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가 긴 휴회를 마치고 하반기 주요 안건 처리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2년 넘게 지연된 북한인권법 재승인 법안이 이번 주 하원 본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라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조은 기자와 함께 미 의회에 계류 중인 한반도 관련 주요 안건의 현황과 전망을 살펴봅니다.
진행자) 한반도 외교안보와 관련해 현재 의회에 계류 중인 법안과 결의안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아는데요.
기자) 네, 18일 현재 총 23건의 법안과 결의안이 상하원에 계류 중입니다. 이 중 15건은 지난해 처리되지 못해 이번 회기로 이월된 안건이고, 올해 새로 발의된 안건은 8건입니다. 주요 안건으로는 ‘한인 이산가족 기록부 구축 법안’, ‘북한인권법 재승인 법안’, ‘북러 협력 제재 법안’이 있습니다. 또 미한일 삼각 공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상하원의 결의안, 중국 내 탈북민 인권 보호를 촉구하는 결의안, 북한의 불법 활동 관련 보고서를 요구하는 법안도 포함돼 있습니다.
진행자) 이번 주 하원 본회의에서 북한인권법 재승인 법안이 다뤄진다고요?
기자) 맞습니다. 하원이 18일 주간 심의 일정을 공개했는데, 북한인권법 재승인 법안이 20일 본회의 심의 안건으로 포함되었습니다. 이 법안은 공화당의 영 김 의원과 민주당의 아미 베라 의원이 공동 발의한 것으로, 지난 5월 하원 외교위원회를 통과했습니다. 본회의 심의에 오를 정도라면 이미 양당 간 조율이 끝난 상태로 볼 수 있어,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무난히 통과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진행자) 북한인권법 재승인 법안은 특히 처리가 시급한 안건이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북한인권법은 한시법으로, 연장을 위해 의회의 승인이 필수적인데요. 2004년 제정 이후 2008년, 2012년, 2018년에 세 차례 재승인됐지만, 2022년 9월 30일 만료된 이후 갱신되지 않고 있습니다. 2018년에도 만료 후 재승인된 사례가 있었지만, 이번처럼 2년 넘게 처리가 지연된 것은 처음입니다. 북한인권법의 공백이 역대 최장 기록을 넘어서고 있어, 연내 의결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입니다.
진행자) 상원에서는 여전히 진전이 없는 상황인데, 발의자가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국무장관으로 지명된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이라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기자) 그렇습니다. 루비오 의원은 쿠바 이민자의 아들로서 공산주의 정권, 특히 북한과 같은 체제의 인권 문제에 대해 꾸준히 목소리를 높여온 인물입니다. 하지만 이번 법안의 상원 처리는 지지부진한 상태입니다. 지난해 의회는 국방수권법안에 이 법안을 포함시키려 했으나, 예산 문제를 둘러싼 양당 간 이견으로 무산됐습니다. 이로 인해 법안 처리가 더더욱 지연된 상황입니다.
진행자) 북한인권법처럼 당파적 이견이 없는 법안도 의회 내 정치적 상황 때문에 영향을 받고 있군요?
기자) 맞습니다. 현재 의회는 민주당과 공화당이 상·하원에서 근소한 차이로 양분돼 있어 초당적인 지지를 받는 법안조차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올해 의회에서 의결된 한반도 관련 안건은 한국전 참전용사인 랠프 퍼켓 주니어 대령의 유해를 연방 의사당에 안치하도록 하는 결의안 단 한 건뿐입니다.
진행자) 한인 이산가족 기록부 구축 법안은 하원에서 이미 통과됐죠. 상원에서는 어떤 움직임이 있습니까?
기자) 아직 상원에서 눈에 띄는 움직임은 없습니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민주당 팀 케인 상원의원은 지난 10월 VOA와의 인터뷰에서, 상원 내 반대 의견은 없는 만큼 법안 처리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현재 상원 외교위원회나 본회의 심의 안건에 포함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진행자) 북한군이 러시아 전투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러 협력 제재 법안 처리 가능성이 높아지진 않았나요?
기자) 북러 협력 제재 법안은 지난해 말 하원 외교위원회를 만장일치로 통과한 뒤 본회의 심의를 기다리고 있는데요, 이 법안은 북한의 군수 지원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활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관련 개인과 기관에 제재를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현재 심의 일정이 잡히지 않았지만, 북한군의 전투 개입 논란이 부각됨에 따라 연내 처리 여부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진행자) 연말까지 처리되지 않은 안건은 어떻게 되나요?
기자) 올해는 의회 회기의 마지막 해이기 때문에, 연내 처리되지 않은 안건은 자동 폐기됩니다. 폐기된 안건은 내년에 시작되는 새로운 회기에서 처음부터 다시 발의해야 합니다. 특히, 민주당 브래드 셔먼 의원이 발의한 ‘한반도평화법안’은 이번 회기에서도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해 폐기될 가능성이 큽니다. 해당 법안은 대북 지원 단체와 일부 민주당 의원들의 관심을 받았지만, 공화당과 민주당 주류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조은 기자와 함께 미국 의회에 계류 중인 한반도 관련 안건의 전망을 살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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