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브루어 전 NSC 비확산 국장] “북한 핵능력 고도화와 미한동맹 약화, 한국 핵 개발 부추길 수도”

에릭 브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비확산국장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와 미-한 동맹 약화가 한국의 핵 개발을 부추길 수 있다고, 에릭 브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비확산국장이 말했습니다. 현재 전략국제문제연구소 CSIS 선임연구원인 브루어 전 국장은 최근 미국신안보센터 CNAS 연구원들과 공동으로 향후 핵 확산 가능성에 대한 보고서를 펴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초기인 2017년에서 2018년 백악관에서 ‘최대 압박’ 정책을 담당했던 브루어 전 국장을 조은정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최근 ‘핵이 더 확산된 세상?’(Toward a More Proliferated World?)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하셨습니다. 앞으로 10년에서 20년 뒤를 내다볼 때 과거보다 핵 확산 위험이 더 높아졌다고 진단했지요?

“I think that’s fair characterization. In the report we really try to do a stand back assessment and an evaluation of a lot of the geopolitical trends that we see emerging and how those trends are going to shape the proliferation environment over the next 10 plus years.”

브루어 전 국장) “그런 평가가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저와 연구원들은 현재 떠오르고 있는 여러 지정학적 요인들을 살펴보고, 이 요인들이 앞으로 10년 이상 뒤에 핵 확산 환경을 어떻게 형성할지를 분석했습니다. 보고서는 핵 확산에 영향을 줄 7개 추세를 꼽았는데, 안보환경 악화, 미국의 안보공약에 대한 동맹들의 의심, 미국의 민간 핵 에너지 지원 능력 약화, 제재의 효용성 감소 등이 그것입니다.”

기자) 방금 설명한 핵 확산 위험을 높이는 여러 요인 중에 북한의 핵 개발은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합니까?

“North Korea sits squarely in this new environment, particularly the trend where we talk about increasing nuclear threats and other types of security threats in the region.”

브루어 전 국장) “북한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특히 핵 위협을 증가시키고 역내 안보 불안을 일으키고 있죠. 북한은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꾸준히 개발해 왔습니다. 2017년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개발에 중요한 해였고, 북한은 이제 수소폭탄(thermonuclear)도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매우 정교한 단거리 미사일 보유고도 늘리고 있습니다. 북한이 사용이 불가능한 핵무기를 몇 개 갖고 있는 것으로 생각되던 때는 지나갔습니다. 이제는 잠수함에서 핵무기를 발사할 때도 멀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죠. 미국이 북한과 전쟁을 벌일 경우 북한의 능력은 미국 본토에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기자)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 터키를 핵 확산 잠재국으로 꼽으셨는데요. 한국의 경우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와 연관이 있겠죠?

“The development of increasingly sophisticated systems. This poses new threats and challenges to South Korea. And it also raises the question of alliance decoupling with the United States.”

브루어 전 국장) “북한의 고도로 정교화된 무기체계 개발은 한국에 새로운 위협과 도전을 줍니다. 또한 한국에서는 미국과 동맹 분리에 대한 우려가 있죠. 이런 우려는 부분적으로는 트럼프 행정부의 동맹에 대한 접근법에서 비롯됐습니다. 과도한 방위비 분담금 요구, 동맹의 가치를 경시하는 듯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김정은과 협상하면서 한국을 놀라게 한 점들, 합동군사훈련 축소에 대한 돌발적인 발표 등이 그것입니다. 미국의 안보공약에 대한 한국의 의심은 특별히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한국이 1970년대에 핵무기 개발을 시도했던 이유가 바로 미국에 대한 의구심과 역내 안보환경 악화였기 때문입니다.”

지난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첫 미-북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악수를 하기 위해 서로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기자) 한국의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차기 미국 행정부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So there are of course, immediate steps the U.S. could take today, working to quickly conclude those cost-sharing arrangements, on an equitable basis.”

브루어 전 국장) “미국이 즉각 취할 수 있는 조치들이 있습니다. 방위비 분담금 협정을 양측에 공정한 방식으로 조속히 종결하는 것이죠. 또한 앞으로 미국은 양국간 긴장 요인이 동맹관계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밀봉’해야 합니다. 저희가 보고서에서 제안하는 것은 과거 동맹과 직접 경험이 많은 사람을 정무직에 발탁하는 것입니다. 동맹은 자신들이 발언할 기회가 생기고, 최소한 자신들을 이해하는 사람이 있다고 안심하게 될 겁니다. 이는 동맹관계를 유지하는 회복력을 줄 것입니다.”

기자) 방금 언급하신 한국이나 일본 등 역내 국가들이 핵 개발에 나서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이 북한과의 핵 협상을 어떻게 진행해야 할까요?

“Theoretically that goal could be dropped entirely as a U.S. policy objective, it could be a lot further in the future... If the U.S. makes a sudden shift in that regard and abandons the goal of denuclearization, that could potentially be damaging for the non-proliferation regime.”

브루어 전 국장) “이론적으로 북한과 협상 중에 미국은 비핵화라는 목표를 완전히 폐기할 수도 있고, 먼 미래에 달성하도록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이 갑자기 전통적인 입장을 바꿔서 북한 비핵화 목표를 폐기한다면, 이는 국제 비확산체제에 큰 손상을 줄 것입니다.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 NPT를 탈퇴하고 핵무기를 개발하고 아무런 대가를 치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사실상 인정하는 셈이기 때문에 한국과 일본에 핵무기를 개발할 동기를 주게 됩니다. 북한 비핵화라는 최종 목표에 이르기까지 여러 다른 접근법들이 있는데,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위험 요소는 제한해야 합니다.”

기자) 트럼프 행정부 초기인 2017년에서 2018년 백악관에서 ‘최대 압박’ 정책을 담당했습니다. 미국이 북한의 핵 개발을 막기 위해 제재를 가하고 있지만, 북한이 계속 제재를 피해가고, 중국과 러시아도 제재를 철저히 이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That is a particularly tough one because of where some of the trendlines are going. Of course today the U.S. is the financial power in the world, all transactions have to touch on the U.S. at some point, which enables that sort of economic toolkit.”

브루어 전 국장) “제재의 효력을 유지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입니다. 물론 지금은 미국이 가장 강력한 금융강국으로서 모든 금융 활동이 미국을 거쳐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이 경제적 도구를 활용할 수 있는 것이죠.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미국이 경제적 능력을 발휘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입니다. 보고서에서 저와 연구원들은 미국이 현재 활용할 수 있는 경제적 압박점이 무엇이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제재일 수도 있고, 무역 관련일 수도 있고, 특정 기술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일 수도 있습니다.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오래된 짐작에 의존하지 말고, 미국이 활용할 수 있는 유리한 점과 영향력을 점검해야 합니다.”

전 세계 핵 확산 보고서를 낸 에릭 브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비확산국장과의 인터뷰를 들으셨습니다. 대담에 조은정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