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인도 지원 공백 장기화, 국제사회 관심 사라지게 할 수 있어"

지난 2013년 5월 평양 유아원에 유엔 프로그램을 통해 영양제를 공급한 인도주의 단체 대표들에게 간호사들이 인사하고 있다.

대북 인도적 지원의 공백 기간이 길어질수록 북한이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기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대북 지원을 위한 기금 마련과 인도적 지원 프로젝트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겁니다. 안소영 기자입니다.

전염병에 극도로 민감한 북한이 1년 넘게 국경을 봉쇄하면서 대북 인도적 지원의 공백 기간도 길어지고 있습니다.

마가레타 발스트룀 스웨덴적십자사 회장은 14일 스웨덴 싱크탱크 안보정책개발연구소(ISDP)가 ‘북한 내 인도주의 상황: 앞으로 나아갈 해결책’을 주제로 연 화상 토론회에서 북한을 지원해 온 지난 25년 이래 지금 같은 이례적인 상황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식량과 의약품 등의 지원 물자의 대북 반입은 거의 멈췄고, 지난해 가을에는 역대 최고의 강력한 태풍 등이 북한을 강타한 가운데 12월에는 북한의 코로나 방역 조치로 적십자사 직원들이 평양을 떠나 원격으로 내부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는 겁니다.

발스트룀 회장은 이런 어려움 속에 가장 고통 받는 계층은 식량과 보건 의료에 대한 접근이 어려운 취약계층이라며, 북한 국경이 다시 열릴 때에는 최악의 상황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발스트룀 회장]” And in that case the priorities will be of course nutritional support basic health support to continue to support the strengthening of the disaster response and preparedness system, and pick up where we left,”

국제사회는 영양 지원과 기본적인 보건 지원, 재난 대응과 대비태세 강화 등에 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는 겁니다.

발스트룀 회장은 국제 기구들은 이런 행동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며, 하지만 북한 당국으로부터 국경 재개방과 관련한 어떤 신호도 받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의 공백 기간이 길어질수록 북한 주민을 도우려는 기부단체들이 줄어들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안보정책개발연구소(ISDP)의 이상수 한국센터장은 외부에 내부 상황을 잘 공개하지 않는 북한이 코로나 사태로 국경 마저 봉쇄하면서 향후 인도적 지원 계획조차 세울 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상수 센터장]”No donors in the future. Because, long term absent of humanitarian workers and monitoring system, the donor will lose their interest in funding and humanitarian project in their system.”

북한 현지에 상주하는 인도 지원 활동가들이 장기간 자리를 비우고 분배 감시 마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대북 지원을 위한 기금 마련과 인도적 지원 프로젝트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사라지게 된다는 겁니다.

이어 현재 북한과 국제사회가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사라진 공백을 메울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국제기구와 비정부기구(NGO) 직원, 외교관 등이 북한을 모두 떠나면서 북한과 대화할 어떤 방법도 찾기 어려운 상황이며, 이로 인해 북한 내 인도적 상황을 파악해 지원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지난 12월 북한 평양 식품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방역 요원들이 소독을 하고 있다.

이날 화상 토론회에 참석한 더크 게일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국가 선임 담당관은 비록 전 세계 백신 공급난 등으로 대북 백신 지원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졌다며, 하지만 백신 공급이 시작돼도 이를 도울 유엔 직원들이 북한 내에 없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습니다.

[녹취: 게일 담당관] “We currently do not have any in country presence by all UN partners WHO and UNICEF, and that would be actually quite necessary for the technical assistance and for the preparation of the vaccine introduction through staff trainings, but it would also be necessary obviously to monitor the vaccine”

백신 준비 단계와 기술적 지원을 위해 매우 필요한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니세프(UNICEF) 등 유엔의 평양 상주 직원이 없다는 것입니다.

또한 이들은 백신의 분배 감시를 위해서도 필요한 인력이라고 게일 담당관은 덧붙였습니다.

열악한 보건 의료 체계 때문에 전염병 유입을 절대 허용하지 않겠다는 북한의 일명 ‘제로 리스크 정책’을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은 북한 내 코로나 백신 접종률을 올리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백신의 공평한 분배를 위한 국제기구인 ‘코백스 퍼실리티’는 북한에 170만 4천 회분의 백신을 공급할 예정입니다.

코백스는 북한이 인도혈청연구소(SII)에서 생산되는 영국 옥스퍼드대학과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AZ) 공동 개발 백신을 공급받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2회 접종해야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북한에 배분되는 양은 전체 주민의 3.5%에 해당하는 85만 2천 명 분입니다.

재미한인의사협회 북한 담당 국장을 맡고 있는 박기범 하버드의대 교수는 북한의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 동시에 북한이 소규모 국제 지원 단체 직원들의 입국을 허용하게 해

서서히 지원의 폭을 넓힐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녹취: 박 교수]”A plausible set of measures can include things like very key verification of presence of antibodies, so not just vaccination, but actually testing people who are vaccinated, to sure that they actually possess the antibodies that were designed to produce.”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세계적 대유행이 끝났다는 선언이 있기 전까지는 국경을 다시 열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우선 작은 규모의 국제기구 요원들이 북한에 들어가 상황을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박 교수는 그러면서 이들 직원들이 백신 접종을 받았다는 사실 확인에만 그치지 말고 백신 접종을 통해 면역이 생성됨에 따라 북한 내 코로나 유입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이해시켜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