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연이틀 미한 연합훈련 비난 담화…"도발 가능성 커져"

지난 2019년 1월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 김영철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북한이 미-한 연합훈련 사전연습 개시에 연이틀 반발하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습니다. 한국 정부는 한반도 군사적 긴장 고조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며 신속한 대화 재개를 촉구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은 11일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담화를 내고 “한국 당국이 반전의 기회를 외면하고 10일부터 전쟁연습을 또다시 벌여놓았다”며 “잘못된 선택으로 해 스스로가 얼마나 엄청난 안보 위기에 다가가고 있는가를 시시각각으로 느끼게 해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전날인 10일 미-한 연합훈련 사전연습 개시일에 맞춰 발표한 김여정 당 부부장의 담화에 이어 이틀 연속 비난에 나선 겁니다.

김 부장은 “남북관계 개선의 기회를 제 손으로 날려 보내고 우리의 선의에 적대행위로 대답한 대가에 대해 똑바로 알게 해줘야 한다”며 “우리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중단없이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한국 측은 평화와 신뢰라는 것이 한갓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스스로 드러내 보였다”며 "한국 당국이 명백한 자기들의 선택을 온 세상에 알린 이상 우리도 이제는 그에 맞는 더 명백한 결심을 내려야 한다”고 압박했습니다.

그는 앞서 1일 김여정 당 부부장 명의로 미-한 연합훈련 중단을 촉구한 담화가 ‘당 중앙위원회 위임’에 따른 것이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김 부장은 이와 함께 “한국과 미국이 변함없이 북한과의 대결을 선택한 이상 우리도 다른 선택이란 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미국에 대해서도 비난했습니다.

김 부장의 담화는 ‘대가’ 나 ‘안보 위기’라는 표현을 쓰면서 김여정 부부장의 10일 담화보다 경고 수위를 한층 끌어올린 것으로 보입니다.

김 부부장은 10일 담화에서 한국 당국자들을 향해 “배신적인 처사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국가방위력과 강력한 선제타격 능력을 보다 강화해 나가는데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이와 함께 지난달 27일 복원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와 군 통신선을 통한 정기통화에 10일 오후부터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반응을 종합해볼 때 조만간 모종의 도발 행위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세종연구소 정성장 북한연구센터장은 지난해 6월 대북 전단 살포 문제를 빌미로 김여정 부부장 등의 담화 공세로 시작해 통신연락선 차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로까지 이어졌던 상황을 상기했습니다.

[녹취: 정성장 센터장] “김정은은 집권 직후부터 남측에 크게 두 가지를 요구해왔습니다. 하나는 대북 전단 살포 금지 또 하나는 한-미 연합훈련 중단이었습니다. 남한이 요구를 수용하든 안 하든 관련 없이 이런 요구를 지속해 오고 있고요, 그것을 체제결속용, 그리고 그들의 단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등에 대한 명분축적용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북한의 이런 반발에 대해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신속한 대화 재개를 촉구했습니다.

통일부는 “미-한 연합훈련이 방어적 성격으로 적대적 의도가 없다는 점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며 “이번 연합훈련은 이런

입장을 바탕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상황, 전시작전권 환수 등 군사적 수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 여건 조성 등을 충분히 고려한 것이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 국방부 산하 국방연구원 김진아 북한군사연구실장은 이번 담화 공세를 통해 북한이 연합훈련을 도발의 명분으로 삼으려는 의도가 드러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김진아 실장] “시험발사라든가 신무기 체계를 테스트하기 위한 여러 가지 기술적 준비 과정들이 있을 거에요. 당 대회에서 이미 그것을 하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에 일정이 있을 거에요. 그러면 이것을 할 수 있는 최적기가 결국 우리가 군사활동이 활발한 시기에 자기들도 명분을 깔면서 군사활동을 할 수 있는 그 시기가 딱 요 타이밍이 맞거든요.”

김 실장은 신형 단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등 저강도 도발 가능성에 무게를 두면서도 미국을 겨냥하겠다는 계산이라면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 SLBM 시험발사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대남강경파인 김영철 부장의 담화가 한국 정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모종의 도발 행동을 예고한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조 박사는 이번 두 차례 담화를 지난해 6월과 비교하면 구체적인 행동계획이 언급되지 않았고 표현상으로도 수위 조절한 흔적이 있다며 김여정 부부장이 지난 3월 예고했던 금강산 국제관광국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폐지 혹은 단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수준에서 도발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김여정도 다시 반복했지만 ‘강대강 선대선’이라는 얘기는 이번엔 강으로 나왔으니까 자기들도 강으로 가겠지만 다시 선으로 나오면 선으로 나온다는 얘기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이번엔 모종의 자신들의 불만 표출을 할 겁니다. 그러나 파국으로 몰고 갈 만한 극단적인 고강도 전략도발까지는 가지 않을 개연성이 높아 보입니다.”

신종 코로나 사태와 수해 등으로 심각한 민생고에 빠진 주민들과 재해 복구 동원령으로 부담이 커진 군부 등 내부를 다잡는 차원에서도 북한이 군사행동이 필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입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북한 주민들이 굉장히 어려운데 이 어려운 상황이 김정은 위원장 잘못이 아니고 다 미국과 남조선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 수령동지가 핵과 미사일 개발한 것은 정말 잘한 것이고 탁월한 것이다, 그러니 불만 갖지 말고 견뎌라, 그런 내부적 결속, 동요를 차단하는 그 목적도 같이 있다고 봐요.”

북한은 앞서 지난 2019년 8월 6일 하반기 미-한 연합훈련 사전연습 2일차 때에도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한 바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