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폼페오 '대북성과'에 엇갈린 평가…"긴장 완화 vs. 핵 개발 못 멈춰"

지난 2018년 7월 평양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오 미국 국무장관이 순안 공항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마이크 폼페오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과 관련해 지난 4년간 미국이 이룬 성과를 강조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성과에 대해 엇갈린 평가를 내렸습니다. 긴장을 완화하고, 북한을 협상장으로 이끌어 낸 점에는 높은 점수를 매겼지만,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멈추지 못한 데 대해선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외교를 긍정 평가한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전례 없는 수준으로 이뤄진 북한과의 외교 자체에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차석대사는 4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지도자와 대화했으며, 이를 통해 비핵화 약속을 이끌어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디트라니 전 차석대사] “I do see that element of success with the with North Korea, success in the sense of getting a commitment…”

북한 지도자인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약속을 이끌어낸 사실을 통해 북한 문제에 대한 성공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는 설명입니다.

디트라니 전 차석대사는 미국이 하노이 정상회담에 실패하고, 이후 북한이 핵무기를 계속 생산한 점은 부정적인 면이라면서도, 양국 지도자는 물론 두 나라가 어느 정도 신뢰를 쌓은 건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이 지난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미-북 정상회담을 마친 후 기자회견을 했다.

앞서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은 자신의 트위터에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성과를 강조하는 글과 함께 13장의 사진을 올렸습니다.

폼페오 장관은 트위터에서 미-북 정상회담과 북한의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실험 중단, 그리고 한국전쟁 참전 미군 유해 송환 등 지난 4년간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 외교에서 거둔 성과들을 나열했습니다.

미 의회조사국(CRS) 출신인 래리 닉시 한미연구소(ICAS)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외교가 결과적으로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녹취: 닉시 연구원] “The diplomacy practiced by the Trump administration, a large part of which I call flattery diplomacy has produced…”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외교는 대체로 ‘아첨(flattery) 외교’였지만 이런 방식의 외교가 1980년대 말이나 1990년대 초 이래 한반도에서 가장 낮은 단계의 긴장 상황을 조성했다는 겁니다.

특히 일부 단거리 미사일을 제외하면 휴전선 부근에서 중대한 사건이 벌어지지 않았고 한반도 서해 해상에서도 큰 충돌이 없었다며, 트럼프 행정부 이전까지만 해도 이런 사건이 잦았다고, 닉시 연구원은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북한이 핵 역량에 진전을 많이 이룬 현 상태에선 비핵화가 불가능한 목표가 돼 버렸다며, 이 시점 미국의 바람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핵탄두 실험을 예방해 미국에 대한 위협을 제한하고 제약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닉시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 제재를 유지한 것도 대북 외교의 성과로 해석했습니다.

[녹취: 닉시 연구원] “They have been able to maintain most of the U.N. sanctions against North Korea, which clearly have damaged the North Korean economy…”

유엔의 대북 제재 상당 부분을 유지했고, 이는 분명 북한 경제에 타격을 입힌 것은 물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와 결합되면서 김정은 정권에 실질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게 했다는 겁니다.

반면 다른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외교가 성과를 거뒀다는 데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가장 중요한 비핵화 문제에서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했고, 오히려 핵 문제 해결이 어려운 상황에 처하도록 만들었다는 지적입니다.

지난해 10월 북한 평양에서 열린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 신형 초대형 방사포로 보이는 무기가 등장했다.

6자회담 수석대표와 주한대사 등을 지낸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는 자신이 폼페오 장관의 입장이라면 북한 문제를 성과로 내세우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힐 전 차관보] “There is no sign that they have put any checks on the development of these weapons…”

힐 전 차관보는 북한이 무기 개발을 멈췄다는 어떤 신호도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 북한 문제는 해결의 기회를 잃었다고 생각한다며, 그 이유로 폼페오 장관이 해결 과정에서 필요한 외교적 기술이나 끈기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이어 북한이나 중국이 폼페오 장관 개인을 공격한 사실을 기억하느냐고 반문하며, “이는 흔치 않은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일각에서 제기하는 ‘긴장 완화’에 대해선 “북한이 조성한 긴장은 (무기) 실험 프로그램을 통해서였고, 그런 관점에서 실험이 중단된 건 사실”이라면서도, 이를 위해 미국은 북한을 외교적 고립에서 빠져나오게 하는 등 너무 많은 비용을 지불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폼페오 장관이 대북 제재를 완화하지 않은 사실을 성과로 꼽은 데 대해서도 “많은 사람들은 제재가 매우 잘 이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믿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 카운슬 선임연구원도 힐 전 차관보의 주장에 상당 부분 동의했습니다.

[녹취: 매닝 연구원] “First of all I give President Trump credit for breaking with kind of bureaucratic inertia…”

매닝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료적 관성’을 깨고 김정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한 사실은 높이 평가할 수 있다며, 이는 북한에선 결정권을 가진 유일한 사람이 김정은 위원장이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매닝 연구원은 북한과의 외교가 ‘끔찍한’ 방식으로 행해졌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서 김정은을 합법적인 지도자로 만드는 것 외엔 한 일이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또 북한이 여러 차례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무기를 계속해서 개발하는 등 결과적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북한의 미사일과 핵 역량에 진전을 가져왔다며, 폼페오 장관이 트위터에 게시한 내용은 “거짓 정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폼페오 장관이 최초 글을 올린 트위터 상에서도 일부 한반도 전문가들의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프랭크 자누지 맨스필드재단 대표는 폼페오 장관이 북한과 정상회담을 개최한 사실에 “승리를 부인할 수 없다”고 밝힌 데 대한 답글에서 ““이것이 승리라면 어떤 게 패배인지 보여달라”고 밝혔습니다.

자누지 대표는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당시보다 오늘날 더 많은 핵과 더 강력한 핵무기, 그리고 더 많은 미사일과 더 강력한 미사일, 그리고 더 많은 정치범 수용소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제재 전문가인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도 폼페오 장관의 트위터에 “ 김정은의 돈을 세탁한 중국의 주요 은행 중 한 곳도 제재를 하지 않았다”며, 제재 문제에 소극적이었던 트럼프 행정부의 자세를 정면으로 비판했습니다.

브루스 클링너 미 해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트럼프 행정부와 대화를 시작한 이후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북한은 2019년 (미사일 발사를 통해) 그 어느 해보다도 많은 유엔 결의 위반을 자행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