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웨이트 주재 대사대리를 지낸 북한 외교관이 지난 2019년 가족과 함께 한국에 망명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북한 핵심 계층의 한국 망명이 이어지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 체제의 불안정성이 심화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김정호)
이번에 한국으로 망명한 것으로 알려진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리대사는 2017년 9월 쿠웨이트가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에 따라 북한 대사관 외교관의 수를 줄이는 과정에서 서창식 당시 대사를 추방하자 대사대리를 맡게 됐으며, 당시 참사관 직급으로 대사에 이은 차석 지위였습니다.
류 전 대리대사는 지난 2019년 9월 아내와 자녀들을 데리고 한국으로 망명했는데 자녀들의 미래를 고려해 탈북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난 2019년 9월에 한국에 입국해 북한 조성길 전 주 이탈리아 대사대리와 비슷한 시기에 입국했다고 한국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연합뉴스 등 한국언론들이 전했습니다.
류 전 대사대리는 평양외국어대 아랍어과를 졸업하고 북한 외무성에 근무하면서 북한의 주요 무기 수출국인 시리아 등 중동 지역에서 경력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쿠웨이트 주재 북한대사관은 쿠웨이트와 그 주변국가들에 나가 있는 북한 노동자 수 만 명을 관리해 중동에서도 거점 대사관 역할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류 전 대사대리의 아내 역시 김일성 종합대에서 경제학 석사 과정을 마치고 평양 소재 연구기관에서 근무한 엘리트 출신이며, 장인 역시 북한 최고 지도자의 통치자금을 관리하는 노동당 39호실 실장을 지낸 전일춘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류 전 대사대리의 한국 망명 소식과 관련해 한국 외교부와 국가정보원 관계자는 관련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외교관 출신 탈북민으로, 한국 제1야당 국민의 힘 국회의원인 태영호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북한에서 39호실 실장의 사위이자 외교관으로 참사직과 임시 대사대리를 했을 정도면 특권층이라고 할 수 있지만, 해외에 나와 생활하면서 비교 개념이 생기면 마음이 돌아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유를 향한 북한 주민들의 열망은 계속 이어질 것이며 고위급 탈북자들의 망명 행렬은 당연한 순리라고 강조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해외 주재 외교관들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따른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강화와 대사 추방 등 외교적 압박 속에서 본국에서 할당받은 외화벌이 부담을 이기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조한범 / 한국 통일연구원 박사
“특별한 어떤 정치적 동기보다는 김정은 체제의 불확실성이 원인이라고 보여지기 때문에 향후에도 이런 사태가 재발할 수 있고요. 이미 알려지지 않은 많은 이런 북한 고위층이나 경제계 큰손들이 이미 북한을 떠나는 일종의 엑소더스의 일환으로 봐야 됩니다.”
류 전 대사대리가 북한 정권의 외화벌이에 앞장섰던 전일춘 전 노동당 39호실장의 사위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신범철 /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
“쿠웨이트 대사를 누가 했다는 것 보다 이 사람은 대사급은 아니더라도 전일춘의 사위로서 노동당 39호실 정보를 듣게 됐다면 그 정보가치가 훨씬 더 중요한 거죠. 따라서 공식 직급은 고위급으로 볼 수 없지만 개인적 정보 가치는 상당한 수준으로 예상돼요.”
전문가들은 핵심계층의 잇단 망명은 김정은 체제 불안정의 심각성을 대변해주고 있다며, 김정은 정권이 최근 사상 통제를 강화하는 것은 체제 이완을 막으려는 조치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VOA뉴스 조상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