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어린이 5명 가운데 1명은 발육부진을 겪고 있다고 유엔이 최신 보고서에서 밝혔습니다. 영양 상태가 점차 개선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국제 기준에 못 미친다는 지적입니다. 안소영 기자와 함께 북한 어린이들의 영양 상태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진행자) 북한 어린이들의 영양 상태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다는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유엔아동기금(UNICEF)와 세계보건기구(WHO), 그리고 세계은행이 공동 작성한 ‘2021 아동 영양실조 추정치 보고서’를 5일 공개했습니다. 2020년 기준 북한의 5세 미만 어린이 31만 7천 800명이 발육부진을 겪고 있다는 게 핵심 내용인데요, 이는 북한의 전체 5세 미만 어린이 18.2%에 해당되는 수치입니다. 그러니까 북한 어린이 5명 가운데 1명이 충분한 영양을 공급받지 못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진행자) 북한 어린이들의 영양부족이나 이에 따른 발육부진현상은 사실 어제오늘의 일은 아닌 것으로 압니다. 과거와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기자) 어린이들의 영양 상태가 점차 개선되고 있다는 분석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발육부진을 겪는 북한 내 어린이 규모는 국제 기준에 비해 여전히 높습니다. 유엔은 이번 보고서에서 지난해와 2012년 당시 북한 내 5세 미만 어린이의 영양 상태를 비교했는데요. 2012년에 발육부진을 겪고 있는 어린이가 42만 9천 800 명으로 전체의 26.1%에 달했던 것에 비하면 지난해 상황은 다소 나아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미국이나 한국 어린이들의 영양 상태와 비교해서는 어떤가요?
기자) 엄청난 차이가 납니다. 북한 어린이들의 발육부진 비율은 3.2%인 미국보다 6배, 또 2.2%인 한국과는 7배나 차이가 났습니다. 상당수 미국과 한국 어린이들이 영양과다로 인한 과체중이나 비만을 걱정하는 현실과는 크게 다른 겁니다. 보고서는 저체중 수치도 추정했는데요. 2017년 기준 북한 어린이 4만 3천 500 명, 그러니까 전체 2.5%가 저체중을 겪고 있고, 이는 국제 기준치 2%보다 높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국제기구들이 북한 어린이와 주민들의 영양 상태를 우려하는 것과는 달리 북한은 자국 내 영양 실태 등에 대한 유엔 보고서 내용이 날조 또는 왜곡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북한이 왜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걸까요?
기자) 북한체제의 존엄성과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대북 지원이라는 단어 자체에 거부 반응을 갖고 있다고 말합니다.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지난달 신종 코로나에 따른 북한 당국의 국경 봉쇄 조치로 구호단체들의 지원활동에 어려움이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11개 구호단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구호단체들은 북-중 국경이 닫히면서 지원 물량이 목표 지점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는 겁니다. 그러자 북한 보건성 산하 의학연구원 어린이영양관리연구소 소장이 관련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나섰는데요, 외견상 북한이 국제기구와 인도주의 지원단체를 비난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민주주의와 인권 가치를 앞세우고 있는 바이든 미 행정부에 대한 반발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전 세계 어린이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영향을 받고 있는데요. 북한 어린이들도 예외가 아니겠죠?
기자) 그렇습니다. 북한 당국의 엄격한 코로나 방역 조치로 국경 폐쇄가 장기화하면서 상황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평양에 상주하던 국제 구호기관 직원들도 모두 떠난 상황입니다. 유니세프는 지난달, 신종 코로나 관련 규제에도 어린이와 여성들을 위한 영양 지원은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1년 3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는 국경 봉쇄 조치로 영양 관련 비축물자, 또 여러 종류의 백신 물량이 줄어들어 어린이들의 보건 상황이 우려된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신종 코로나로 국제기구들의 북한 내 활동이 제약을 받으면서 어린이들의 어려움이 더욱 큰 상황이군요?
기자) 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도 제한된 인원으로 활동해야 한다는 사실과 영양실조 위험에 놓인 어린이와 여성을 지원해야 하는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습니다. 특히, 북한 어린이 상당수가 학교에서 받는 식량 배급으로 그나마 영양소를 섭취하는데, 신종 코로나 사태에 따른 장기 휴교 조치, 그리고 지원 식량이 반입되지 못하면서 이마저도 어려운 실정입니다.
안소영 기자와 함께 북한 내 어린이 영양 실태에 대해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