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행정부가 새로운 대북 전략을 검토하는 상황에서 주고받기식 단계적 비핵화 해법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견해들이 일각에서 제기돼 다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제재 완화 등에 발맞춘 점진적인 핵 폐기만이 유일한 해법이란 주장인데, 이는 북한 정권의 핵무장을 가능하게 하면서 실패를 거듭한 전략이란 반박도 거셉니다. 안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이상훈)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워싱턴에서 북한과의 ‘군축협상’ 제안이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북한의 비핵화는 비현실적 목표가 됐으니 핵무기 보유량에 상한선을 두자는 소극적 의미의 군축입니다.
1990년대 제네바 합의와 미사일 협상 등에 참여한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보는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유지하되 장기적이고 단계적 절차를 통해 이 목표를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도 유일한 비핵화 방안은 여러 단계를 통해 북한의 핵과 미사일 활동을 제한해 나가는 군비축소 합의라고 주장합니다.
게리 세이모어 /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
“제한적 군축과 완전한 비핵화는 서로 다른 게 아닌 하나의 옵션입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계속 추진하는 동시에 한 번의 조치로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현실을 이해할 겁니다.”
조셉 디트라니 전 북핵 6자회담 미국 차석대표는 미북 관계 정상화와 평화협정, 경제 개발 지원, 모든 제재 해제,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 NPT 복귀를 전제로 한 민수용 핵에너지 제공 논의를 대가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단계적 비핵화 해법이 30년 가까이 실패를 거듭하며 오히려 북한의 핵 문제를 키웠다는 비판이 높습니다.
미국 중앙정보국 북한분석관을 지낸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단계적 비핵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협정,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 서명한 뒤에도 그런 정책이 통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무시한다고 비판했습니다.
또 점진적 조치를 담은 합의는 2.29 합의와 제네바 합의, 6자회담에서 파생된 9.19 공동성명 10.4 선언 등으로 수없이 시도됐지만 실패했다면서 수십 년 동안 수많은 외교 협상과 안전 보장, 동맹 억지력의 축소, 대규모 경제 혜택, 인도주의 지원, 인권 침해에 대한 비판 자제, 유엔 안보리 결의와 제재 완화 등 유인책을 제공했지만, 전혀 소용이 없었다고 강조했습니다.
브루스 벡톨 앤젤로주립대 교수는 핵 포기 의사가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 북한에 부분적인 폐기를 제안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냐면서 북한이 탄도 미사일 350기를 갖거나 200기를 갖거나 아무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브루스 벡톨 / 미국 앤젤로주립대 교수
“단계적 접근론자들은 폐기가 아닌 억제를 말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북한이 핵 무기 폐기를 하지 않을 것을 아는 소규모 냉전인데, 북한에 부분적인 폐기를 제안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북한이 무수단 미사일을 350기를 갖거나 200기를 갖거나 무슨 차이가 있습니까?”
전문가들은 단계적 접근법이 30년 동안 실패한 근본적인 이유로 북한 지도자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오판을 꼽습니다.
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북 핵 개발 총책임자의 목적은 핵 무장국이 되려는 것인데, 소위 ‘중간 단계’에서 일부 프로그램을 동결하는 제스처에 왜 의미를 부여하느냐는 지적입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