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북한 주재 영국대리대사 "바이든 정부, 평양에 공관 개설 고려해야...협상 도움될 것"

제임스 호어 전 북한주재 영국 대리대사. (자료사진)

제임스 호어 전 북한 주재 영국 대리대사는 영국이 평양 주재 대사관을 통해 정보와 인맥을 얻었다고 밝혔습니다. 호어 전 대사는 바이든 정부도 평양 주재 공관 개설을 고려해야 한다며, 북한에 대한 이해를 높일 뿐 아니라 미-북 협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호어 전 대리대사는 한국과 중국 주재 영국대사관에서 근무했고, 영국 외교부 북아시아태평양 연구팀장을 지냈으며 은퇴한 뒤에는 채텀하우스 연구원으로 있습니다. 지난 2001년 평양에 영국 대사관 설립을 주도했던 호어 전 대리대사를 조은정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호어 박사님, 북한의 엄격한 코로나 방역 조치로 지난해 5월 평양 주재 영국대사관이 잠정폐쇄됐고, 외교관들도 모두 철수했습니다. 지난 2001년 초대 대리대사로 평양에 영국대사관 개설을 주도하셨는데요. 1년 넘게 영국대사관이 폐쇄된 상황을 어떻게 보십니까?

[녹취: 호어 전 대리대사] “I think it’s a pity but I can understand it. The way N Korea closed down is not unprecedented, it’s done it during the earlier SARS outbreak and also against Ebola. I think it does serve a purpose. It’s not as effective as we might have hoped but it is a channel that provides a source of information, a source of contact.”

“불행한 일이지만 이해는 갑니다. 북한은 앞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과 (2003년) 에볼라 바이러스(2014년) 사태 때도 국경을 닫았었습니다. 저는 북한 주재 영국대사관이 유용하다고 생각합니다. 당초 기대했던 만큼 큰 효과를 내지는 못하더라도 정보와 접촉의 원천이 되고 있습니다. 북한이 국경을 닫으면서 외교 인력을 교체할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대북 제재 상황 속에 북한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없고 현금을 북한에 들고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또 외교관들과 구호요원들은 북한 내 이동의 자유가 없었습니다. 따라서 대사관이 폐쇄한 것은 슬프지만 이해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2002년 호어 대리대사 부부가 영국 여왕 생일을 맞아 평양 대동강에서 선상 행사를 열었다. (사진제공: 호어 전 대리대사)

기자) 영국은 2000년 북한과 외교관계를 맺고 이듬해 평양에 대사관을 냈습니다. 호어 박사님이 이때 주도적 역할을 했는데요. 당시 영국이 북한과 수교를 맺게 된 배경은 무엇입니까?

[녹취: 호어 전 대리대사] “I think it is a mistake in thinking that this was something to do with U.K.-N Korean relations. It wasn’t really much to do with U.K.-N Korean relations which were very very limited. Some trade and we had a political dialogue from about 1992 with N Korea which wasn’t very productive. But we did have it. And that was why we established diplomatic relations. And then we opened an embassy in Pyongyang because S Korea at that time under President Kim Dae Jung was very anxious for friends and supporters to help get along in its policy of engagement with N Korea.”

“평양에 대사관을 개설한 것이 영국과 북한간 양자관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면 잘못 생각하는 것입니다. 두 나라 관계는 매우 제한적이었습니다. 약간의 무역이 있었고, 1992년부터 진행한 정치적 대화도 큰 성과가 없었습니다. 평양에 대사관을 낸 이유는 당시 한국의 김대중 정권이 다른 우방국들도 대북 포용정책에 참여하길 원했기 때문입니다. 이때 영국과 독일이 북한과 수교를 맺었습니다. 이에 앞서 이탈리아와 스위스가 협력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었고, 스웨덴도 북한에서 오랫동안 미국의 이익을 대변해 왔습니다. 하지만 유럽의 북한에 대한 관여는 북한이 미국과 정식으로 맺고 싶어하는 관계에 비하면 아주 미미한 수준일 뿐입니다.”

기자) 미-북 관계를 언급하셨는데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간 정상외교가 펼쳐질 때 미-북 간 연락사무소 개설 가능성에 대한 언론 보도들이 있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녹취: 호어 전 대리대사] “I said in the piece I wrote that the U.S. has many officials who are for N Korea, they have none accredited to N Korea. If the U.S. were to move to have a permanent presence in Pyongyang I think it would make a huge difference. People would get to know N Korea much more on the ground…”

“제가 관련 글을 쓴 적이 있는데 미국에는 북한 문제를 담당하는 관리들이 많지만 북한에 파견된 관리는 없습니다. 미국이 평양에 상설대표부를 둔다면 큰 변화가 있을 것입니다. 북한에 대해 훨씬 더 잘 알게 되죠. 현장에서 보고 활동한 내용으로 ‘원격 분석’을 보강할 수 있는 것입니다. 빌 클린턴 정부 때도 연락사무소 설치가 추진됐었는데요. 실현된다면 (양국 관계에) 큰 변화를 줄 것입니다.”

기자) 하지만 미-북 협상 초반에 연락사무소 설치를 추진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녹취: 호어 전 대리대사] “Why not? Diplomatic relations and embassy, I know how the U.S. view them, they’re not about rewards or anything. This is the way countries conduct business. It would make a difference in understanding and it would make a difference I think in how negotiations are conducted. At the moment they’re always done at the distance from third countries, and it’s not very satisfactory. There’s no continuity. There’s no regular system.”

“왜 추진하면 안 됩니까? 미국이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는 지 압니다. 하지만 외교관계와 대사관이 어떤 보상은 아닙니다. 그저 국가들 간 업무를 처리하는 방식이죠. 상대에 대한 이해를 높일 뿐 아니라 미-북 간 협상에도 큰 변화를 줄 것입니다. 현재는 제3국에서 협상이 진행되고 연속성도 없고 정기적으로 열리지 않고 있습니다. 만족스럽지 못하죠.”

기자) 영국이나 유럽이 북한 비핵화 문제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역할을 맡을 의향은 있을까요?

[녹취: 호어 전 대리대사] “I think they might be interested but I think in general the U.S. has not been very keen on outside countries becoming overinvolved in the whole process and they see it as the U.S. issue. And they accept I think they have to work with some of the regional powers like Russia, China, Japan as well as S Korea.”

“유럽이 관심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북한 비핵화) 과정에 다른 나라들이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에 열의를 보인 적이 없습니다. 이 문제가 미국의 문제라고 생각하죠. 그래도 러시아, 중국, 일본, 한국과 같은 역내 국가들과는 협력해야 한다는 점을 미국은 받아들이고 있다고 봅니다. 유럽연합이나 영국이 앞으로도 (북한) 핵 문제에서 직접적이며 적극적인 역할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봅니다.”

2001년 가을 황해도 해주시에서 열린 유엔아동기금 UNICEF의 아동 백신 접종 활동에 호어 대리대사도 참여했다. (사진제공: 호어 전 대리대사)

기자) 콜린 크룩스 북한 주재 영국대사가 내년에 한국에 부임합니다. 어떤 배경에서 이런 결정이 내려졌을까요?

[녹취: 호어 전 대리대사] “He’s really an expert. He speaks Korean and he has served I think twice or three times in Seoul. He has done a good job insofar as he could in N Korea. And I think it’s a mark of respect for him but also a belief that it is good that we have Korean speakers in a post like Seoul.”

“크룩스 대사는 진정한 (한반도) 전문가입니다. 한국어도 구사하죠. 또 한국에서 근무한 적도 있습니다. 북한대사직도 가능한 범위에서 훌륭히 해냈습니다. 이번 임명은 크룩스 대사를 존중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고, 한국어 구사자를 서울에 배치하고 싶다는 결정입니다. 특별할 것은 없습니다. 러시아와 중국을 비롯해 많은 나라들이 한국과 북한 양국에 동일한 외교관을 교차해서 파견하곤 합니다.”

기자) 호어 박사님이 대리대사로 근무했을 때보다 북한 주재 영국대사관이 확대됐습니까?

[녹취: 호어 전 대리대사] “We’ve increased the size of the embassy. When I was there just two of us, and then it went up to three then four when I was there. Then subsequently another person was appointed so five British staff in all plus the N Korean medical staff. It’s something that we kept open, something that we’re still committed to keep open. But it isn’t very important to Britain directly.”

“대사관이 더 커졌습니다. 제가 있을 때 처음 영국인 외교관 2명으로 시작했는데 4명으로까지 늘어났고요. 이제는 영국인이 5명 근무하고 북한인 의사도 있죠. 영국은 여전히 북한에 대사관을 유지하려는 의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영국에 직접적으로 매우 중요한 공관은 아닙니다.”

진행자) 제임스 호어 전 북한 주재 영국 대리대사와의 인터뷰 였습니다. 대담에 조은정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