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상 간 약속 따라 북한에 식량 60만t 제공"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월 베이징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위해 인민대회당에서 환영행사를 열었다.

중국이 지난해 북-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 북한과의 약속에 따라 60만t 가량의 식량과 상당량의 비료를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미 대선 이후 북-중 관계는 한층 밀착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지난 3일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북한의 중국발 식량 유입 현황과 관련해 “중국에서 상당히 들어오는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정보위 야당 간사인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5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난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났을 때 약속했던 식량 60만t 지원을 거의 다 이행했다고 국정원이 보고했다고 전했습니다.

시 주석은 지난해 6월 북-중 수교 70주년을 맞아 중국 최고 지도자로서는 14년 만에 북한을 방문해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가진 바 있습니다.

정부 소식통도 이 같은 식량 지원 사실을 확인하면서 같은 맥락에서 상당량의 비료도 지원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소식통은 중국의 지원은 두 정상 간 약속 이행 차원에서 수 개월 전 집행된 것으로, 수해 등으로 인한 긴급구호 차원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하 의원은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전파를 우려해 외부로부터의 물자 지원을 꺼리고 있지만 중국의 지원에 대해선 우방국이라는 신뢰를 바탕으로 까다로운 검역 절차를 거쳐 받아들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국정원은 정보위 국정감사에서 “북한이 신종 코로나에 트라우마 같은 게 있다”며 “한국 등 외부 물자를 받지 않고 있고 올 8월

세관에서 물품을 반입한 직원들이 대규모 처벌을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의 패권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중국과, 대북 제재와 신종 코로나, 수해 등 삼중고 속에서 미국과의 핵 협상을 벌여야 하는 북한의 양국 관계가 향후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올해 최대 150만t 가량의 식량이 부족할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며 중국으로부터 지원을 받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또 중국도 미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 미국과의 갈등 장기화에 대비하면서 북한과는 중국의 한국전쟁 참전을 기리는 이른바 ‘항미원조’ 정신을 앞세워 혈맹관계를 새삼 부각시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특히 중국은 지난주 공산당 19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 (5중전회)에서 제시한 ‘쌍순환 발전 전략’ 속에 북한을 포섭하려는 밑그림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내수에 의존하는 RVC(Regional Value Chain), 지역가치망을 구축하고 여기에 결국 북한을 포섭하는 그림으로 보여지거든요. 그렇게 보면 북-중 관계 강화는 향후 자명하고요, 다만 북한 입장에선 중국 RVC에 전적으로 의존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하거든요. 그러니까 정치적 관계와 지원은 받겠지만 완벽한 편입으로 자율성을 훼손하는 그런 선택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져요.”

‘쌍순환 발전 전략’은 미국의 전략적 압박에 대응해 내수 극대화와 기술 자립을 근간으로 내부에서 발전동력을 일으킨다는 중국의 새로운 장기 전략입니다.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김성배 수석연구위원은 중국이 미국과의 전략경쟁이 조 바이든 민주당 행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지속될 것으로 보고 북한을 우군화하려는 움직임을 강화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김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으로서도 다자주의 외교를 표방하는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설 경우 북 핵 협상에서 중국의 역할이 커질 수

있다고 보고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푸는 데 중국의 적극적인 협력을 기대하고 있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녹취: 김성배 수석연구위원] “미-중 간 전략경쟁 속에서 중국이 북한을 일종의 완충지대로서 전략적으로 관리해 나가려는 구조적 측면에서 보는 게 맞을 것 같고요. 그런 추세는 미국 민주당 행정부가 들어서서 북-미간에 정상간 탑 다운 방식이 아니라 좀 더 실무적 형태의 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중국의 역할공간이 넓어질 것이기 때문에 그런 추세는 더 강화될 것이다, 이렇게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중국의 대북 식량 지원은 북한이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를 반복하면서 양국 관계가 악화한 2013년 무렵 급격하게 축소됐다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한 2018년부터 다시 활발해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