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거주 중인 탈북민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북중러 지도자들과 만나 북한 인권 개선을 압박해 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중국과의 관계에서는 무역뿐 아니라 북한 인권 문제도 협상 의제에 포함해 강제 북송 등을 중단하도록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해 3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북한 인권 비공식 회의에서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해 증언한 이서현 씨는 6일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새롭게 들어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아킬레스건’인 인권 문제를 활용해 북한의 변화를 유도해 낼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씨는 “2024년 현재 김정은은 더 이상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을 처음 만났을 때의 김정은이 아니다”라며 “핵 역량 고도화와 러시아와의 전략적 협력 강화로 김정은의 국제적 입지가 많이 달라졌다”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어 “김정은 정권은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해 외부 위협을 명분으로 삼아 주민들의 희생을 더욱 강요할 것”이라며 “북한 내부의 인권 탄압이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한 상황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이 씨]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 입지가 크게 달라진 김정은을 상대할 때 인권 문제가 가장 중요한 전략이 될 거라는 점이고, 이것을 활용하는 것이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는 데, 이끌어내는 데 가장 효과적일 것이라고 판단을 합니다.”
“북한인권법 갱신, 강제 노동 방지법 제정해야”
인권 문제는 김정은 정권이 가장 취약한 부분으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이를 꾸준히 지적하면서 북한 변화를 유도하는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는 제언입니다.
이 씨는 지난 2022년 9월 30일 만료된 이후 2년 넘게 갱신되지 않고 있는 미국의 북한인권법도 갱신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북한인권법은 정부가 북한 인권 상황을 개선하고 탈북민을 지원하며 북한 내부에 자유로운 정보가 유입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습니다.
이 씨는 또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강제 노동을 통해 생산된 제품의 미국 내 수입을 금지한 ‘위구르 강제 노동 방지법’과 같은 ‘북한 강제 노동 방지법’을 제정해 해외 강제 노동을 통해 통치 자금과 핵∙미사일 자금을 마련하는 김정은의 자금줄을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대북 정책에서 인권 문제 우선해야”
북한 김 씨 정권의 통치 자금을 관리하는 노동당 39호실 산하 중국 내 선박 무역회사 대표 역할을 하다 탈북해 미국에 정착한 이현승 글로벌피스재단 연구원은 이날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집권 1기 때처럼 북한인권특사직을 오랫동안 공석으로 둬선 안 된다”며 “대북 정책에서 인권 문제를 우선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 연구원] “지난번처럼 대북 특권 특사를 공석으로 놓고 북한 인권 문제를 외면하지 말고 북한 인권 문제를 김정은과 딜(deal)을 하든, 김정은을 압박하든, 이 인권 문제를 항상 우선시해야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2017년 1월 로버트 킹 당시 국무부 북한인권특사가 오바마 행정부와 함께 퇴임하면서 트럼프 1기 행정부 내내 북한인권특사직은 공석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고 줄리 터너 신임 특사가 지난해 10월 활동을 시작할 때까지 6년 9개월 동안 특사직은 비어 있었습니다.
이 연구원은 또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자신의 협상 기술과 경험으로 김정은을 다룰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반대라고 생각한다”며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을 한 번 겪어봤고, 그의 스타일도 알 뿐 아니라 (임기가) 4년밖에 안 된다는 약점을 알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김정은과 다시 만나게 되면 자신이 김정은을 다룰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고 협상 전략이나 대북 정책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대중 무역 협상에 인권 포함하길”
텍사스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이번에 두 번째 대선 투표를 했다는 해리 김 씨는 이날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중국을 좀 더 강하게 압박해 강제 북송 등의 인권 침해 행위를 중단하도록 해달라”며 “중국과의 관계에서 경제 문제만큼이나 인권 문제를 중요한 협상 의제로 다뤄달라”고 당부했습니다.
[녹취: 해리 김 씨] “미국이 관세나 여러 가지를 할당할 때 보통 근거로 삼는 게 중국의 지적재산권 문제, (중국) 정부의 덤핑 문제 이런 거잖아요. 근데 거기에다가 이제 탈북자 북송 문제나 이런 것까지도 같이 테이블에 올려놨으면 좋겠다라는 게, 사실은 좀 쉽지는 않겠지만, 그게 그냥 바람입니다.”
김 씨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결의나 제재가 북한 인권 문제와 연결돼 있는데, 중국이 안보리 등 국제사회에서 북한을 옹호하며 이런 제재나 인권 개선 노력이 이뤄지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시진핑∙푸틴 만나 북한 인권 개선 압박해 주길”
시카고에 거주하는 김마태 씨는 이날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면 북한 주민들의 삶이 좀 나아질 수 있도록 압박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김 씨는 “수천 명의 탈북민들이 중국 변방수비대에 붙잡혀 강제 북송되고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을 만나면 중국이 탈북민들의 난민의 지위를 인정해 그들이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도록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과 강제 송환 금지 의무를 준수하도록 설득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녹취: 김마태 씨] “저도 중국을 거쳐서 탈북했는데 참 너무나도 고생이 많고 정말 힘들었습니다. (중략) 좀 원하는 대로 유엔 난민 지위를 부여하기 위해서 난민 협약 그런 거든가 유엔 고문방지 협약이라든가 그런 걸 좀 잘 지키는 중국이 세계 질서에 모범이 될 수 있도록 한마디 좀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김 씨는 또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파병과 관련해선 “푸틴 대통령이 세계 질서에 반해 우크라이나를 침략하고 그것도 모자라 북한까지 끌어들이는 행동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푸틴 대통령을 만나 이 같은 행위를 중단할 수 있도록 설득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이현승 씨도 “트럼프 당선인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장담한 만큼 복안이 있을 것”이라며 “러시아가 북한에 첨단 군사기술 이전 등을 하지 못하도록 경고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이서현 씨는 “중국은 결코 러시아와 북한의 긴밀한 협력을 반기지 않는다”며 “미국과 한국이 이를 잘 활용해 강제 북송 위기에 처한 탈북민을 구출해 낼 수 있고 북한 정권에 타격을 주는 조치도 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
For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