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들 “금융당국, 북한 자금세탁 관련 수사·처벌 강화해야”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뉴욕멜론은행(BNY Mellon).

미국의 전문가들은 이번에 드러난 미국 은행을 통한 북한의 자금세탁 사례가 미 금융 당국과 은행들에 경종을 울릴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당국은 관련 수사와 처벌을 강화하고, 은행들은 북한 관련 금융정보를 더욱 적극 확보하고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JP 모건과 뉴욕멜론은행 등 미국 은행을 이용해 대규모 자금을 세탁한 사실이 언론에 공개된 것은 미 금융 당국에 경종(wake-up call)을 울릴 것이라고, 데이비드 애셔 허드슨연구소 선임연구원이 밝혔습니다.

애셔 연구원은 21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폭로가 재무부 등 미국 정부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부가 기존 제재를 이행하고, 재무부 금융범죄단속반(FinCEN)이 은행들로부터 잠재적 위법 행위에 대한 정보를 취합하는 활동에 압박이 가중될 것”이라는 겁니다.

미국 정부에서 테러금융과 제재를 담당했고, 특히 2005년 마카오 소재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에 대한 조치를 주도했던 애셔 연구원은 미국 정부가 북한의 자금세탁과 관련한 수사와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 지점. 미국 재무부는 지난 2005년 이 은행이 북한의 불법 금융 활동을 지원했다는 이유로 거래 금지 조치를 취했었다. (자료사진)

[녹취: 애셔 연구원] “They should not have just been filing SARs on these accounts, they should have been closing them, these banks should have been working with U.S. law enforcement to pursue them and indict them for money laundering.”

은행들이 의심거래보고(SAR)를 한 내용을 바탕으로 금융 당국은 보고한 은행과 협력해 계좌를 추적해 폐쇄하고, 관련자는 돈세탁 혐의로 기소했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 ICIJ는 은행과 금융기관들이 재무부에 제출한 의심거래보고를 토대로 북한의 자금세탁 내용을 공개했습니다.

[녹취: 애셔 연구원] “It’s time that one of these banks need to get charged for breaking the law and maybe some of these bankers get thrown in jail.”

애셔 연구원은 북한의 자금세탁에 연관된 것으로 드러난 은행들과 은행원들도 기소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는 1990년대 초 불법 금융활동을 벌인 국제신용상업은행 BCCI을 청산한 이래 국제적인 대형 은행을 본격 수사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애셔 연구원은 재무부의 역할은 제재 대상을 지정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며, 북한의 불법 금융네트워크를 추적하고 꼬리가 드러날 때마다 퇴출하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또 대형 미국 은행들의 제재 준수와 돈세탁 방지 노력이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 OFAC의 특별제재대상 SDN 목록에만 의존하지 말고 민간 자료도 활용해 북한의 돈세탁을 적극 방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가령, 상업등록자료를 통해 북한과 협조하는 중국 업체들에 대한 정보를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미국 신안보센터 CNAS의 제이슨 바틀렛 연구원은 21일 VOA에 미 금융 당국이 북한에 금융 편의를 제공하는 중국 등 해외 은행들을 제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바틀렛 연구원] “Also target these foreign banks that are acting as fronts for North Korea once this money is laundered out predominantly Chinese financial institutions and banks. Right now our sanctions regime isn’t exactly reaching out that far into that field but that’s something that we really need to tackle.”

바틀렛 연구원은 “돈세탁에 관여하며 북한과 협력한 외국 은행들을 겨냥해야 한다”며 주로 중국 금융기관과 은행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현재 미국의 제재 체계가 (해외 은행까지) 깊숙히 들어가고 있지 못하지만, 꼭 다뤄야 하는 문제”라고 덧붙였습니다.

미국 뉴욕시의 JP모건 체이스 본사.

또 미국 은행들의 경우 북한 돈세탁과 관련한 금융정보를 적극 확보하고 다른 은행들과 내용을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바틀렛 연구원] “Section 314(b) of the U.S. Patriot Act allows financial institutions after speaking with Treasury, they’re able to share information with other financial institutions. That’s very important because it allows these banks to be able to flag, track, report and document any suspicious activity in their banks and in their accounts.”

바틀렛 연구원은 미 애국법 314(b)조에 따라 금융기관들은 재무부에 알린 뒤 다른 금융기관들에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활동은 은행 내 의심스런 활동을 포착하고 추적하며, 보고하고 기록으로 남기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바틀렛 연구원은 북한의 돈세탁 수법이 매우 정교하고 복잡하다며, 미국 은행과 금융기관들은 제재 이행을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