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최근 평양 주재 외교관들에 대한 이동 제한 조치를 일부 완화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차단을 위한 자체 고립에서 벗어나려는 신호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대북 지원단체들은 활동 재개로 이어지기를 희망했습니다. 안소영 기자의 보도입니다.
북한 주재 러시아대사관은 11일 홈페이지를 통해 북한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따른 평양 내 외국인들의 이동 제한을 일부 해제했다고 밝혔습니다.
러시아대사관 측은 북한 외무성으로부터 관련 통지를 받았다며, 평양 내 스포츠와 오락 시설 등 22곳에 대한 외국인 방문이 허용됐다고 전했습니다.
그동안 외국인 방문이 허용됐던 평양 내 299개 시설 외에 개선문과 주체사상탑, 지하철, 만수대예술극장 등이 추가된 겁니다.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초기인 지난해 1월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선포하고 지금까지 국경 봉쇄와 주민들에 대한 이동 제한을 계속해 왔습니다.
중국과 러시아와의 접경 지역을 통한 외국인과 주민의 입출국을 차단하고 이들 나라를 오가는 항공기와 열차 운행 중단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 겁니다.
이에 따라 평양에 상주하던 국제기구와 구호단체 직원들이 속속 북한을 떠났고, 외국 공관들도 잠정폐쇄 수순을 밟아 왔습니다.
가장 최근인 지난달 중순에는 인도네시아와 불가리아가 평양 주재 외교관들을 철수시켰습니다.
당시 인도네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북한이 지난해 말부터 외교관과 국제기구 직원들의 일시 철수를 요청해 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평양 주재 러시아대사관도 직원 절반 이상이 본국으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지난 2월에는 대사관 직원 일부와 그 가족들이 직접 손수레를 끌고 철길을 따라 두만강을 넘어 귀국하는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비슷한 시기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북한 주재 러시아대사는 평양생활의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1년 넘게 국경이 봉쇄되면서 평양 주재 외교관들이 생필품 부족 현상을 겪고 있고, 북한에 새로 입국한 외국인이 없는데다 공관 외교관들과 직원들이 상당수 북한을 떠나 사실상 대사관 활동이 중단됐다는 겁니다.
마체고라 대사는 또 봉쇄가 길어지면서 평양에서 밀가루와 설탕 등 기본생필품을 구입하기 어렵고, 가까스로 구해도 가격이 봉쇄 이전에 비해 4배 정도 올랐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당국은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코로나 사태가 날로 심해지고 변이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더욱 큰 불안과 공포 속에 몰아넣고 있다며 통제 조치 강화를 지시했었습니다.
관영 ‘조선중앙방송’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방역사업 장악과 통제 강화를 강조한 겁니다.
북한 지도부를 연구하는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장은 11일 VOA에, 평양 주재 외교관들에 대한 이번 조치는 경제 상황이 악화함에 따라 북한이 자발적 고립에서 서서히 빠져 나오려는 움직임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It does suggest that they are loosening their self-isolations. And, that could be part of the messaging that ‘hey, we are now open for business, this could be a very direct way of saying that things are changing, and it may be changing because we need economic engagement”
고스 국장은 북한이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을 매우 우려하는 가운데 내린 이번 조치는 경제적 관여가 필요하다는 직접적 메시지이며, 상황이 변하고 있다는 점을 알리려는 것일 수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국국익센터 선임연구원은 북한 당국이 평양 내 코로나 방역과 검사, 관리 등이 잘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하고 해당 지역을 중심으로 먼저 일부 이동 제한 조치를 완화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결정이 국경 재개방으로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내부적으로는 곧 열어야 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카지아니스 국장]”They have to open up soon, to be honest. North Koreans has no spare capacity, no food or nothing really ready for this. So for them for a year and a half that completely locked down their economy, you have to presume that at least a portion of the population I now active starving.”
여분의 식량 등이 준비돼 있지 않은 북한이 지난 1년 반 동안 모든 경제활동을 완전히 봉쇄했다는 것은 적어도 일정 정도 주민들은 이미 굶주리고 있을 것이란 추정을 가능하게 한다는 설명입니다.
한편 미국의 대북 구호단체 관계자는 이날 VOA에 북한 당국이 외국인에 대한 통제를 다소 완화한 것은 긍정적 움직임이라고 밝혔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이 관계자는 언제쯤 대북 활동을 재개할 수 있을지 기다리는 입장에서 긍정적인 작은 변화라도 지금으로서는 매우 고무적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