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국경을 차단하는 등 봉쇄 조치를 취하는 나라가 늘고 있습니다. 북한은 일찌감치 지난 1월 말부터 국경을 폐쇄했는데요, 하지만 북한과 서방국가들의 조치에서는 차이점도 지적되고 있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하면서 자국 국경에 빗장을 채우는 나라들이 늘고 있습니다.
각국 발표와 언론보도 등을 종합해 보면, 17일 기준으로 외국인 입국 전면 금지 등 사실상 `국경 봉쇄’ 조치를 취한 나라는 모두 30개국이 넘습니다.
유럽연합, EU 핵심 국가인 독일은 16일부터 프랑스, 오스트리아, 스위스, 룩셈부르크, 덴마크 등 5개국과의 국경을 전격적으로 통제하고 나섰습니다.
이에 앞서 덴마크는 한 달 동안 국경을 봉쇄키로 했고, 체코는 자국민을 포함한 모든 출입국을 중지했습니다.
회원국 간 자유 이동 보장을 중요한 가치로 여겼던 유럽이지만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차단이 당장 급선무가 됐습니다.
EU의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16일 기자회견에서 “여행이 적을수록 바이러스를 억제할 수 있다”며 최소 30일 간 여행 금지 조치를 도입할 것을 회원국들에 제안했습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And in this context, we informed today our G7 partners that we propose to introduce a temporary restriction on non-essential travel to the European Union.”
이런 상황은 다른 대륙도 마찬가지입니다.
캐나다는 자국민과 영주권자를 제외한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한다고 17일 공식 발표했습니다.
중남미 칠레와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페루, 과테말라 등도 2주에서 길게는 2개월 이상 외국인들의 입국을 막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대부분 나라들이 바이러스 확산국을 중심으로 제한적인 조치를 취했지만, 지난 11일 세계보건기구 WHO가 ‘세계적 대유행’ 팬데믹을 선언한 이후 상황이 바뀐 겁니다.
앞서 WHO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중국과 한국 등 일부 지역에 한해 확산됐던 1월 말까지만 해도 ‘여행 제한’ 조치 등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었습니다.
당시 WHO는 코로나 확산과 관련해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도 여행 제한 조치에 대해 ‘국제적인 여행과 교역을 불필요하게 방해하는 조처가 있을 이유가 없다’며 모든 나라가 과학적 방법과 증거에 기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확산이 특정 지역을 넘어 전 세계적인 대유행이 된 현재 상황에서 각국 정부는 국경 통제 등을 포함해 사람 간의 이동을 최소화하는 것을 핵심 방역대책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실례로 타이완의 경우 검역 강화와 더불어 초기 신속한 국경 통제 조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감염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타이완은 코로나 사태 초기인 2월 7일부터 중국 본토와 홍콩, 마카오에서 오는 외국인의 입국을 전면 금지했습니다.
타이완의 코로나 확진자는 17일 현재 67명으로 중국 인접 지역 중 비교적 낮은 감염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편 북한은 코로나와 관련해 세계에서 가장 먼저 국경을 봉쇄했지만 코로나 발생이나 확산 여부를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북한 당국은 `의학적 격리 대상자’만 있을 뿐 확진자는 없다는 주장이지만, 중국과 왕래가 잦은데다 자체 방역 능력이 취약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확산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서방국가들이 발표한 ‘국경 차단’ 조치와 북한의 ‘국경 봉쇄’는 구별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대부분의 서방국가들은 ‘국경 차단’ 조치를 발표하면서 예외적인 상황을 명시했습니다.
독일의 경우 ‘통근과 화물 운송’을 위한 이동은 제한하지 않았고, 캐나다도 왕래가 잦은 미국 시민들과 항공기 승무원, 외교관, 환승객 등의 입국은 허용한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국경 제한’이나 ‘입국 금지’ 조치를 취한 경우에도 대부분 적용 기간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1월 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위해 국경을 전면 봉쇄한다고 알렸지만, 이후 구체적인 세부 운영지침이나 기간 등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