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9.19합의’ 무효화로 군사충돌 가능성 고조…한국 “도발 땐 강력 대응”

17일 한국 경기도 파주에서 군인들이 북한 개성공단으로 향하는 통일대교 입구를 지키고 있다.

북한이 9.19 군사합의를 사실상 파기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공식 선언하면서 남북 군사충돌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한국 국방부 장관은 북한이 도발하면 좌고우면하지 않고 강력 대응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정경두 한국 국방부 장관은 “만에 하나 북한이 군사적 도발을 끝내 감행한다면 군은 좌고우면하지 않고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정 장관은 18일 서울 육군회관에서 열린 ‘6·25 참전국 대사 초청행사’ 축사에서 “군은 현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한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최근 9.19 남북 군사합의 파기를 예고하며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는 북한을 향해 정 장관이 직접 경고를 보낸 겁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 김준락 공보실장도 이날 국방부 정례 기자설명회에서 북한군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준락 공보실장] “우리 군은 북한군 동향에 대해서 24시간 면밀히 감시하면서 확고한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습니다.”

김 실장은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가 예고한 ‘4대 군사행동’과 관련 아직까지 직접적인 활동에 대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습니다.

미 공군의 통신감청용 리벳 조인트 (RC-135W) 정찰기. (자료사진)

이런 가운데 미국의 리벳 조인트(RC-135W) 정찰기가 18일 한국 상공에 출동했습니다.

민간항공추적 사이트 ‘에어크래프트 스폿’(Aircraft Spots)에 따르면 미 공군 리벳조인트(RC-135W) 정찰기가 서울, 경기 지역 상공을 비행했습니다.

미 공군의 주력 통신감청 정찰기인 리벳조인트는 미사일 발사 전 지상 원격계측 장비인 텔레메트리에서 발신되는 신호를 포착하고, 탄두 궤적 등을 분석하는 장비도 탑재하고 있습니다.

앞서 17일엔 미 해군의 에리스(EP-3E) 정찰기와 주한미군 가드레일(RC-12X) 정찰기가 한국 수도권 상공 등을 비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 정찰기의 잇단 출동도 북한의 연이은 대남 공세와 군사행동 예고에 따른 대응 조치라는 관측입니다.

앞서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는 17일 입장문을 내고 금강산 관광지구와 개성공업지구 연대급 부대·화력구분대 배치, 비무장지대 즉 DMZ 민경초소(GP) 재진출, 최전방지역 1호 전투근무체계 격상, 대남 삐라 살포 보장 등 네 가지 군사행동 계획에 대해 빠른 시일 내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비준을 받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접경지역 우발적 충돌 방지와 긴장 완화를 위한 9.19 남북 군사합의를 사실상 파기하겠다는 뜻을 밝힌 겁니다.

이 때문에 북한이 이를 실제 행동으로 옮길 경우 남북 간 군사충돌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특히 북한이 한국을 자극해 국지적 충돌을 빚어낼 도발적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국 민간 연구기관인 세종연구소 정성장 북한연구센터장은 총참모부가 접경지역 부근에서 군사훈련을 재개하겠다고 밝힌 대목을 주목했습니다.

정 센터장은 북한이 한국의 해상 북방한계선, NLL을 인정하지 않고 있고 남북관계가 나쁠 때면 이를 도발의 무대로 활용해 왔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정성장 센터장] “동해나 서해안에서 포사격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봅니다. 가장 우려스런 부분은 서해안에서의 해안포 사격이라고 할 수 있는데 NLL을 겨냥한 해안포 사격 이것이 재개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고요.”

16일 한국에서 파주에서 바라본 비무장지대 남측 초소와 멀리 보이는 북측 초소.

한국 국방부 산하 한국국방연구원 이호령 박사는 총참모부의 발표대로 실행에 옮겨지면 남북 접경지역은 우발적 충돌에 노출될 수 밖에 없는, 4.27 판문점 선언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 박사는 상황 전개에 따라서 북한이 2015년 목함지뢰 사건 같은 직접 도발에 나설 수도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녹취:이호령 박사] “비무장지대의 비무장화 부분을 원상복구해서 다시 무장화하는 방향으로 가겠다는 거잖아요. 그럼 결국에는 DMZ에서 2015년 목함지뢰 사건과 같은 유사한 도발 사건을 일으킬 수도 있는 것이고 NLL지역에서도 그런 군사적 충돌을 충분히 일으킬 수도 있다고 봐요.”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김동엽 교수는 북한의 대남 삐라 자체는 위협적인 게 아니지만 북한 주민이 군의 엄호 아래 군사분계선 인근이나 NLL에 접근해 삐라를 날릴 경우 위험한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북한이 한국과의 교전을 유발하거나 직접 도발에 당장 나서진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총참모부의 발표 내용은 9.19 합의를 무력화하기 위한 조치를 담고 있다며 도발 행위를 암시한 대목은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홍 실장은 북한이 일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지만 자신들의 추후 행동을 매우 세세하게 예고하고 나온 것은 당장 도발에 나서기 보다는 한국을 최대한 압박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홍민 실장] “초기에 자신들의 분노가 빈말이 아니다, 한국 측이 경각심을 가지라는 것을 아주 충격적으로 환기시키는 방법으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는 했지만 그 이후 과정을 예고하는 방식으로 잘게 쪼개는 것은 한국을 압박하는 데 일단 목표를 두고 있다. 이 압박이라는 자체가 정해진 순서대로 속전속결의 도발을 위한 게 아니라 한국의 반응을 보면서 뭔가 다음 단계를 취하겠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얘기하고 있는 거거든요.”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18일 북한의 추후 한국을 겨냥한 이른바 대적 행동 조치의 강도와 결행 시기는 한국 당국의 처신과 처사에 따라 정해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남북 합의보다 미-한 동맹이 우선이고 동맹의 힘이 평화를 가져온다는 맹신에 빠진 한국 당국이 무분별한 언동을 일삼으면 보다 강경한 보복 조치를 유발하게 된다고 위협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