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A 뉴스] “김여정 ‘연합훈련 취소’ 압박…‘미한·남남 갈등’ 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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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북한이 통신연락선 복원에 전격 합의한 지 며칠 만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미한 연합훈련 취소를 압박하는 내용의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미한 관계에 틈을 벌리고 한국 내 갈등을 유발시키려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김정호)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1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담화를 내고 지금과 같은 중요한 반전의 시기에 진행되는 군사연습은 북남관계의 앞길을 더 흐리게 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한국 측이 8월에 또다시 적대적 전쟁연습을 벌려놓는지, 아니면 큰 용단을 내리는지 예의주시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합동군사연습의 규모나 형식에 대해 논한 적이 없다고 밝혀 사실상 미한 연합훈련 취소를 압박했습니다.

또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을 계기로 한국 내 일각에서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이 거론되는데 대해서도 확대해석이자 때이른 경솔한 판단이라면서, 통신연락선 복원은 단절됐던 것을 물리적으로 다시 연결시킨 것일 뿐 그 이상의 의미를 달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습니다.

한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지낸 위성락 전 러시아 주재 대사는 북한의 연합훈련 취소 요구는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면서 동시에 다른 셈법도 깔려 있다면서, 한국 정부를 압박하면서 미한 갈등과 남남갈등을 증폭시키는 효과를 노렸다고 지적했습니다.

위성락 / 전 러시아 주재 한국대사

“북한은 아무래도 연합훈련은 종래처럼 축소된 형태로라도 있을 수밖에 없다는 개연성을 높이 보고 있을 수 있죠. 말하자면 북한이 그 가능성을 아주 높다고 보고 있다면 차제에 자기의 분명한 입장을 보이고 나중에 어떻게 되든지 한미간에는 더 분란이 날 수도 있고 또 남측 내부의 이견도 심화시킬 수 있고 그런 여러 가지 것을 계산했을 수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의 조한범 박사는 김 부부장의 이번 담화가 미북, 남북 대화 재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하면서 특히 대화 재개 동력을 만들려던 한국 정부의 입지가 더 위축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조한범 /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 상황에서 김여정이 다시 압박하는 모양새를 보이면 한미의 결정이 다시 소위 ‘김여정 하명’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거든요. 그러면 여기에서 한국의 운신의 폭, 미국의 운신의 폭을 더 좁히는 게 김여정의 담화거든요.”

한국의 민간 연구기관인 세종연구소 정성장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핵 위협이 증대되는 가운데 연합훈련 전면 취소는 어려울 것이라며, 김 부부장의 담화에서 드러난 북한의 비타협적 태도로 볼 때 통신선 복원을 계기로 한 남북 화해 분위기 조성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진단했습니다.

정성장 /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

“김여정이 남북 정상회담 개최에 공개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한미 연합훈련의 축소조차 고려할 이유가 사라지게 됐습니다. 북한이 이처럼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비타협적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통신선 복원이 곧 남북 당국 대화나 이산가족 화상 상봉 등으로 연결될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북한으로서는 훈련이 연기 또는 취소되면 좋고 설사 훈련이 진행되더라도 이후 남북관계에서 우위를 점하면서 대남 도발의 명분도 쌓을 수 있는 다목적 포석으로 이번 담화를 내놓은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이나 한국 일각에서 대화의 돌파구 마련 차원에서 연합훈련 연기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연합훈련이 임박한 현 단계에서 훈련이 연기되거나 취소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지적했습니다.

VOA뉴스 조상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