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부채한도 증액' 공화 압박...미 중절병원 소개 금지 철폐

조 바이든 대통령이 4일 백악관에서 부채 한도에 관해 연설한 뒤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생생한 미국 뉴스를 전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정부 부채 한도 상한 논의에 비협조적인 공화당을 비판하며 채무불이행 사태의 위험성을 경고했습니다. 연방 보건후생부가 전임 트럼프 행정부 시절 도입된 낙태병원 소개 금지 조처를 해제했습니다. 이어서 캘리포니아 남부 해상에서 발생한 기름 유출 사고로 심각한 환경 오염이 우려된다는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입니다. 지난주 의회가 정부 임시지출안을 통과시키면서 정부의 일시적 업무 중지, 일명 ‘셧다운’ 사태는 막았습니다. 하지만 미국 정부에 또 다른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고요?

기자) 네. 연방정부의 채무불이행 사태 위험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디폴트’라고 하는 채무불이행을 막기 위해선 국가 부채 한도 설정이 시급하지만, 야당인 공화당이 부채 한도를 유예하는 법안에 반대하면서 교착상태에 빠졌는데요. 조 바이든 대통령이 4일 백악관에서 연설하면서 국가 부채 한도 논의에 비협조적인 공화당을 강도 높게 비난했습니다.

진행자) 바이든 대통령이 연설에서 뭐라고 했습니까?

기자) 바이든 대통령은 현재 28조 4천억 달러에 달하는 연방정부 부채 한도를 상향하려는 의회 표결에 공화당이 협조하지 않고 있다며, “나라를 구하는 일에 돕고 싶지 않다면, 망치지 말고 그냥 비켜달라”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공화당은 “일을 하기 거부할 뿐 아니라 우리가 일하지 못하도록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공화당이 정부의 채무불이행 사태를 막는 걸 방해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렇게 보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사상 초유의 디폴트를 피할 수 있는지에 관한 질문에 “보장할 수 없다”라고 답하면서, “그건 미치 매코넬에게 달려있다”라고 대답했는데요. 미치 매코넬 공화당 상원 대표가 부채 한도 연장을 거부하는 핵심 인사라는 점을 지적한 겁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디폴트 사태가 발생한다면 그건 공화당의 책임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정부 부채 한도 조정이 안 되는 것이 왜 공화당 때문이라는 건지, 상황을 좀 정리해보고 갈까요?

기자) 네. 미국은 정부가 비릴 수 있는 돈, 그러니까 연방 부채 상한선을 법률로 정합니다. 미 의회는 지난 2019년에, 22조 달러의 부채 한도 적용을 2년 유예했는데요. 이게 만료되는 시점이 지난 7월 31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관련 입법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연방 정부는 그간 추가로 돈을 빌리지 못하고 정부의 현금과 재무부의 특별 조치로 재원을 조달해왔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정부의 재원이 얼마 남지 않은 거죠?

기자) 맞습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최근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오는 18일까지 연방 정부의 부채 한도를 올리거나 유예하지 않으면 채무 불이행이 현실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따라서 미 하원은 민주당 주도로 오는 12월 16일까지 부채한도를 유예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는데요. 하지만 상원에서는 공화당의 반대로 표결이 두 차례 부결됐습니다.

진행자) 하원은 통과했는데 왜 상원의 문턱은 넘지 못한 걸까요?

기자) 현재 상원은 민주당과 공화당의 의석이 50대 50으로 동수를 이루고 있는데요. 나라의 빚이 늘어나는 걸 반대하는 공화당은 전원 부채한도 유예법안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국가 관련 법안이 상원을 통과하려면 60표가 필요한데요. 공화당이 전원 반대하니까 통과를 할 수 없는 거죠.

진행자) 그렇다면 법안 통과를 위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겠군요?

기자) 네. 그래서 예산 조정 절차를 활용하는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습니다. 예산 조정은 입법 절차의 하나인데요. 상원에서는 대부분의 법안이 60표 이상을 확보해야 하지만, 조정 절차를 거치면 합법적인 의사진행방해인 ‘필리버스터(filibuster)’를 무력화할 수 있고요. 단순 과반만 넘겨도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습니다.

진행자) 상원에선 부통령이 한 표를 행사할 수 있으니까 예상 조정 절차를 쓰면 국가 부채 한도 법안도 통과할 수 있는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매코넬 공화당 대표는 4일 백악관에 보낸 서한에서 공화당은 민주당의 부채 한도 상향 시도를 돕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민주당이 예산 조정 절차를 통해 법안을 통과시키라고 주장했는데요. “공화당은 지난 7월 중순부터, 민주당은 본인들 스스로 부채 한도를 올려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왔다며, “당신의 정당이 단독으로 통치하길 원하기 때문에 부채한도도 단독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바이든 대통령도 예산 조정을 생각하는 건가요?

기자) 예산 조정 절차에는 부정적인 입장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공화당이 러시안룰렛을 중단하고 투표를 해서 이 혼란을 끝내자”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행정부 때에도 민주당의 협조로 세 차례나 부채 한도를 상향했다는 점을 언급했는데요. 또 “현재 미국 부채 가운데 약 8조 달러가 트럼프 행정부 4년 동안 발생했다”며 “공화당은 부채 한도 연장을 도와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기자) 공화당이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은 법안 통과를 위해 어떤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예산 조정 절차 가능성도 나오고 있지만, 민주당 내에서도 부채 한도 상향에 반대하는 중도파 의원들은 조정 절차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척 슈머 상원 민주당 대표는 4일, 동료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이번 주 안으로 법안을 통과시켜 대통령의 책상 위에 오르게 해야 한다고 밝혔는데요. 슈머 대표는 이번 주 안에 진전이 없으면 다음 주로 예정된 휴회가 연기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가족계획 진료소에 비치된 안내 책자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다음 소식입니다. 낙태와 관련해서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내려진 규제가 사라진다고요?

기자) 네. 조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 도입된 낙태 병원 소개를 제한하는 규제를 해제했습니다. 보건 후생부는 4일, 새로운 규정을 통해 연방 가족계획 프로그램이 바락 오바마 전 행정부 시절 방식으로 복원될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그러니까 이제 다시 병원들이 낙태를 원하는 여성들에게 시술이 가능한 곳을 소개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의료기관 추천을 통해서 낙태 시술이 허용되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새로운 규정은 다음 달 8일부터 효력이 발생하는데요. 하비에르 베세라 미 보건후생부 장관은 4일 성명에서 “미국에서 가족계획 프로그램은 의료 서비스 제공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관련 서비스를 강화하고 회복하는 데 목표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연방 가족계획 프로그램이 뭡니까?

기자) ‘타이틀 X’으로 알려진 연방 가족계획 프로그램은 연 예산 2억 5천만 달러를 들여서 주로 저소득층 여성의 피임과 기본적인 건강 관리 서비스를 제공해 왔습니다. 하지만 전임 트럼프 행정부 시절, 병원들이 낙태 시술소를 추천하는 것이 금지되면서 ‘가족계획협회’와 제휴했던 병원들이 대거 탈퇴했고요. 그 외 주와 다른 독립 기관들도 관련 서비스를 중단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낙태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보니 낙태 시술소 소개를 금지한 거겠죠?

기자) 맞습니다. 미국에서 낙태는 보수와 진보의 생각이 극명히 갈리는 사안인데요. 공화당이 주를 이루는 보수 진영에서는 태아도 생명이라는 이유로 낙태를 반대하고요. 진보 진영에서는 낙태는 여성의 권리라는 입장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낙태 관련 정책에 관해 여성단체들은 “개그 룰(gag rule)’, 즉 말 못하게 막는 ‘함구령’이라고 비판했고요. 의료단체들은 클리닉과 환자 간 관계를 단절시킨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반면, 찬성하는 목소리도 있었겠죠?

기자) 네. 종교 단체들과 보수주의자들은 가족계획 프로그램과 낙태를 엄격히 분리했다며 트럼프 전 행정부의 정책을 옹호했습니다.

진행자) 낙태 병원 소개를 금지하는 규정이 실제로 영향이 있었습니까?

기자) 네. 지난 2018년 가족계획 병원들은 약 390만 명에게 관련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낙태 병원 소개 금지로 그 수가 40%가량 줄어든 것으로 보건후생부는 추산했습니다. 또 이로 인해 18만 명 이상이 의도치 않은 임신을 하게 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진행자)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행정부의 규제를 되돌리겠다고 이미 약속했었다고요?

기자) 네.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공약 가운데 하나가 가족계획과 관련한 규제를 복원하는 것이었습니다. 지난 2020년 대선에서는 낙태가 주요 이슈는 아니었는데요. 하지만 현재 내년 중간선에서는 낙태가 주요 선거 쟁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최근 미국에서 낙태와 관련해서 논란이 많지 않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남부 텍사스주에서 임신 6주 이후의 낙태를 금지하는 임신중절법이 시행에 들어가면서, 타당성을 둘러싼 공방이 가열되고 있는데요. 거기다 미 연방대법원은 이번 회기에 미시시피주의 낙태법에 관해 심리할 예정입니다. 미시시피주는 임신 15주 이후로 낙태를 금지하는 법으로, 사실상 낙태를 합법화한 지난 1973년의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앞바다 기름 유출 사고로 뉴포트비치 백사장에 유류 찌꺼기가 올라와 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캘리포니아 남부 해상에서 대규모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는 소식이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에 속한 헌팅턴비치 인근에서 최근 대규모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헌팅턴비치는 로스앤젤레스에서 남동쪽으로 약 65㎞ 떨어진 곳에 있는 도시인데요. 지금까지 유출된 것으로 추산되는 기름의 양은 약 12만 6천 갤런, 거의 57만 3천 리터에 달합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기름 유출은 언제부터 시작됐고 또 지금은 얼마나 많은 지역으로 퍼졌죠?

기자) 헌팅턴비치의 킴 카 시장은 기자회견에서 최초 유출이 지난 2일 보고됐다고 밝혔습니다. 카 시장은 유출된 기름이 약 13제곱 마일, 약 34㎢의 태평양을 덮고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카 시장은 습지가 황폐해지고 해안선 일부가 기름으로 뒤덮였다며 이번 유출이 ‘잠재적 환경 재앙’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현재 유출 피해 지역에 대해서는 어떤 조치가 이뤄졌나요?

기자) 일단 당국은 기름이 더 이상의 지역으로 확산하지 않도록 방재를 설치했습니다. 또 캘리포니아 어류 및 야생동물관리국은 기름 유출로 영향을 받은 해안 지역에 대한 어업 활동 폐쇄를 명령했는데요. 관리국은 3일 발표에서 헌팅턴비치에서 데이나포인트 해안으로 폐쇄가 확대될 것이라면서 최대 10㎞까지 확장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유출된 기름에 대한 회수 작업도 시작됐나요?

기자) 네, 해안경비대는 유출된 기름을 치우는 작업에 들어갔다며 현재까지 3천gal 이상, 약 1만 2천ℓ의 기름 섞인 물이 회수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그럼 이번 기름 유출은 어디에서 시작된 건가요?

기자) ‘엘리’라고 불리는 석유 굴착 장치와 연결된 파이프라인에서 기름이 유출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휴스턴의 석유·가스 업체 ‘앰플리파이 에너지’가 파이프라인 운영을 담당하는데요. 업체는 유출 사고 이후 가동을 멈추고 28km에 달하는 파이프에 들어있던 기름을 모두 빼내 더 이상의 유출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유출 사고 발생 경위도 밝혀졌나요?

기자) 아직 기름 유출이 어떻게 시작된 것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는데요. ‘앰플리파이 에너지’의 마틴 윌셔 최고경영자(CEO)는 잠수부들이 기름이 어느 지점에서, 그리고 왜 유출됐는지 조사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캘리포니아에서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지요?

기자) 그렇습니다. 오렌지카운티 해안에서 지난 1990년 2월 대규모 기름 유출 사고가 있었는데요. 당시 이 지역을 지나던 유조선에서 160만 리터에 달하는 기름이 유출됐습니다. 또 2015년에는 산타바바라 카운티 인근에 매설된 송유관이 파열되면서 약 54만 1천 리터의 기름이 유출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이 기사는 AP를 참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