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변 핵시설이 폐기됐다면 북한의 무기생산 역량이 80%줄어들었을 것이라는 영국과 러시아의 민간연구소의 공동 분석이 나왔습니다. 북한 무기 프로그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란 핵합의를 참고하는 등 양자는 물론 다자적 접근법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국의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와 러시아 에너지·안보연구센터(CENESS)는 14일 공개한 ‘한반도 내 북한의 전략적 역량과 안보: 앞을 내다보기’라는 제목의 공동 보고서에서 북한의 핵활동이 여전히 영변 핵시설에 집중돼 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북한 내 다른 지역에서 고농축 우라늄 생산이 이뤄지고 있다고 해도 북한의 핵물질 80%는 영변에서 만들어진다는 겁니다.
따라서 2019년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당시 북한이 약속한 대로 영변 핵시설이 폐기됐다면 북한의 무기생산 역량도 80%가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보고서는 주장했습니다.
마크 피츠패트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연구원은 14일 보고서 발간을 기념해 열린 온라인 토론회에서 북한 핵 역량에서 영변이 갖는 의미가 적지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피츠패트릭 연구원] "It depends on an assumption that there's only one other enrichment facility, but closing down Yongbyon would stop further thermal nuclear development of North Korea, if can't produce plutonium, and if they can't produce tritium. So there is value in shutting down Yongbyon.”
영변 외 다른 농축시설 1개가 더 있다는 가정을 할 때 영변의 문을 닫는 건 북한의 핵 개발을 막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겁니다.
피츠패트릭 연구원은 이를 통해 북한이 플루토늄을 생산하지 못하게 되는 것은 물론 수소폭탄의 원료 중 하나인 3중수소도 못 만들게 된다며, 영변 폐기는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보고서는 교착상태에 빠진 미북 핵협상의 해결을 위해 주요 당사국들이 좀 더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2015년 7월 맺어진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경험을 활용해 양자와 다자간 만남을 결합한 다국적 접근법을 가장 유망하고 지속가능한 해법으로 제시했습니다.
러시아 에너지·안보연구센터의 안톤 클롭코프 소장은 제재 무용론과 더불어 북핵 해결을 위해 외교를 우선시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녹취: 클롭코프 소장] “Having said that, I would like to mention that the moratorium on nuclear tests and long range missile launches that Pyongyang continues to observe, as of today, limits Pyongyang's ability to develop more or advance warheads and missiles."
북한이 현재 지키고 있는 핵실험과 대륙간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유예조치는 핵탄두와 미사일 역량개발을 제한한다는 겁니다.
클롭코프 소장은 북한이 이 같은 실험유예 결정 뒤에는 외교적 노력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현 상태는 “외교가 작동한다는 신호”라고 주장했습니다.
보고서는 북한이 최소 13개에서 최대 47개의 핵탄두를 생산할 수 있는 핵물질을 보유했을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보고서는 북한의 과거 영변 핵시설의 가동 정황을 토대로 플루토늄과 고농축 우라늄 보유량 추정치를 계산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이 1986년부터 최근까지 영변 핵시설에서 약 42~55kg의 플루토늄을 생산했을 것으로 추정했는데, 여기에서 공정 손실률 10%와 과거 6차례의 핵실험에서 사용한 20kg을 제외하면 18~30kg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플루토늄 양이라는 설명입니다.
고농축 우라늄의 경우 연간 영변 핵시설에서 60~80kg을 생산하고 평양 인근의 우라늄 농축공장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천리마’ 지역에서 15~20kg을 만들어냈을 것으로 보고서는 추산했습니다.
다만 영변에서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하지 않았을 가능성과 핵실험 때 사용된 양 등을 감안해 고농축 우라늄의 최종 추산치는 180~810kg 사이라는 겁니다.
이어 보고서는 북한의 핵탄두 1개에 들어가는 플루토늄과 고농축 우라늄의 양을 각각 4kg과 20kg으로 계산해, 플루토늄용 핵탄두는 4~7개, 고농축 우라늄용 핵탄두를 9~40개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계산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북한의 핵탄두가 최소 13개에서 최대 47개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보고서는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 압박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미사일 분야에서도 큰 진전을 이뤘으며, 상당히 빠른 속도로 탄도미사일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2016년 북한이 26차례의 탄도미사일 혹은 탄도미사일 기술을 활용한 발사체를 발사했을 당시 성공률은 45%였지만, 2017년 20차례 이뤄진 8~9개 종류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성공률이 75%가 넘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북한이 2017년 시험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은 사거리가 약 1만2천km로 추정된다면서, 일부 전문가들은 화성-15형이 1천kg의 적재물을 미 대륙 어느 곳에도 전달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