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당 창건 75주년을 앞두고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하는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선전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북한이 신형 이동형 미사일 차량을 공개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습니다. 김동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조셉 버뮤데즈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위성분석 선임연구원 겸 한국석좌는 “오는 10일 당 창건 75주년을 앞두고 평양 미림비행장과 김일성광장에서 계속해서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버뮤데즈 석좌 “평양미림비행장에 대규모 은폐시설 들어서”
버뮤데즈 석좌는 5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이 “예년에 비해 장비를 은폐하기 위한 다양한 시설을 세웠다”며 시설의 규모 등을 고려할 때 열병식에서 신형 탄도미사일을 공개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녹취 : 버뮤데즈 석좌] “We also see that they've constructed a different set of shelters for equipment than they have in the past. And the area, the physical area these occupy is larger than it has been previously…And given the size of the shelters and previous practice, it looks like they will be displaying new ballistic missiles”
버뮤데즈 석좌는 또 김일성광장에서 인파들을 움직여 하늘에서 주체 등 선전문구가 보이도록 하기 위해 주민들도 대규모로 동원하고 있다며, 북한이 이번 열병식 행사를 매우 중요하게 간주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버뮤데즈 석좌는 올 들어 주요 행사에서 열병식을 생략했던 북한이 당 창건 75주년은 예외적으로 거행하는 배경에 대해 “예행연습을 포함한 대규모 열병식 자체가 신종 코로나 확산의 매개체가 된다는 판단에서 앞선 행사들에서는 생략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바이러스 위험 불구 미 대선 의식해 열병식 강행 가능성”
“최대 기만효과 고려할 때 신형 TEL 공개에 무게”
그러나 북한군 열병식의 본질은 외부 세계에 대한 ‘기만’에 있다는 점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버뮤데즈 석좌는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행사가 미국 대통령 선거 직전에 열리는 점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대규모 감염 확산 위험을 무릅쓰고 미국 등 주변국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무대로 활용하려는 셈법이 반영됐다고 주장했습니다.
버뮤데즈 석좌는 열병식에서 북한이 신형 무기를 선보인다고 해서 실제로 관련 역량을 보유했다고 간주하긴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가령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경우 실제 시험발사를 통해 역량을 선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단순 공개만으로는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는 기만효과를 야기하는 것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입니다.
버뮤데즈 석좌는 외부 관객의 반응을 고려한 최대 기만효과 관점에서 보면 이번 열병식에서 새로운 이동형 미사일 차량(TEL)을 선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버뮤데즈 석좌] “So just so you're aware, there are TELs that have never been displayed in any parades...”
지금까지 북한이 단 한번도 공개하지 않은 미사일 이동형 차량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점과, 북한이 열병식을 통해 항상 외부 관객들에게 노출하고자 하는 무기만 선보인다는 점을 연계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해 8월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 시험사격 장면을 전하면서도 이를 발사한 이동형 차량 자체는 화면을 뿌옇게 만들었고,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새로운 미사일 이동형 차량 가능성을 주시해왔습니다.
“TEL 대량생산 암시함으로써 미사일 탐지 어려움 시사”
버뮤데즈 석좌는 외부관객들에게 기존에 보유한 것보다 길고 큰 발사관을 지닌 이동형 미사일 차량을 선보일 경우, 북한이 이 차량에 실을 수 있는 새로운 종류의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는 개연성을 암시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양한 종류의 미사일 이동 차량을 대량생산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함으로써 북한 전략군이 예상보다 규모가 크고, 동시다발적으로 미사일을 쏠 수 있다는 점을 과시하는 효과를 노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갈로스카스 전 담당관 “공개될 TEL 종류에 대해 깊은 우려”
앞서 마커스 갈로스카스 전 미 국가정보 국장실(ODNI) 북한 담당관도 지난 2일 빈센트 브룩스 전 한미연합사령관과의 화상대담에서 북한이 어떤 종류의 이동형 미사일 차량 등을 열병식에서 선보일지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 갈로스카스 전 북한 담당관] “But I'm frankly more concerned about what mobile launchers and missiles will be just in the streets of Pyongyang in that parade that we would expect”
같이 보기: 브룩스 전 사령관 “북한, 핵 기술 계속 개발…훈련 중단, 더 이상 외교 활용 가치 없어"베넷 선임연구원 “미사일보다 신형TEL 공개에 더 주목”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번 열병식에서 미사일 보다는 신형 미사일 이동 차량 공개 여부가 더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습니다.
미사일은 직접 발사하지 않는 이상 외부 관객들이 모조품으로 치부해 쉽게 수긍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북한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는 겁니다.
반면 신형 미사일 이동차량 공개는 실제 북한이 그런 역량을 보유하고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에 정치적 목적에 더 부합한다고, 베넷 선임연구원은 말했습니다.
[녹취 : 베넷 선임연구원] “What they are likely to make is not likely going to be a mock up. It's likely going to be the real thing. With the real ability to raise a missile and that sort of thing. It's not guaranteed. They may make it just for political purposes, but likely a TEL is real… So the missiles are not quite as important as the TELs are. I think we're going to see this increase in the number of ICBM TELs to suggest that they're really, really working on ICBMs and prepared to produce them.”
베넷 선임연구원은 특히 북한이 열병식에서 선보일 대륙간탄도미사일 전용 이동차량의 수량을 늘림으로써 대륙간탄도미사일과 연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으며, 대량생산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점을 암시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뉴스 김동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