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문가들은 이란에 대한 제재를 전격 복원한 미국의 조치가 향후 미-북 협상에도 일부 시사점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제재를 완화했다가 이후 다시 복원하는 ‘스냅백’ 조항을 북한에 적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이란에 대한 제재를 복원하기로 한 미국 정부의 결정이 대북 협상에 미칠 영향에 대해 엇갈린 분석을 내놨습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 카운슬 선임연구원은 21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사안이 북한과의 협상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특별히 미국의 신뢰도에 대한 북한의 회의론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매닝 연구원] “I think the most troubling thing is, it raises questions about US seriousness about a rules based order…”
이번 결정의 가장 큰 문제는 미국이 규정에 근거한 질서에 얼마나 진지한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만든 점이라는 설명입니다.
매닝 연구원은 북한의 입장에서는 미국과의 합의가 ‘진짜 합의’가 될 것인지에 대해 심각한 질문을 하게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미국과 프랑스, 독일 등 6개국은 이란과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으로 불리는 핵 합의를 맺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2018년 이란이 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합의에서 탈퇴했습니다.
이어 폼페오 국무장관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등은 21일 연 합동기자회견에서 이란에 대한 유엔 제재와 미국의 제재 등을 전면 복원한다고 밝혔습니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미한정책국장도 북한에 대한 함의에 대해선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이번 결정이 북한에 복합적인 메시지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국장] “Obviously Pompeo is sending some signals and Biegun has sent some signals about an openness to resuming negotiations…”
스나이더 국장은 폼페오 장관과 스티븐 비건 부장관이 최근 북한과의 대화 재개에 열려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고, 현재 북한은 제재 완화가 최우선 과제인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만약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를 주저한다고 가정한다면, 이는 이란에 대한 미국 정부의 이번 결정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북 대화 재개를 위한 좋은 조건이 만들어졌지만, 이란에 대한 이번 결정이 북한을 나서지 못하도록 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반면,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제관계국장은 미국 정부의 이번 결정을 ‘제재 완화’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며, 일부 긍정적 요소가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I think that this is a clear signal from the United States that there is a way of negotiating sanctions relief…”
미국은 그동안 북한과 관련해 `스냅백’에 대한 논의조차 꺼려왔지만 이번 사안은 제재 완화를 협상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미국의 분명한 신호를 보여준다는 주장입니다.
고스 국장은 이란에 대한 제재 완화가 오바마 행정부의 조치였고, 또 북한과 이란의 상황은 다르지만 미국이 스냅백을 선택지로 둘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건 고무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미국 정부의 이번 결정이 북한 문제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How I think North Korea and Iran are in a very different situation, because in the case of North Korea…”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제안을 수락했고, 미국과 북한은 최소한 고위급 차원에서 대화채널이 마련돼 있는 등 이란과는 상황이 매우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또 이번 결정으로 추후 합의에서 미국이 북한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이미 북한은 미국을 신뢰하지 못할 파트너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란에 대한 제재가 북한의 대미 인식에 변화를 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전문가들은 미국이 이란을 다시 제재할 수 있도록 한 ‘스냅백’ 조항이 추후 북한에 적용될 수 있을지 여부에도 주목했습니다.
현재 미국은 이란에 대한 ‘스냅백’, 즉 제재 복원 조치를 공식 발표했지만 여전히 논란은 남아 있습니다.
관련국들은 미국이 이미 핵 합의를 탈퇴한 상태이기 때문에 ‘스냅백’과 같은 이번 결정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면 미국은 이란과의 핵 합의 당시 ‘스냅백’ 조항은 다른 나라의 동의 없이도 미국의 결정만으로 가능하게 만들었다며, 이번 조치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스나이더 국장은 스냅백은 다른 나라들의 협조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국장] “The fundamental thing about snapback is that it presumes that there will be cooperation on implementation…”
특히 ‘스냅백’은 이행 부분에 있어 다른 나라들과의 협력이 있을 것이라는 가정을 전제로 한다면서, 따라서 북한 문제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역할이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입니다.
스나이더 국장은 이처럼 중국과 러시아의 역할이 부각된 부분은 결과적으로 북한에 대한 ‘스냅백’ 접근법이 위험한 것으로 고려되도록 만들었고, 실제 ‘스냅백’ 상황에서 북한에 다시 제재를 부과할 수 있을지에 대한 다른 나라들의 의구심도 초래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이란에 대한 미국의 이번 조치는 ‘스냅백’이 가능한지 여부를 시험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겠지만, 여전히 미국과 다른 나라들의 간극이 큰 상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고스 국장도 ‘스냅백’ 조항이 만들어지는 상황에선 북한 역시 자신들을 대변해 줄 중국과 러시아의 역할 강화를 주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They will do things that will come very close to the line. And of course it'll be a matter of interpretation…”
북한은 ‘스냅백’이 만들어진 이후에도 금지선에 매우 근접하는 방식으로 도발을 할 것이며, 이 때부턴 ‘해석’의 문제로 들어가기 때문에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가 자국을 지원하기를 바랄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고스 국장은 중국과 러시아는 어떤 ‘스냅백’ 시도에도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북한 입장에선 ‘스냅백’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