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8월 공개활동 7차례…김여정은 모습 감춰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8호 태풍 '바비'가 강타한 황해남도를 돌아보며 피해 상황을 파악했다고 28일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8월 한 달간 모두 7차례의 공개활동에 나서면서 활발한 통치활동을 벌였습니다. 반면 2인자설까지 나올 정도로 존재감이 부각됐던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모습을 감춰 대조를 이뤘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 북한 관영매체들의 보도 내용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8월 한 달 모두 7차례의 공개활동을 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김 위원장의 올 1월부터 6월까지의 공개활동 횟수는 20차례에 그쳤습니다. 그만큼 김 위원장이 8월 들어 통치활동을 활발하게 벌인 겁니다.

다만 내용 면에서 보면 일상적인 통치활동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7차례 공개활동 가운데가 5차례가 노동당 관련 회의 주재였고 수해와 태풍 피해 현장 시찰이 각각 한 차례 있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과거엔 다양한 형태의 일상적 현지 지도나 다양한 분야의 국정운영이었다고 하면 지금은 주로 대북 제재로 인한 경제난, 코로나, 태풍 바비 이런 위기 상황에 대한 회의들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이것은 엄밀히 봤을 때 수치로 보면 정상적인 국정운영으로 돌아온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위기상황에 대한 대응이 발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봐야 돼요.”

김 위원장은 지난해 8월에도 모두 7차례 공개활동에 나섰지만 당시엔 대구경조종방사포 등 신형 무기 발사 현장이 6차례, 평북 양덕군 온천 건설현장 현지 지도가 한차례 였습니다.

지난해 2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저강도 무력시위에 초점을 맞춘 행보였습니다.

반면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은 공식석상에서 모습을 감췄습니다.

김 제1부부장은 그동안 미국이나 한국과의 정상회담은 물론 김 위원장의 현지 지도에 빠지지 않고 동행했고, 6월 대남 공세와 7월 대미 메시지 공세의 전면에 나서며 상당한 권한을 행사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런 김 제1부부장이 지난 7월 27일 이른바 ‘전승절’을 기해 열린 노병대회 참석 이후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겁니다.

정치국 후보위원임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25일 열린 당 정치국 확대회의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대미, 대남 담화가 `노동신문’ 등 대내 매체에도 실리면서 북한 주민들도 김 제1부부장의 위상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이 때문에 김 제1부부장이 갑자기 공개석상에서 자취를 감춘 데 대한 의구심이 들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 교수는 김 제1부부장의 역할이 주로 대외정책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는 점에서 미-북, 남북 관계의 교착 장기화로 자연스럽게 공개행보가 뜸해진 것일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김여정이 왜 안 나타나는지에 대한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더라도 지금 김여정한테 위임한 게 대미 대남 사업이잖아요. 그런데 6월 대남 공세 이후 일단 북한이 대미 대남 사업을 멈춘 상태죠. 그렇기 때문에 김여정이 나타나지 않는 이유와 겹친다, 아예 지금 대미 대남 본격적인 메시지나 사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으니까 거기서 김여정이 빠져있는 게 이상한 건 아니죠.”

한국 국가정보원이 지난달 25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김 제1부부장이 ‘사실상 2인자’라고 보고한 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 국가전략연구원 신범철 외교안보센터장은 김 제1부부장이 공식석상에서 자취를 감춘 것은 최고지도자를 부각시키는 선전선동 차원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한국에서 위임통치 이야기가 그것도 국정원발로 나왔으니까 그 외부 정보가 다시 (북한에) 역수입되잖아요. 그런 차원에서 내부불안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김정은 위원장을 더욱 부각시키고 김여정은 당분간 활동에서 빠져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김 제1부부장이 2인자로서 드러나지 않게 국정운영 실무를 총괄하고 있을 수 있다는 관측입니다.

일각에선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 지난 6월의 대남 공세에 대한 부정적 평가로 김 제1부부장이 문책을 받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견해도 나옵니다.

조한범 박사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6월 대남 공세, 7월 대미 공세 성과가 없기 때문에 여기에 대해서 책임을 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어 보여요. 이미 하노이에서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해임당한 적이 있기 때문에 김정은식 책임정치 그것에 대한 충분한 대상이 될 수 있거든요.”

전문가들은 그러나 김 제1부부장이 자리에서 물러났을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습니다.

신범철 센터장은 북한은 11월 미 대선 결과를 보고 내년 1월 열리는 당 대회에서 대미 전략노선을 정하겠다는 나름의 시간표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김 제1부부장의 역할은 대화가 재개되면 다시 두드러지게 부각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