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동서남북] “북한 김영철, 1년 2개월 만에 대남사업 전면 나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8년 6월 백악관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을 만났다.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다시 대남사업 전면에 나섰습니다. 김영철 재등장의 배경과 의미를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의 대표적 대남통인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다시 대남사업 전면에 나섰습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9일 남북관계를 ‘대적 사업’으로 전환한다며 남한과의 모든 통신연락선을 차단한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결정은 전날인 8일 김영철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과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 주도한 대남사업 부서들의 사업총화 회의에서 도출된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북한 내부 권력 상황을 오랫동안 관찰해온 미 해군분석센터 켄 고스 국장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강경한 대남전략을 세우면서 김영철의 조언에 귀를 기울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Kim Young-chul play prominent role in helping devise new strategies..”

김영철은 2016년부터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으로 있으면서 비핵화 협상을 비롯해 대미, 대남 관계를 주도해 온 인물입니다.

특히 2018년과 2019년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백악관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두 번이나 만났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이 실패로 끝나면서 통전부장직에서 해임됐습니다.

그럼에도 당 부위원장과 국무위원 직책은 유지해오던 중 이번에 김여정 제1부부장과 함께 대남사업을 총괄하는 자리로 복귀한 겁니다

과거 판문점 남북 군사실무회담에서 김영철을 자주 상대했던 한국전략문제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은 그동안 김영철이 막후에서 통전부를 관장해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통전부장은 내려놨지만 대남 담당 부위원장은 내려놓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전면에 나섰지는 않았지만 뒤에서 통전부를 관장하지 않았나...”

김영철의 후임인 장금철 통일전선부장도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장금철 부장은 12일 담화를 통해 남측의 대북 전단 살포 대응을 비난하며 “이제부터 흘러가는 시간들은 남조선 당국에 있어서 참으로 후회스럽고 괴로울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장금철 부장이 개인 명의로 담화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김여정 제1부부장과 김영철 부위원장이 대남사업을 총괄하면서 북한의 대남정책 결정 구조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우선 최상위에는 최종 결정권을 행사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있습니다. 그리고 김 위원장을 둘러싸고 서기실과 노동당 정치국이 있습니다.

과거에는 김정은 위원장 바로 밑에 대남담당 비서와 노동당 통일전선부가 있었습니다. 전에는 김양건, 김영철같은 인사가 대남비서와 통전부장을 겸하며 대남 정책을 주도해왔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통전부 위에 새로운 직책이 하나 더 생겼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제1부부장이 대남사업을 총괄하고, 그 옆에서 김영철 부위원장이 조언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달라진 업무체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지난 8일 평양에서 열린 ‘사업총화’입니다.

`노동신문’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대남 관련 부서들이 참여한 가운데 ‘사업총화’ 회의를 열었습니다. 이 회의에는 당 통전부와 정찰총국을 비롯한 군부, 외교부 그리고 서기실 등이 참여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김여정 제1부부장과 김영철 부위원장은 그동안의 대남사업을 ‘실패’로 규정하고 대남사업을 ‘대적 사업’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한 겁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대남사업을 주도하는 김여정 제1부부장과 김영철 부위원장이 서로 필요한 관계라고 말합니다.

올해 32살인 김여정은 대남사업을 총괄한다고 하지만 경험이 부족합니다.

김여정은 지난 7년 간 주로 선전선동부 소속으로 김 위원장 의전을 담당해오다 지난해 말 조직지도부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대남사업을 총괄하는 직책을 맡게된 겁니다.

따라서 새로운 대남 전략과 아이디어가 필요한 상황에서 김영철 만한 인물이 없을 것이라고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김영철이야말로 대남 문제에 데해서는 북한 내에서 최고의 경험자고 전문가죠. 김영철은 거기에 적임자죠.”

김영철도 김여정이 필요합니다. 올해 74살인 김영철 입장에서 보면 자신은 하노이 정상회담의 ‘희생양’입니다.

하노이 정상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이 막판에 마음을 바꿔서 결렬됐는데 애꿎게 자신이 책임을 뒤집어 쓰고 좌천된 겁니다.

따라서 김영철이 예전의 위치로 복귀하려면 다시 김정은 위원장의 신임을 받아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김여정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탈북민 출신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안찬일 소장입니다.

[녹취: 안찬일 소장]”서로 보완적이죠, 김여정은 노련한 김영철이 필요하고 김영철도 김여정과 손발을 맞춰야 자기 위치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김영철과 김여정은 대남, 대미 문제에 쌍두마차로…”

북한은 대남 관계를 대적 관계로 전환하게 된 이유로 대북 전단을 문제 삼았지만, 전단은 하나의 명분일 뿐 실제 불만은 한국이 남북 간 합의를 지키고 않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한국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9월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갖고 ‘평양 공동선언’을 채택했습니다.

선언을 보면 남북철도 연결과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정상화, 동해관광공동특구 등이 나옵니다.

그러나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로 인해 지난 2년 간 대부분의 합의는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북한으로서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지 않는 것에 불만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말했습니다.

[녹취: 조셉 윤] “South Koreans have not been able to accelerate inter-Korean projects, such as the Kaesong Industrial Complex, as well as resuming Kumgang mountain tours and other inter Korean projects.”

특이한 점은 김여정 제1부부장이 주로 대남 공세를 주도하고 김정은 위원장은 한 발 물러나 있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김정은 위원장은 7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를 열었는데 이 자리에서 대북 전단을 비롯한 대남 문제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대신 화학공업과 평양시민의 생활보장 문제가 논의됐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대화 재개의 여지를 남겨두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홍민 실장] “일단 지금 형태는 단계적으로 압박 수위를 높여가는 조치들을 준비하고 실행하고 있는 모습으로 보이지만 완전 단절로 치닫는 방식으로 문을 걸어잠그는 것은 아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한발 물러선 모양새 자체가 어떻든 향후 역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봐야겠죠.”

김여정 제1부부장과 함께 다시 대남사업 전면에 나선 김영철 부위원장이 남북관계를 어떻게 끌고갈지

주목됩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