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 담화를 통해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유지해 온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또, ‘신임 대미협상국장’이란 직함을 공개해 미국의 정책 변화에 따라 대화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밝혔습니다. 김카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는 북한이 신임 대미협상국장 이름으로 낸 담화는 비핵화 협상 교착의 원인이
미국에 있다는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의 입장을 되풀이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힐 전 차관보] “They're trying to blame the US for the fact that they don't want to negotiate. And can they use their favorite subject Pompeo as the excuse. So not a good sign about the future of nego-tiations.”
힐 전 차관보는 30일 VOA에, 북한은 대미 협상과 관련한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그들이 비난하기 가장 좋아하는 대상인 폼페오 국무장관을 핑계거리로 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미-북 협상의 미래에 좋은 신호가 아니라고 덧붙였습니다.
힐 전 차관보는 또 북한이 ‘우리의 길’을 갈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이는 기존에도 나왔던 발언이라면서, 향후 기존의 도발 수위보다 더 높은 도발을 강행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시험발사 유예 약속을 지킬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특히 핵실험은 북한의 오랜 동맹인 중국도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국면에서 중국을 자극하지 않을 것이라고, 힐 전 차관보는 내다봤습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이번 담화는 대북 제재와 압박을 촉구한 폼페오 장관의 발언에 대한 답변이며, 북한은 하노이 정상회담에서의 입장에서 변함이 없음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You remember that Pyongyang blamed Pompeo and Bolton for the failure of the Hanoi summit. So this is just the same thing.
북한이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의 원인을 폼페오 장관과 존 볼튼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돌렸던 것처럼, 이번 담화도 같은 맥락이라는 지적입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북한이 김정은 위원장과의 좋은 관계를 강조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행정부 내 고위 관리들의 간극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북한의 대미 입장 변화에 대한 신호는 없다면서, 11월 미국 대선 때까지 북한은 기존의 저강도 도발을 통한 ‘인내’ 정책을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단거리 미사일 시험은 지속하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방해하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켄 고스 미국 해군분석센터 국장은 북한이 담화를 통해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갈 것”이라고 밝힌 것은 지난해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밝혔던 것과 같다며, 북한은 여전히 미국이 입장을 바꿀 것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They hope over time that it will have an impact, that they can hold their breath longer than the United States can and that the United States will eventually give in.”
북한은 비핵화 협상 교착 상태가 자신들 보다는 미국에 더 큰 영향을 끼쳐 미국이 결국 자신들의 요구를 들어주길 희망한다는 겁니다.
고스 국장은 북한의 향후 도발 수위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될 수 있을지에 대한 판단에 달렸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지 않아 제재 완화 등 북한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고 판단되면 핵과 ICBM 모라토리움을 깰 것으로 예상된다는 겁니다.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담화는 대미 협상 의지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연구원] “They're not indicating any willingness for negotiations. They contin-ue to hint at doing something strongly, though it often is in a conditional sense of, if the US tries to do something, we will respond accordingly.”
미국이 비핵화 협상에서 북한을 위해 무언가를 한다면 자신들도 조치를 취하겠다는 전제를 달고 있다는 겁니다.
한편 전문가들은 담화를 발표한 ‘외무성 신임 대미협상국장’이 처음 공개된 직함임을 들어, 미국의 정책 변화에 따라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힐 전 차관보는 북한이 대화의 여지를 남겨뒀다면서도, 대화는 비핵화가 아닌 제재 완화에 집중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힐 전 차관보] “I think they're trying to leave the door cracked open. But I think it's pretty clear they have not shown any interest in negotiating denuclearization. I think they're prepared to negotiate the relationship, including sanctions, but I don't think they've been serious about denuclearization.”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담화에서도 나타났듯이 북한은 미국과의 외교의 문을 항상 열어놨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북한은 대화의 전제를 자신들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제안했던 조건을 미국이 수용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The North Koreans are saying unless you accept our proposal as a basis for discussion, there's no point in meeting because we're not prepared to accept the unreasonable demands you're making to give up our you know, nuclear deterrent.”
따라서 미국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 한 북한은 핵 억지력을 포기하라는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일 준비가 안 돼 있다는 겁니다.
반면 클링너 연구원은 새로 공개된 대미협상국장 직책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습니다.
[녹취: 클링너 연구원] “We often get wrapped around the axle about who's in charge negotia-tions either an individual or is it the international department or whether it's the Ministry of Foreign Affairs and really any decisions on negotiations with the US would have to be ap-proved by Kim Jong Un himself.”
한반도 문제를 모니터하는 사람들은 대개 비핵화 협상을 담당하는 인사 혹은 주무 부처가 어디인지 관심을 갖지만 협상에 대한 결정권은 김정은 위원장이 갖고 있다는 겁니다.
따라서 담화의 주체에 주목하기 보다는 김 위원장이 핵을 포기할 의사가 있는지, 그리고 협상에 진지하게 임할지가 관건이라고, 클링너 연구원은 밝혔습니다.
VOA 뉴스 김카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