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한 외교안보 공조 정상화 수순…전문가 “비상계엄 사태 속 한국 안보 견고 메시지”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부장관과 김홍균 차관이 23일 회동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미국과 한국 정부가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로 중단됐던 양국의 외교안보 공조 활동을 재개키로 했습니다. 미한동맹의 정상적인 작동으로 한국 내 정정의 불안함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도 안보 상 한층 안정감을 갖게 됐다는 분석입니다. 서울의 김환용 기자를 연결해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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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한 외교안보 공조 정상화 수순…전문가 “비상계엄 사태 속 한국 안보 견고 메시지”

진행자) 최근 워싱턴에서 열린 미한 외교차관 회담 결과에 대해 한국에선 어떤 평가가 나오나요?

기자) 한국 외교부는 김홍균 외교부 1차관이 23일 워싱턴에서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부장관과의 회담을 갖고 그간 연기된 양국의 주요 외교안보 일정을 완전히 재개해, 가능한 신속하고 상호 편리한 시점에 개최해 나가기로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미국의 한국에 대한 핵우산 제공의 실효성 강화와 연결된 미한 핵협의그룹(NCG) 회의와 도상연습,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방한 등을 잇달아 연기한 바 있습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이번 미한 외교차관 회담이 계엄 사태로 한국 안보와 경제의 불확실성이 부각된 시기에 외교안보의 축인 미한동맹의 견고함을 재확인시킨 점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북러 군사협력 심화와 미국 정권교체기를 틈탄 북한의 도발 가능성 등에 대응하려면 미한 간 공조에 잠시의 공백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 이번 합의의 중요성이 있다는 평가입니다.

남북 간 국경 파주에서 보이는 한국 군 초소(아래)와 북한군 초소(위).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입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북한 정권에게는 오판하지 않게 만드는 강력한 힘이 될 수 있고 대한민국 국민들에게도 비록 정치적으론 좀 어렵지만 안보에 있어서는 허점을 보이지 않는 한미의 확고한 대비태세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김 기자, 그렇다면 실제로 미한 간 외교안보 일정이 새롭게 잡힌 게 있나요?

기자)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24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내년 1월 20일까지인 조 바이든 행정부 임기 내 미한 외교장관회담 개최를 위한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당국자는 구체적인 추진 상황에 대해 “날짜를 주고받으며 논의하고 있고 조태열 장관이 방미할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방한할지 개최 형식은 미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미한 외교차관들이 23일 회동에서 미한동맹과 미한일 협력의 발전을 강조한 만큼 연기된 미한 핵협의그룹(NCG) 회의 또는 한국 정부가 물밑에서 추진해 온 미한일 3국 협력사무국의 서울 설치 등 외교 사안의 실무 절차 재개 여부가 주목됩니다.

진행자) 미국이 불안정한 한국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를 발 빠르게 지지하고 나선 배경에 대해선 어떤 분석이 나오나요?

한국 대통령 권한대행인 한덕수 국무총리가 정부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자료화면)

기자) 한국은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로 대통령이 직무정지되고 한덕수 국무총리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가 가동 중입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중대 우려”를 표하고 “심한 오판”이라며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되면서 지지 입장을 밝힌 건 그만큼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 필요성이 컸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박형중 박사는 한덕수 권한대행 총리 체제는 국내적으로 여러 도전에 직면해 있지만 미국으로선 최소한의 안정을 도모할 수 있는 과도기 체제라는 점을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형중 박사] “국내적인 도전에 직면해 있는 한덕수 체제를 미국이 현실적으로 인정하고 함께 파트너 삼아서 상황을 관리하는 차원에서 움직이는 게 미국으로선 가장 좋은 선택이겠죠.”

이와 함께 바이든 행정부로서는 자신들의 중요 외교, 안보 성과로 꼽는 미한동맹 강화와 미한일 안보협력 체제를 최대한 유지해야 할 필요성이 크기 때문에 한국과의 견고한 동맹관계를 부각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진행자) 김 기자, 미한일 안보협력을 강하게 추진했던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정지,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이 맞물려서 미한동맹, 미한일 안보협력이 흔들릴 가능성이 제기되는데요, 한국 내에선 어떤 전망이 나오나요?

기자)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한국의 정정이 불안할수록 미한동맹의 현실적인 중요성이 더 부각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14일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 한국 대통령실 제공.

조 박사는 윤석열 정부는 물론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제1야당도 견고한 미한동맹에 대해 한국 보수층은 물론 중도층까지 중시하는 여론 지형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엄밀히 보면 한미관계는 현실이고 이 보수나 진보나 여야나 이 현실을 무시할 순 없거든요. 그러니까 오히려 한국의 정정이 불안하면 불안할수록 미국의 중요성, 미국의 영향력은 상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볼 수 있고요.”

미한일 협력체제 유지와 관련해선 중국에 대한 강경책을 추구하는 트럼프 행정부로서도 대중 견제 틀인 미한일 3국 협력체제 자체를 문제 삼기보다는 3국 간 비용 분담 차원에서 변화를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진행자) 김 기자, 한국의 권한대행 체제가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그렇게 되면 트럼프 당선인 측과의 소통에도 적지 않은 제약 요인이 될 것 같은데요, 이에 대해선 한국 내에서 어떤 이야기들이 나오나요?

1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자택인 플로리다 마러라고 별장에서 당선인 신분으로 첫 공식 기자회견 중 발언을 하고 있다.

기자) 트럼프 당선인이 정상 간 직접 외교를 선호하고 지도자 간 개인적인 유대를 중시한다는 점에서 한국의 리더십 부재가 차기 미 행정부에 대응하는 데 적지 않은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한국 정부 고위관계자는 “트럼프 당선인 측이 희망하면 한덕수 권한대행과 트럼프 당선인 간 통화를 가질 수 있고 대면 접촉도 할 수 있으나 현재로서는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해도 외교라인 인선을 마치고 정책을 수립하는데 수개월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한국은 리더십 공백 속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새 외교정책에 한국 정부의 입장을 반영시킬 수 있는 소통을 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트럼프 정부 출범하면 1차적으로 각국 정상들과의 정상회담이 계속될 텐데 한국은 6개월 이상 뒤로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그런 상황에서 다른 국가들 입장이 우선 반영될 가능성이 높고 그리고 트럼프와의 개인적 네트워크도 먼저 구성될 가능성이 높고 중요한 6개월 간 한국이 할 수 있는 부분이 매우 제한된다는 건 큰 도전인 건 분명하죠.”

한국 정부 고위 관계자는 “대선 이전부터 트럼프 진영과 계속 소통했고, 그런 채널을 구축했기에 다른 국가들에 비해 이른 시기에 정상 간 통화가 있었다”며 “내년 1월20일 트럼프 행정부 출범 전에도 트럼프 측 인사들과 소통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관계자는 또 “1월20일 이후에는 가급적 조속히 외교장관이든 그런 레벨에서 트럼프 신행정부와 대면 접촉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