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직 관리들 “김정은, 20일 만의 공개 행보 통해 민심 챙기기, 자력갱생 선전”

지난 2일 북한 평양 미래과학자거리에 설치된 대형 TV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 참석 관련 소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전직 관리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일 만에 공식 활동을 재개하는 장소로 인비료공장을 택한 데 대해, 북한 주민들의 민심을 챙기고 자력갱생을 선전하는데 초점을 뒀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김 위원장의 잠행을 계기로 북한의 지도자가 없을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김카니 기자가 보도합니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김정은 위원장이 20일 만에 나타나면서 현지 지도 장소로 인비료공장을 선택한 데 대해, 지도자로서 북한 주민과 경제를 챙기겠다는 메시지를 내보내는 데 초점을 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힐 전 차관보] “I think it's a domestic issue showing the people that he's helping them as they get ready for spring planting, if they haven't already. I think that's enough. Yeah, I don't see that as the key thing I think he needs to show that he's not only in charge but helping the people.”

힐 전 차관보는 4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인비료 공장을 찾은 건 국내용이라고 생각한다며, 봄철 영농기를 앞두고 주민들을 돕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비료공장이 이중 목적을 갖고 있다는 일각의 분석보다는, 김 위원장의 주요 메시지는 주민들에게 자신이 책임자라는 것과 주민들을 도와주는 것을 보여주는데 있다는 겁니다.

힐 전 차관보는 또 북한이 공개한 인비료 공장 준공식 영상에서 김 위원장은 수술 후 회복 중인 상태로 판단되며, 그의 부재시 후계자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거론됐던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아직 정책결정권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김여정이 김 위원장 옆에 등장하는 인물이긴 하지만 후계자의 역할을 할 준비가 돼 보이진 않는다는 설명입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김정은 위원장이 20일 만의 공개 행보 장소로 인비료 공장을 선택해 대북 제재 국면에서 경제 성과를 선전하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리비어 전 부차관보] “There have been major fertilizer shortages in part due to the international sanctions on petroleum products. And so, this is perhaps North Korea's way of telling us that in clas-sic juche style they have managed to put together a factory, a new factory that will produce an item that they desperate-ly need and they will not have to rely on international trade.”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정유제품에 대한 제재로 인해 북한에서는 비료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비료공장 방문은 주체사상을 기반으로 북한이 필요로 하는 비료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준공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북한의 방법이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더 이상 국제 무역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는 설명입니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또 `건강 이상설’이 이어진 20일 간 김 위원장이 왜 대중 앞에 나타나지 않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북한이 공개한 영상에서 주목되는 건 그가 여전히 흡연을 하고 있고 과체중으로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보인다는 점이라고 말했습니다.

마크 피츠패트릭 국제전략문제연구소 (IISS) 연구원도 김 위원장이 인비료 공장을 찾은 건 코로나바이러스 국면에서 민생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피츠패트릭 연구원] “I think being at a fertilizer plant was entirely consistent with the message of promoting a self reliant economy. And this was a good way of reinforcing that message. It might also be, I was thinking that this plant, perhaps, was more easily controlled in terms of being away from large crowds…”

비료공장 방문은 자력갱생을 바탕으로 한 경제발전을 달성하겠다는 북한의 메시지와 완전히 일치되는 것이었고, 이를 강조하기 위한 좋은 방법이었다는 겁니다.

피츠패트릭 연구원은 또 김 위원장이 3주 만의 공개 행보로 순천의 인비료 공장 준공식을 선택한 또 다른 이유는 코로나바이러스 국면에서 많은 군중으로부터 떨어져 있도록 통제하기 쉽다는 점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김 위원장이 인비료 공장을 선택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며, 인비료 공장이 이중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흥미롭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맥스웰 연구원] “I imagine it was chosen for a combination of reasons. One, it was ready for the grand opening, two it might be of real im-portance inside North Korea. It's difficult to say, but I do think it's interesting that this factory could be dual-use to both support fertilizer for agriculture and support the nucle-ar weapons program.

인비료 공장 준공식 등장의 첫 번째 이유는 공장이 완공됐기 때문일 수 있고, 둘째는 비료공장 완공이 북한에 중요한 의미를 갖기 때문일 수 있다는 겁니다.

맥스웰 연구원은 확실히 말하기는 어렵지만 인비료 공장이 농업용 비료 생산과 핵무기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이중 용도로 쓰일 수 있다는 분석이 흥미롭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전직 관리들은 이번 일을 김정은 위원장의 부재에 대비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피츠패트릭 연구원은 미국의 대북정책은 특정 인물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향후 김정은 위원장이 없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미국의 대북정책을 한 인물에 맞춰 생각해선 안된다는 겁니다.

녹취: 피츠패트릭 연구원] “US policy should not be personality-dependent. All of the eggs in the U.S. policy basket should not be in dealing just with Kim Jong Un because he may not be there next year or in five years.

미국은 김정은 위원장 개인에 의존해서는 안 되며, 북한의 다른 지도자와도 비핵화 합의를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겁니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김정은 위원장의 잠행은 북한에서 향후 일어날 수 있는 만약의 상황들에 대비해야 한다는 교훈을 정책 당국자들에게 줬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비어 전 부차관보] “What if he dies, suddenly? What if it's not clear what the succession plan is? What happens in terms of the various in-terests of the key actors South Korea, the United States, China? What are the implications of all of that for us individ-ually as well as collectively?”

김정은 위원장이 갑자기 사망하거나 북한의 후계자 계획이 분명치 않은 상황, 그리고 한반도 주요 행위자들인 한국, 미국, 중국 등의 다양한 이익과 관련한 사안들과 관련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등 만일의 상황에 대비돼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특히 한반도 급변사태에 대비해 중국과 흥미로운 반관반민 ‘1.5 트랙’ 대화를 하던 때와 비교했을 때 현재 미-중 관계는 극적으로 달라졌다며, 당시의 대응 시나리오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카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