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코로나 경기부양' 확장정책...“북한은 부작용 클 것”

스티브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17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 대응한 대규모 경기부양 대책을 공개했다.

미국 등 각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경기 침체 대응책으로 대규모 재정·통화 정책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확장정책을 실행할 능력이 없고, 실행 시 인플레이션과 환율 폭락 등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지다겸 기자가 보도합니다.

세계 각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경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경기 부양을 위한 확장적인 재정×통화 정책과 지원금 계획을 잇따라 밝히고 있습니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인과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1조 달러가 넘는 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녹취: 므누신 장관 3월 17일] “The president is determined we will put money back into this economy to protect hardworking Americans and small businesses.”

므누신 장관은 이 중 약 50%는 미국인들에 대한 현금 지급에 사용된다고 밝혔습니다.

또 3천억 달러는 중소기업과 영세사업자들이 직원을 고용하고 임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돕고, 나머지 2천억 달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큰 피해를 본 항공사 등 업체에 지원될 예정입니다.

홍콩 정부는 지난달 7년 이상 거주한 성인 영주권자 700만 명에게 1인당 1만 홍콩달러, 미화 약 1천 300달러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싱가포르와 호주도 소비 진작을 위해 자국민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계획을 공개했습니다.

영국도 이번 달 약 300억 파운드, 미화 약 350억 달러 규모의 정책 패키지를 내놓았습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어려움에 빠진 기업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약3천 300억 파운드, 미화 약 4천억 달러 규모의 대출 보증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이는 영국 국내총생산(GDP)의 15%에 맞먹는 규모입니다.

[녹취: 리시 수낙 장관 3월 17일] “We will get through this and we will get through it together and the steps that we're taking mean that we will emerge together on the other side, able to rebound back to confidence and economic activity.”

스페인도 코로나바이러스의 경제적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해 국내총생산 (GDP)의 20%에 해당하는 규모인 약 2천억 유로, 미화 약 2천200억 달러 규모의 지원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중소기업×소상공인×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50조 원 규모의 금융 조치를 발표했습니다.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은 20일 VOA에, 전 세계가 확장적 정책으로 경제 침체에 대응하는 추세라고 말했습니다.

각국 정부가 확장정책을 통해 국민들에게 기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소비를 보장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는 겁니다.

[녹취: 뱁슨 전 고문] “There is a growing convergence of economic policy thinking around the world and how to deal with the economic fallout in market economies. And that requires the fiscal response to maintain basic services and consumption, and the population.”

뱁슨 전 고문은 북한도 대규모 인력을 동원한 건설사업과 투자에 집중하면서 확장적 재정정책을 실행하고 생산성을 올리려 했다며, 지금도 이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북한의 방향은 전 세계 다른 나라가 실행하는 확장적 경제정책과는 다르다고 설명했습니다. 건설사업에 인력을 동원하는 정책은 주민들의 일상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뱁슨 전 고문은 북한 정부가 확장정책을 실행하는 데 있어 신경 써야 할 것은 식량안보라며, 이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뱁슨 전 고문] “But that doesn't do much to help people meet their daily needs because that requires food security which is really, I think, a major challenge right now.”

전문가들은 북한이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경제적 타격을 완화하기 위해 확장적 통화정책을 실행할 여건이 갖춰져 있지 않거나, 실행하더라도 부정적 파급효과가 따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는 북한이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국유기업의 임금을 올리는 정책을 취할 수 있다면서도, 이에 따른 부작용을 경고했습니다.

더 많은 임금을 지불하기 위해 화폐 발행을 늘리면 이것이 급격한 물가상승(인플레이션)을 초래하고, 인플레이션은 달러 대비 북한 화폐의 가치를 떨어뜨려 원/달러 환율이 무너지게 될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If they print money, which they're likely to do, they create inflation. And … if they create inflation, then the Won (North Korean Won, KPW) versus the Dollar exchange rate starts to collapse.”

브라운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는 원/달러 환율 상승이 “매우 빠르게” 일어날 수 있고, 이 경우 사람들이 북한 화폐 보유를 더 꺼리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뱁슨 전 고문은 북한의 확장적 통화정책 실행이 매우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북한 중앙은행의 기능이 한정돼 있고 내부적으로 북한 화폐의 신뢰도가 낮기 때문에 중앙은행이 화폐를 더 발행해 내수 소비를 진작시키려 해도 그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또 확장적 통화정책을 실행하면 화폐 공급만 늘리게 돼 외국 화폐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 가치가 떨어져, 결국 환율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뱁슨 전 고문은 북한이 과거 확장정책이라고 할 수 있는 식량배급제에서도 실패했다며, 북한이 소비를 늘리고 지역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매우 제한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VOA뉴스 지다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