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폭우 피해까지 겹치면 제재, 코로나 이어 경제 삼중고”

지난 7월 북한에 내린 폭우로 무너진 다리. (자료 사진)

최근 장마철 폭우로 인한 피해가 대북 제재와 신종 코로나 사태에 이어 북한의 `3대 악재’가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의 만성적 식량난과 경제 사정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안소영 기자입니다.

북한이 현지 시간 6일 아침까지 평안남북도와 황해남북도, 개성시와 강원도 지역에 호우특급경보를 내렸습니다.

한국과 일본, 중국 등에 엄청난 폭우와 홍수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북한 일부 내륙지역에도 500밀리미터 이상의 많은 비와 초당 10미터 이상의 강풍이 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자연재해에 취약한 북한은 연일 ‘조선중앙TV’와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을 통해 기상 소식을 전하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탄광부터 건설현장, 항구 일대까지 부문별 대비책을 강조하고, 주거지에는 물이 차지 않도록 상하수도 등을 정비하라는 겁니다.

가장 큰 관심은 식량 생산을 좌우하는 농경지입니다.

북한은 지난해 태풍 ‘링링’으로 농경지 458제곱킬로미터가 침수되는 막대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북한의 곡물 부족량은 통상 매년 100만t이 넘습니다.

지난달 미 농무부 산하 경제조사서비스는 올 가을 도정 후 북한의 쌀 생산량이 136만t에 그칠 것이라며, 26년 만에 최저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습니다.

린다 루이스 미국친우봉사회 북한사업단 대표는 4일 VOA에, 북한이 한꺼번에 직면한 여러 사안들이 주민들의 식량안보를 우려하게 만든다고 말했습니다.

[루이스 대표: While recent reforms in the farm management system have made farms more resilient to weather variations, the agriculture environment in North Korea remains fragile. In the best of times, flooding is a threat to food production, and given the added pressure of the pandemic and sanctions, we are concerned for the food security of ordinary North Koreans.”

최근 농장경영 체제 개혁시스템으로 농가들이 기후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처하고는 있지만, 북한의 농업환경은 여전히 취약하다는 겁니다.

루이스 대표는 특히 농작물이 성장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시기에 발생하는 홍수는 식량생산에 큰 위협이라고 말했습니다.

게다가 현재 신종 코로나 사태의 여파와 대북 제재가 상존하는 점을 감안할 때, 북한 주민의 식량안보를 염려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벤자민 실버스타인 외교정책연구소 연구원은 VOA에, 북한 당국이 홍수 상황의 심각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는데 매우 신중한 접근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실버스타인 연구원] “It does seem to me that the government is taking a quite cautious approach in noting publicly how serious the flooding situation will become, perhaps signaling not just to its own people that the situation may become difficult, but also to China that it may need assistance.”

이런 신중한 접근은 주민들에게 상황이 어려워질 수 있음을 알리는 한편, 중국에는 지원이 필요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일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면서, 최근 북한 내 공공배급제가 중단됐다는 보도가 나오는 것은 식량 상황이 상당히 어렵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지금은 춘궁기인 만큼 본격적인 수확이 시작되기 전에는 내년 북한 식량 상황을 가늠할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실버스타인 연구원] “At the same time, the reports about PDS-deliveries ceasing in Pyongyang suggest that things

are quite difficult. It is the lean season right now though, so we won't really know anything about next year before the main harvest period begins in a few months.”

북한은 전례 없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전염병의 대유행으로 지금까지 반 년 넘게 국경 봉쇄 조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무역액도 급감했습니다.

지난달 북-중 무역액은 9천680만2천 달러로, 전년 대비 5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시작된 1월과 2월 사이 중국과 무역액 감소폭이 북한 보다 큰 나라는 40개 정도였는데, 3월과 4월에는 각각 12개와 9개로 줄었습니다.

다른 나라들이 서서히 중국과 무역을 재개하는 반면, 북한은 중국 지역에서 다시 전염병이 퍼지면서 국경을 쉽게 열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이에 따라 해마다 북한을 찾던 120만 명 정도의 중국인 관광객도 발길을 끊었습니다.

북한은 중국인 관광객 사업을 통해 최대 3억6천만 달러를 벌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경 폐쇄로 의약품과 농자재 등 지원물자의 북한 반입도 여의치 않습니다.

미국친우봉사회는 모내기 시기에 필요한 농자재를 북한에 전달하지 못했다며, 북한의 올 가을 수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친우봉사회] “We know from past experience that even simple materials can make a big difference in crop cultivation on North Korean farms.”

과거 경험을 보면 단순한 재료라도 농장 내 농작물 재배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입니다.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은 VOA에, 북한은 신종 코로나 사태 전부터 어려운 경제 상황을 탈피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면서, 현재 상황에서 북한 경제는 더욱 암울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뱁슨 전 고문] “And then they got hit by the pandemic on top of that. I think it could lead to very awkward position in terms of general economic situation.”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전원회의를 통해 북한 경제 시스템의 비효율성을 지적하며 경제가 더 생산적이고 자립적이어야 하고, 수입품을 국내산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했지만 코로나 여파로 기존의 문제에 새롭게 해결해야 할 사안까지 겹쳤다는 겁니다.

게다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따른 국제사회의 제재는 북한에 이미 큰 경제적 어려움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에 따라 무연탄과 의류, 수산물 등 주요 생산품의 수출이 막히고, 유류 등의 수입도 제한되면서 경제 전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뿐더러 현금 수입원도 끊겼기 때문입니다.

특히 지난해 말에는 해외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 9만여 명이 송환되면서 연 3억 달러 규모의 임금 수입원도 막혔습니다.

전문가들은 장기화한 대북 제재 와중에 연초 시작된 코로나바이러스 여파가 수그러들기도 전에 폭우 피해까지 겹치면 북한이 `삼중고’를 겪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앞서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북한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6%로 전망했습니다.

이는 연초 전망 3.7%보다 10%포인트 내려간 수치로, 23년 만에 최악의 성장률입니다.

유엔 안보리의 본격적인 경제 제재가 시작된 이듬해인 2017년 북한 경제는 -3.5%, 2018년에는 -4.1% 성장했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