두가 동의하는 사안에 대해서도 협력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북한인권법 재승인이 지연되는 동안에도 관련 프로그램 예산 지원은 계속 이뤄진다면서 이번 사태가 북한 인권 증진 관련 정부나 비정부기구들의 활동에 큰 지장은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킹 전 특사는 “과거 재승인이 지연돼 공백이 있었을 때도 관련 프로그램은 계속 진행됐고 북한인권특사도 계속 활동했다”며 북한인권법 재승인 지연의 가장 큰 문제는 “의회의 의지와 간접적으로는 북한 인권에 대한 미국 국민의 의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게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 인권 동력 떨어질 수도”
그레그 스칼라튜 북한인권위원회 회장도 19일 VOA와의 통화에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의회의 관심이 안타깝게도 줄어들고 있다면서 “의회가 이를 지지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북한 인권보다 다른 문제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녹취:스칼라튜 회장] “Yes, congressional interest is going down, unfortunately...It's not that Congress are not supportive. Again, it's a matter of prioritizing other issues over North Korean human rights… The US Congress, the legislative branch of the US government, has been the most active branch on North Korean human rights issues. If Congress is no longer active or proactive, the issue loses momentum, and eventually, non governmental organizations are affected. We will have to make sure that CSOs such as HRNK remind the new Congress of the importance of the Act…And this is a major issue, that has a direct impact on the national security of our allies and that of the United States.”
스칼라튜 회장은 “미 정부의 입법부인 의회는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역할을 해왔다”며 “의회가 더 이상 적극적이거나 능동적이지 않다면 북한 인권 문제는 동력을 잃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동력이 떨어지면 “정부 기관이 아닌 비정부 단체들도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인권위원회와 같은 시민사회단체들이 새 의회에 북한인권법의 중요성을 상기시켜야 한다”며 “이것은 우리 동맹국과 미국의 국가 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