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미국 뉴스를 전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린치(lynch)’ 행위를 연방 증오 범죄로 다루는 ‘에밋 틸 반린치 법안(Emmett Till Antilynching Act)’이 의회에서 최종 통과됐습니다. 미 연방 대법원이 선거구 획정과 관련해 공화당이 장악한 노스캐롤라이나주와 펜실베이니아주의 심의 요청을 기각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이 미국의 대중교통 시스템, 특히 장거리 통근 열차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입니다. 미 연방 의회에서 증오 범죄와 관련한 새로운 법안이 통과됐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제 미국에서는 ‘린치(lynch)’ 행위를 연방 증오 범죄로 다루게 됐습니다. 지난주 연방 하원이 ‘2022 에밋 틸 반린치 법안(Emmett Till Antilynching Act of 2022)’을 표결에 부쳐 찬성 442대 반대 3, 초당적인 지지로 가결한 데 이어 7일 상원에서도 만장일치로 통과됐는데요. 의회의 승인을 받은 법안은 이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만 남겨놓고 있습니다.
진행자) 법안에 대해서 알아보기 앞서서, ‘린치’라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를 말하는 겁니까?
기자) 린치는 법에 근거하지 않고, 개인이 임의로 가하는 처벌 행위를 말합니다. 적법한 재판 없이 범죄 용의자를 구타하거나 처형한 데서 유래한 말로, 과거에 주로 백인들이 흑인들에게 했던 행동인데요. 대표적인 사건이 지난 1955년 미 남부 미시시피주에서 발생한 ‘에밋 틸’ 사건입니다.
진행자) 에밋 틸 사건은 어떤 내용인가요?
기자) 당시 14살이었던 흑인 소년 에밋 틸이 백인 여성을 희롱했다는 이유로 폭행당해 숨진 사건입니다. 일리노이주 시카고에 살았던 틸 군은 당시 인종차별이 심했던 남부 미시시피주의 친척 집을 방문했다가 식료품점 주인인 백인 여성에게 손을 건네고 휘파람을 불었는데요. 며칠 뒤 그 여성의 남편과 이복형제 등 백인 남성 2명이 틸 군을 납치한 겁니다. 틸 군은 온몸이 구타당하고 머리에 총을 맞은 채 인근 강가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는데요. 틸 군의 어머니는 인종차별의 참상을 고발한다는 뜻으로 틸 군 시신이 담긴 관 뚜껑을 닫지 않고 장례를 치렀고요. 이 사건은 대대적인 민권 운동에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됐습니다.
진행자) 의회를 통과한 법안도 틸 군의 이름을 따서 ‘에밋 틸 반린치 법안’이 된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에밋 틸 사건을 규탄하며 린치를 연방 범죄 행위로 다루기 위한 노력은 지난 수십 년간 계속돼 왔습니다. 이를 위해 그간 200여 개의 관련 법안이 마련됐지만, 입법에는 실패했었는데요. 올해 법안이 통과하면서 법안 이름에 2022년이 포함되게 된 겁니다.
진행자) 이번 2022년 법안이 최종 통과되는 데도 몇 년이 걸렸다고 하죠?
기자) 네. 법안을 처음 발의한 의원은 일리노이주를 지역구로 하는 바비 러시 연방 하원의원인데요. 지난 2020년에 유사한 법안을 발의해 당시 하원에서는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지만, 상원에서는 가로막혔었습니다. 그러다가 이번에 개정안이 하원에 이어 상원에서도 통과한 건데요. 러시 의원은 ‘에밋 틸 반린치 법안’은 미국이 “더는 부끄러운 과거를 무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과 연방 정부가 이 악랄한 행위에 항상 대항할 것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하면 이제 린치 행위는 미국에서 불법이 되는데, 어떤 처벌이 뒤따르게 됩니까?
기자) 사망이나 심각한 부상의 결과를 가져오는 혐오 범죄를 모의한 경우 린치 행위로 기소할 수 있고요. 유죄가 인정되면 최대 30년의 징역형도 가능하다고 러시 의원은 밝혔습니다.
진행자) 법안 통과에 대한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미 언론은 역사적인 조처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척 슈머 상원 민주당 대표는 법안 통과 후 “린치 행위 불법화를 위한 200번이 넘는 시도가 실패로 돌아간 끝에, 드디어 의회에 ‘에밋 틸 반린치 법안’을 통과시켰다”라고 밝혔는데요. 이어 “처음 반린치 법안이 소개된 것은 100년 전 일로,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상원은 마침내 린치를 연방 범죄로 만듦으로써 우리나라의 가장 부끄러운 과거사 가운데 하나를 청산하게 됐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다음 소식입니다. 미 연방 대법원이 일부 주가 요청한 선거구 관련 심의를 기각했군요 ?
기자) 그렇습니다. 노스캐롤라이나주와 펜실베이니아주가 각각 주 법원에서 나온 선거구 획정 명령을 막아달라며 제기한 심리 요청을 연방 대법원이 7일 기각했습니다. 이 두 주 모두 공화당이 주의회를 장악하고 있는데요. 대법원의 결정으로 민주당이 오는 중간선거에서 유리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선거구가 어떻게 획정 됐기에 이런 평가가 나오는지 알아볼까요?
기자) 앞서 노스캐롤라이나주와 펜실베이니아주는 올해 중간 선거를 앞두고 선거구를 다시 획정했습니다. 하지만 주 대법원은 주의회가 마련한 선거구가 공화당에 더 유리하게 배정됐다고 판단했는데요. 공정성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의회의 선거구 대신 법원이 지정한 전문가들이 그린 선거구를 채택하도록 한 겁니다. 그러자 두 주가 여기에 반발하며 대법원에 긴급 청원을 넣었습니다.
진행자) 선거구 획정은 인구에 맞게 조정되는 것 아닙니까?
기자) 맞습니다. 선거구 재획정은 10년 마다 이뤄지는 센서스 인구 조사 결과에 근거하는데요. 인구수에 따라 변경되는 하원 의석수에 맞게 선거구를 조정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주는 의회가 선거구를 결정하는데요. 그렇다 보니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정당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선거구를 나누려고 하고요. 여기서 문제가 생기는 겁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노스캐롤라이나주와 팬실베이니아주도 공화당에 유리하게 변경하려는 시도가 법원에서 가로막힌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하원 다수당을 놓고 치열한 싸움을 벌이게 될 펜실베이니아주는 새로운 선거구 획정이 민주당에 더 많은 표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고요. 노스캐롤라이나주는 내년에 있을 선거에서도 민주당이 더 많은 의석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연방 대법원은 이번 결정을 내리면서 뭐라고 이유를 밝혔습니까?
기자) 대법원이 따로 의견을 내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이 이번에 주 법원의 결정을 막지는 않았더라도, 연방 선거에 있어서 주 법원의 영향력에 관해서는 조만간 다루겠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이번 사안과 관련해 근본적으로 다뤄야 할 문제가 따로 있다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공화당 측은 대통령과 연방 의원을 뽑는 선거와 관련한 주의회의 결정을 주 대법원이 재고할 권한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4명의 보수성향의 대법관들도 여기에 생각을 같이 했는데요. 새뮤얼 얼리토 대법관은 소수 의견문에서 “우리는 이 질문에 대해 조만간 해결을 봐야 할 것”이라며 “이번 사안들은 관련 문제를 다룰 좋은 기회이지만, 아쉽게도 이번에도 기회를 놓치게 됐다”며 시기상으로 좋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이번 중간선거는 이미 절차가 시작됐으니까 일단은 선거구 획정을 유지하겠다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사실 이 두 주의 선거구 문제가 주 대법원에까지 올라간 이유가 있는데요. 주 의회는 공화당이 주도하고 있지만, 주지사들은 민주당이고요. 주 대법원 역시 진보성향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는 의회의 선거구 획정이 정치적 당파성의 결과물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는데요. 두 주 모두 현재 주의회 의석이 팽팽한 상태로 법원의 선거구 획정으로 우세 정당이 바뀔 수도 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교통 시스템에 관한 소식 한 가지 볼까요?
기자) 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이 2년 간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대중교통, 특히 장거리 통근 열차가 큰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팬데믹으로 급감한 장거리 통근 열차 이용률이 아직 회복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진행자) 먼저 장거리 통근 열차가 무엇인지 설명을 좀 해주시죠?
기자) 미국에서 출퇴근을 위한 대중교통이라고 하면 버스와 지하철, 그리고 장거리 열차가 대표적입니다. 이 가운데 장거리 열차는 시내와 외곽 지역을 잇는, 가장 긴 거리를 운행하는 대중교통 수단인데요. 약 50km 거리에서부터 멀게는 320km까지 운행합니다.
진행자) 운행 거리도 긴 만큼, 시간도 오래 걸리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인구조사국이 발표한 지난 2019년, 그러니까 팬데믹 이전 기간의 대중교통을 이용한 통근 소요 시간을 보면, 장거리 통근 열차를 이용한 통근 시간은 평균 71분이었고, 지하철은 약 49분, 그리고 버스는 약 47분이었습니다.
진행자) 통근자들의 대중교통 이용에서 장거리 통근 열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였죠?
기자) 네, 인구조사국 발표에 따르면 팬데믹이 시작되기 전인 2019년, 장거리 통근 열차 이용자들은 약 92만1천 명이었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한 전체 통근을 100%라고 할 때, 버스가 약 46%로 가장 높았고요. 지하철이 약 38%, 그리고 장거리 통근 열차가 12%였습니다.
진행자) 장거리 통근 열차의 이용률은 얼마나 줄었나요?
기자) 미국대중교통협회(APTA)에 따르면 미국의 5대 장거리 통근 열차 운행 지역의 열차 이용률은 팬데믹 이전 기간 이용률의 25%에서 50%에 불과한 상황입니다. 대표적인 지역 몇 군데를 살펴보면요. 매사추세츠주만 교통공사는 현재 열차 이용률이 팬데믹 이전 기간의 39%라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시카고 통근 열차를 운영하는 ‘메트라’는 현재 열차 이용률이 팬데믹 이전 기간의 25%이라고 설명했고요. 메릴랜드 통근 열차는 23%, 그리고 버지니아 통근 열차는 16%에 불과합니다. 뉴욕주와 뉴저지주는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인데요. 이들 지역의 장거리 통근 열차 이용률은 팬데믹 이전 기간의 50%입니다.
진행자) 통근자들의 장거리 통근 열차 이용 감소는 어떤 요인 때문이죠?
기자)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많은 기업이 사무실 출근 대신 재택근무를 시행했기 때문입니다. 가장 최근에 나온 변이종인 오미크론 확산이 점차 수그러들면서 사무실 복귀를 발표하는 기업들이 나타나고 있는데요. 그래도 여전히 재택근무 비율이 높은 상황입니다.
진행자) 현재 재택근무를 하는 근로자들은 어느 정도나 되죠?
기자) 워싱턴 지역 비즈니스 이익단체 ‘더 그레이터 워싱턴 파트너쉽(The Greater Washington Partnership)’의 조 매켄드루 부회장은 최근 ‘워싱턴포스트’ 신문에 워싱턴 D.C. 지역의 직군 가운데 53%가 재택근무가 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다수 주요 도시의 사업장은 어느 날이든 직원의 30%가 재택근무를 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진행자) 장거리 통근 열차 이용자들의 감소로 인한 대응책이 발표되고 있다고요?
기자) 네, 대표적인 것이 요금 체계 변경입니다. 그동안 장거리 통근 열차의 수입 대부분을 차지한 것은 월 정액권이었는데요. 월 정액권 대신 ‘피크타임(Peak Time)’ 1회 탑승 금액에서 20%가 할인된 20회 탑승권 등의 할인 상품이 나오고 있습니다. 운행 시간대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기존 장거리 통근 열차는 9시 출근, 5시 퇴근의 일정에 맞춰서 이 시간대에 열차가 집중 배정되어 있었는데요. 이제는 매시간 운행 등으로 통근자들 외의 이용자들의 접근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또, 일부 지역에서는 주말 열차 이용 시 단일 요금 적용, 그리고 동반 어린이 무료 탑승 등의 제도도 도입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장거리 통근 열차 이용률은 언제쯤 회복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죠?
기자) 오는 2024년 중반이 되어야 열차 이용률이 75% 정도 수준으로 회복할 것이란 전망입니다. 전문가들은 다만, 장거리 통근 열차 이용률 회복에는 팬데믹의 진행 양상, 각 사업장의 근무 형태, 그리고 근로자들의 열차 이용에 대한 심리적 안정성 확보 등의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진행자) 장거리 통근 열차 이용률이 회복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뭡니까?
기자) 먼저, 공적 자금 투입 문제와 관련이 있는데요. ‘워싱턴포스트’ 신문은 운영 적자가 크면 클수록 이에 들어가는 정부 예산이 늘어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통근 열차 이용대신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발생하는 교통 체증, 그리고 배기가스 배출량 증가 등의 문제도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