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행정부 국방부 정책차관에 ‘주한미군 역할 조정론’을 주장한 엘브리지 콜비 전 국방부 부차관보가 지명됐습니다. 전문가들은 콜비 지명자가 한국 핵무장론 등에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확장억제나 비확산 같은 미국의 기존 정책을 갑자기 바꾸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Your browser doesn’t support HTML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2 일 자신의 사회연결망서비스(SNS) 트루스 소셜에 국방부 고위직 인선을 발표했습니다.
국방부 부장관에는 사모펀드 서버러스 캐피탈의 공동 창립자인 스티븐 파인버그, 정책차관에는 엘브리지 콜비, 획득유지 차관에는 마이클 더피, 연구공학 차관에는 에밀 마이클이 지명됐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을 우선시하는 애국자 명단을 발표하게 돼 기쁘다”며 “이들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지명자와 함께 일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 우선주의 외교와 국방 정책 옹호”
특히 엘브리지 콜비 정책차관 지명자에 대해 “미국 우선주의 외교와 국방 정책을 옹호하는 매우 존경받는 인사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지명자와 긴밀히 협력해 우리 군사력을 복원하고 나의 ‘힘을 통한 평화’ 정책을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 “Elbridge “Bridge” Colby will serve as Under Secretary of Defense for Policy. A highly respected advocate for our America First foreign and defense policy, Bridge will work closely with my outstanding Secretary of Defense Nominee, Pete Hegseth, to restore our Military power, and achieve my policy of PEACE THROUGH STRENGTH. Bridge served with distinction in the Pentagon in my First Term, leading the effort on my landmark 2018 Defense strategy. He graduated from Harvard College and Yale Law School, and will make an excellent addition to my team, who will, Make America Great Again!”
이어 콜비 지명자가 “1기 정부 국방부에서 탁월한 성과를 거뒀으며, 2018년 나의 획기적인 국방전략 지침 작성을 주도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국방부 정책차관은 국방부 서열 3위로 미군의 전반적인 구조, 해외 배치, 국방 태세에 대한 구체적 전략 수립까지 관여합니다. 또 동맹과의 국방 협력도 관할하며, 국무부 군비통제.국제안보 차관과 함께 미한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이끕니다.
“미국, ‘중국 견제’ 집중해야 … 주한미군 재편”
트럼프 1기 정부에서 국방부 전략 및 전력 개발 담당 부차관보를 지낸 콜비 지명자는 미국의 군사적 역량이 제한적인 만큼 ‘중국 견제’에 집중해야 하며, 동맹국이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견해를 밝혀왔습니다.
특히 한국은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가능한 한 스스로 방어해야 한다며, 주한미군도 중국에 대응하도록 재편돼야 한다고 VOA에 여러 번 밝혔습니다.
콜비 지명자는 지난해 12월 VOA ‘워싱턴 톡’ 대담에서 “주한미군이 중국에 대응하기에 더 적합한 방식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콜비 지명자 (지난해 12월)] “They should be designed more for dealing with the Chinese. And in the future, the forces that the Chinese are clearly developing, that they have not stopped developing since the meeting with President Biden in the slightest. They are going to allow China to conduct military coercion or more against South Korea itself. So U.S. forces on the peninsula will need to be focused on being able to deal with PLA. That doesn't mean they're going to just be pulled off. But if things need to be ammunition, if other kinds of logistics capabilities need to be pulled off, they absolutely will need to be pulled off.”
이어 중국의 군사력 증강을 거론하며 “중국은 한국에 대한 군사적 강압이나 그 이상을 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될 것”이라며 “주한미군은 중국군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주한미군이 타이완으로 투입될 것이라는 뜻은 아니다”라며 “하지만 탄약이나 병참 능력이 필요하다면 반드시 한반도에서 이동시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콜비 지명자는 북한을 상대로 한 자국 방어에 한국이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맥락에서 한국의 핵무장도 검토 가능하다는 입장도 밝혔습니다.
콜비 지명자는 한국 핵무장 가능성에 대해 “모든 것을 논의 테이블 위에 올려놔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개인적으로 핵확산을 옹호하지는 않지만 열려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콜비 지명자 (올해 4월)] “I think we need to be more accommodating of serious moves by our allies to take more responsibility for their own security. That's only going to be reasonable and tenable if we're being willing to be flexible.”
그러면서 “우리는 자신의 안보를 더 많이 책임지려는 동맹의 진지한 노력을 더 수용해야 한다”며 “이는 우리가 기꺼이 유연성을 발휘할 때여야만 합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개인적 신념 일부 정책 반영 가능성”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 석좌는 23일 VOA와 전화통화에서 콜비 지명자는 “미한동맹에 큰 친밀감(affinity)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그의 주요 전략적 초점은 미국의 힘을 키우고, 특히 가장 큰 도전자인 중국에 맞서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은 북한의 침략을 막기 위해 핵 억지력이 필요하다”며 “만일 콜비 차관 지명자 같은 누군가가 한국에 대한 미국의 공약을 낮추려 한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한국이 핵 능력을 더 갖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크로닌 석좌] “So South Korea needs a nuclear deterrent to block North Korean aggression for sure. Right now they're getting that through an extended deterrence commitment. If somebody like an undersecretary Kolby wants to try to negotiate less of a commitment, that means that we should be helping South Korea have more nuclear capabilities one way or the other.”
그러면서 “한국인들이 콜비 차관 지명자에게 이 부분에 대해 로비를 하려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크로닌 석좌는 “특히 트럼프 2기 정부에서는 고위 당국자들이 트럼프 당선인의 소원을 들어주는 것이 원칙이지만, 트럼프 당선인이 명확히 밝히지 않은 부분에 있어서는 그가 무엇을 생각하는 지 해석할 여지는 항상 존재한다”며 콜비 지명자의 개인적 신념이 정책에 일부 반영될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급격한 정책변화 추진 않을 것”
로버트 피터스 헤리티지재단 핵 억제 및 미사일 방어 연구원은 23일 VOA와 통화에서 “한국이 북한군을 재래식 무기로 물리칠 수 있다고 확신하지만 문제는 핵이며, 미국은 다른 동맹들과 마찬가지로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피터스 연구원] “I'm more than confident that South Korea could defeat the North Korean military conventionally. Now the challenge is the nuclear component and the United States maintains an extended deterrence umbrella over South Korea. Like it does for a number of allies. And I don't see that changing under President Trump or Secretary Hegseth or Mr Colby, I don't see that happening.”
피터스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나 헤그세스 국방장관 지명자, 콜비 정책차관 지명자 취임 이후에도 그 상황이 변할 것 같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헤그세스 지명자와 콜비 지명자는 앞으로 트럼프 당선인과 조율해 미국과 동맹국의 국가 안보 이익에 초점을 맞춘 전략을 파악하고 실행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마이클 오핸런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23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콜비 지명자는 학자로서 행동할 때는 지적 토론을 위한 큰 아이디어를 내 놓는다면서 “내 경험상 그는 그러한 아이디어가 새로운 정책으로 빠르게 전환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가 미국 정책의 변화에 대해 강하게 찬성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한국 핵무장론등에 대해 “다른 관점을 듣는 데 있어 열린 마음을 가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오핸런 연구원] “I don't think that we should expect him to be openly advocating or endorsing a South Korean pursuit of nuclear weapons or anything like that because US policy for a long time has felt that fewer countries with nuclear weapons makes for a safer world and that the US Korea alliance should provide the kind of extra reinsurance that South Koreans need.”
그러면서 “그가 한국의 핵무장 또는 그와 유사한 것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거나 옹호할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 된다”며 “미국의 오랜 정책은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가 적을수록 세계가 더 안전해지며, 한국이 필요로 하는 보장은 미한동맹을 통해 제공한다는 것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오핸런 연구원은 또 “콜비 지명자는 대통령과 국방장관 그리고 미한 동맹의 관계를 결정하는 기본 틀과 정책 변수 안에서 일해야 한다”며 “그가 유일한 사람이 아닐 것이며 가장 중요한 사람도 아닐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