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코로나 공중보건 비상사태 5월 종료…경찰 구타 흑인 사망 사건, 현장 구급대원도 해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0일 백악관 남쪽 뜰에서 기자단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생생한 미국 뉴스를 전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유행에 대응하기 위한 미국의 공중보건 비상사태가 5월 11일 종료됩니다. 경찰관들에게 구타당한 후 숨진 흑인 남성 타이리 니콜스 씨 사건과 관련해 구급대원 3명이 적절한 응급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해고됐습니다. 흑인 역사의 달을 맞아 실시된 설문조사에서 흑인들이 인종 간의 불평등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투표를 매우 중요시하는 것으로 나타난 소식, 이어서 전해드립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입니다. 코로나 팬데믹과 관련해서 미국 정부 정책에 중요한 변화가 생기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30일 연방 의회에 코로나 대응을 위한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오는 5월 11일에 종료할 뜻을 전했습니다.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하던 지난 2020년 3월 처음 선포된 공중보건 비상사태가 약 3년 만에 종료되는 겁니다.

진행자) 최근에 미국 정부가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연장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어떻게 종료 발표가 나오게 된 겁니까?

기자) 말씀하신 대로, 미 보건후생부는 지난 11일 코로나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90일간 재연장했었습니다. 하지만 공중보건 비상사태의 ‘즉각 종료’를 요구하는 하원 공화당의 결의안 두 건에 반대하는 성명을 백악관이 30일 내놓으면서 정부가 계획한 종료 시점이 알려지게 된 겁니다.

진행자) 정부의 성명 내용을 살펴볼까요?

기자)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이 발표한 성명은 바이든 대통령이 오는 5월 11일 비상사태를 종료하기 위해 기존 조처를 잠시 연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비상사태의 갑작스러운 종료는 각 주와 병원, 무엇보다 수천만 명의 미국인을 위한 의료 시스템 전반에 광범위한 혼란과 불확실성을 초래할 것”이라며 공화당의 즉각 종료 요구에 반대 입장을 밝혔습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는 그간 여러 차례 코로나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재연장했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020년 3월 13일 처음으로 코로나 팬데믹을 국가비상사태로 선언했고요. 지난 2021년 1월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에도 보건후생부는 비상사태를 90일 단위로 재연장해왔습니다.

진행자) 바이든 행정부가 코로나 국가비상사태를 조만간 종료할 것이라는 전망은 이미 나왔었다고요?

기자) 네, 바이든 행정부는 작년에 비상사태 종료를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겨울철 코로나 사례가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의료기관과 보험사, 환자가 비상사태 종료에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기 위해 중단 시점을 연기했었습니다.

진행자) 공중보건 비상사태는 어떤 상황에 내려지는 겁니까?

기자) 미국은 심각한 질병 등으로 인한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공중보건법에 따라 90일간 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있습니다. 또 필요에 따라 연장될 수 있는데요. 무엇보다 비상사태가 선포되면 보건후생부 장관에게 전폭적인 권한이 부여됩니다. 질병 대응과 환자 진료에 있어 최대한의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의사와 병원, 의료서비스 제공자들을 대상으로 적용되는 법규 가운데 일부 내용은 장관의 권한으로 효력을 즉각 중지할 수도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은 코로나 공중보건 비상사태 선포로 어떤 변화가 있었습니까?

기자) 비상사태가 선언되면서 저소득층 의료보장제도인 메디케이드 서비스가 확대됐고요. 코로나 백신과 검사, 치료제 등이 무료로 제공됐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비상사태 선포가 5월에 종료되면 또 변화가 있겠군요?

기자) 네, 공중보건 비상사태로 국민들에게 무료로 제공되던 서비스가 중단됩니다. 따라서 민간 보험에 가입한 사람은 코로나 백신이나 검사, 치료에 대한 본인 부담금을 지불해야 하고요.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은 전액 본인 비용으로 지불해야 합니다.

진행자) 정부 지원이 끊어지면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어느 정도 될까요?

기자) 코로나 백신의 예를 들어보면요. 지금까지는 정부가 코로나 백신 제조사로부터 백신을 구매했었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이제 백신을 구매하지 않으면 백신 가격이 치솟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코로나 백신 제조사인 ‘화이자’는 코로나 1회 접종에 최대 130달러를 청구할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이렇게 되면 가격이 부담돼서 백신을 맞지 못하는 사람이 생기게 되는 겁니다. 미국인의 15% 만이 지난가을 이후, 정부가 권장하는 개량 부스터샷, 즉 추가접종을 받았는데요. 비용이 오르게 되면 백신 접종률이 더 떨어질 수도 있는 겁니다.

진행자) 그런데 왜 공화당 의원들은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즉각 종료하라고 요구하는 겁니까?

기자) 톰 콜 공화당 하원의원은 바이든 대통령이 공중보건 비상사태와 관련해 불필요한 연장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공중보건 비상사태 상황을 언급하며 연방 학자금 대출 상환 유예 등을 추진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했는데요. 콜 의원은 공중보건 비상사태 즉각 종료를 요구하는 법안을 소개하면서, “나라가 대부분 일상으로 돌아왔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매일 미국인들은 활동에 제한 없이 직장과 학교로 가고 있다”며 “정부가 이 현실을 인정할 때다. 팬데믹이 끝났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미국에서 지금까지 코로나 감염증으로 희생된 사람이 얼마나 됩니까?

기자)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이후 미국에서 110만 명 이상이 코로나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최근 확진자 추이를 보면, 연말 연휴 기간에 확진자가 잠시 증가세를 보이긴 했지만, 두 해 전 겨울과 비교해 많이 줄었는데요. 하지만 보건 당국은 코로나 검사 자체가 크게 줄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멤피스 경찰국이 27일 공개한 영상 화면에서 구타를 당한 뒤 넘어진 타이리 니콜스 씨를 경찰관들이 살피고 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다음 소식입니다. 테네시주 멤피스에서 발생한 흑인 사망 사건과 관련해 처벌받는 사람이 계속 나오고 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경찰의 구타 후 숨진 흑인 남성 타이리 니콜스 씨가 현장에 도착한 구급대원의 응급조치를 제대로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멤피스 소방국은 30일 성명을 내고, 현장에 출동했던 구급대원 3명을 해고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어떤 이유로 구급대원들을 해고했는지도 밝혔나요?

기자) 네, 성명에 따르면, 응급 의료 기술자(EMT)인 두 명은 사건 발생 후 몇 분 만에 현장 도착했지만, “환자의 상태를 적절하게 평가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또 이들을 싣고 구급차를 운전한 또 다른 구급대원은 현장에 도착한 후 차에서 내리지 않았다고 성명은 지적했습니다. 지나 스웨트 멤피스 소방국장은 내부 검토 결과, 이 세 명은 “소방국의 여러 정책과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해고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니콜스 씨 사망 사건 현장에서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 잠시 정리해 보고 갈까요?

기자) 사건이 발생한 건 지난 7일입니다. 29세 흑인 남성인 니콜스 씨가 멤피스에서 운전하고 가던 중 경찰이 난폭 운전을 이유로 니콜스 씨의 차를 세웠는데요. 당시 경찰은 니콜스 씨를 강압적인 태도로 차에서 끌어 내렸고요. 또 니콜스 씨가 과잉 대응에 놀라 도망가려고 하자 니콜스 씨를 붙잡아 무차별적인 폭행을 가했습니다. 니콜스 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사흘 만인 지난 10일 사망했습니다.

진행자) 사건이 발생한 건 이달 초인데, 왜 지금 와서 논란이 되고 있는 건가요?

기자) 경찰관들의 집단 폭행 장면을 담은 동영상이 지난 27일에 공개됐기 때문입니다. 영상에는 경찰이 니콜스 씨를 난폭하게 구타하는 장면이 그대로 담겼는데요. 이에 지난 주말 미국 곳곳에서 경찰의 강경 진압을 규탄하는 시위가 벌어졌고요. 멤피스에서는 30일까지 나흘 연속으로 시위대가 모여 멤피스 경찰국에 대한 외부의 독립적인 검토와 경찰 개혁 등을 촉구했습니다.

진행자) 당시 현장에서 니콜스 씨를 구타한 경찰들은 어떻게 됐나요?

기자) 폭행에 가담한 경관 5명은 모두 흑인이었는데요. 다들 해고됐습니다. 또 이들은 지난 26일, 2급 살인과 가중 폭행 등의 혐의로 전원 기소됐습니다. 또 멤피스 경찰국은 소방국의 발표에 앞서, 이번 사건에 관여한 경찰관 2명을 추가로 정직 처분했다고 밝혔습니다. 정직 사실이 알려진 6번째 경관은 프레스턴 헴필 경관으로 백인이고요. 7번째 경관은 누구인지 또 사건 현장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등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이제서야 이들 경관에 대한 정직 처분이 나온 건가요?

기자) 그건 아닙니다. 킴벌리 엘더 멤피스 경찰국 대변인은 30일, 이들 경찰관 7명 모두 사건 다음 날인 1월 8일에 처음 정직 처분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경찰이 왜 30일이 돼서야 헴필 경관과 또 다른 경관의 정직 처분 사실을 밝혔는지는 불분명합니다. 사망자 니콜스 씨 가족 변호인단은 이에 경찰을 비판하는 성명을 내고, “헴필 경관이 몇 주 전 정직됐지만, 아직 해고되거나 기소되지 않은 데 대해 매우 실망했다”며 “우리는 멤피스 경찰국이 가족과 지역 사회에 투명하게 대처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사건과 관련한 조사는 계속되고 있는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셸비 카운티 지방 검찰은 멤피스 소방국 직원을 포함해 니콜스 씨 구타가 있기 전과 도중, 그리고 이후 사건에 참여한 모든 개인과 또 사건 이후 관련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사람들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니콜스 씨 사망 사건에 관한 조사가 계속됨에 따라 사건 당일(7일) 현장에 있었던 다른 경찰관들에 대한 추가 기소가 있을 수 있다고도 밝혔습니다.

진행자) 지난 2020년에 발생한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등 이전에 발생한 흑인 사망 사건에 연루된 경관은 백인이 많았는데요. 이번에 니콜스 씨 폭행에 가담한 경관은 모두 흑인인 점이 관심을 끄는군요?

기자) 맞습니다. 이에 따라 인종차별 문제를 넘어서 경찰 문화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경찰의 강압적인 대응 방식을 훈련 등을 통해 바꿔야 한다는 겁니다.

한 남성이 '흑인의 목숨도 중요하다'라고 적힌 깃발을 둘고 텍사스 의사당 건물 앞을 지나가고 있는 모습. (자료 사진)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미국 내 흑인 사회에 관한 소식 계속해서 보겠습니다. 미국에서 2월은 특히 흑인들에게는 남다른 달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매년 2월은 '흑인 역사의 달'인데요. 1926년 흑인 역사학자인 카터 우드슨 박사가 노예 해방과 흑인들의 공헌과 업적을 기리기 위해 2월 둘째 주를 ‘흑인 역사의 주’로 지정한 것이 그 유래입니다. 지난 1928년부터 우드슨 박사가 설립한 흑인 역사 연구협회는 매년 그해 기념하는 주제를 발표하는데요. 올해는 '흑인의 저항(Black Resistance)'이 그 주제입니다.

진행자) 이에 맞춰서 흑인을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 조사 결과가 발표됐죠?

기자) 맞습니다. '퓨리서치센터'가 벌인 설문조사인데요. 인종 간의 불평등을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관해서 흑인이 어떤 시각을 가졌는지를 살펴봤습니다.

진행자) 설문조사 결과 하나씩 살펴보죠?

기자) 네, 우선 인종 간의 평등을 달성하기 위해 어떤 방법이 효과적일지에 관해서 물었는데요. 압도적으로 높게 나온 것은 바로 '투표'였습니다. 응답자 10명 가운데 6명 이상이 투표가 인종 간 평등 달성을 위해서 매우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답했습니다. 다만, 정치적 성향에 따라서 다소 차이가 있었는데요. 민주당 지지 혹은 민주당 성향의 흑인 가운데 '투표'를 꼽은 응답률은 거의 70%에 달한 반면, 공화당 지지 혹은 공화당 성향 흑인의 응답률은 46%를 기록해 20%P 이상이 차이가 났습니다.

진행자) 미국 전체 유권자에서 흑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어떻게 되나요?

기자) '퓨리서치센터'가 조사한 지난 2022년 상황을 보면요. 흑인 유권자는 2022년 11월 기준 3천270만 명입니다. 지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약 2% 늘어난 것으로, 같은 기간 히스패닉 유권자가 16%나 늘어난 것과 비교해서는 그렇게 많이 증가하지는 않았습니다. 유권자 비율을 보면 흑인은 전체 유권자 가운데 약 14% 정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흑인들이 꼽은 평등 달성을 위한 효과적인 수단으로 '투표' 외에 또 어떤 것들이 있었나요?

기자) 다음으로 높은 것은 흑인 소유 비즈니스에 대한 지원이었는데요. 58%의 응답률을 기록했습니다. 이 외에도 자원봉사, 저항, 선출직과의 접촉 등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진행자) 흑인의 인권 증진을 위해 그동안 미국 사회에서는 많은 기관이나 기구, 협회가 세워지기도 했고요. 또 사회적 운동이 일기도 했는데요. 흑인은 이 가운데 근래 가장 큰 도움을 준 것은 어떤 것이라고 보나요?

기자) 바로 '블랙 라이브스 매터(Black Lives Matter)', 즉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고 하는 운동입니다. 이를 꼽은 응답률은 40%에 육박했습니다. 이 역시 민주당 지지층이 46%의 응답률로 공화당 지지층 26%의 응답률보다 더 높았습니다.

진행자) '흑인의 목숨도 중요하다'라는 시위, 운동이 어떻게 시작된 움직임이었죠?

기자) 발단은 지난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해 여름, 흑인 조지 플로이드 씨가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에 의해서 목숨을 잃는 사건이 벌어졌는데요. 이후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시위가 미국 전역 대도시에서 발생했습니다.

기자) 이 외에도 응답자들은 어떤 것들을 꼽았나요?

기자) 미국에서 가장 오래됐을 뿐 아니라 가장 규모가 큰 인권 단체인 '전미유색인종지위향상협회(NAACP)'를 꼽은 응답률이 17%로 그 뒤를 이었고요. 흑인 교회나 종교 기관, 혹은 의회 내 흑인 의원들의 모임인 '블랙코커스' 등을 꼽은 응답자도 있었습니다.

진행자) 설문조사 내용 가운데 하나만 더 살펴보겠습니다. 흑인과 다른 인종 간의 협력에 대한 인식도 조사됐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다른 인종 역시 흑인과 마찬가지의 고통을 일부 경험했다고 가정했을 때 백인과 히스패닉, 아시아계 등 다른 인종과의 정치적 동맹 가능성에 대해서 흑인이 어떻게 보는지를 조사했는데요. 백인과 히스패닉, 그리고 아시아계 순이었습니다. 백인이 40% 이상으로 가장 높고 이어 히스패닉이 37%, 그리고 아시아계가 34%를 기록했습니다. 아시아계와의 협력에 대한 흑인의 인식은 그렇게 우호적이지 않았는데요. 좋은 정치적 동맹이 될 수 없다는 응답률은 아시아계가 23%로 다른 인종보다 높았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